[화담일보 = 정하민기자] 서로 다른 삶의 경로를 걸어온 두 트랜스젠더의 일상을 담은 김일란 감독의 다큐멘터리 ‘에디 앨리스: 테이크’가 28일 개봉했다. 한겨레가 전한 두 주인공의 인터뷰에 따르면, 영화는 조명감독 앨리스와 시민 활동을 해온 에디가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관계와 일상을 바꿔가는 과정을 기록한다.
영화의 출발점에는 에디의 제안이 있었다. 바리스타를 꿈꾸던 에디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알아가던 중 트랜스남성 세 명을 담은 김일란 감독의 ‘3xFTM’(2009)을 보고 관련 시민 활동으로 진로를 바꿨다. 이후 청소년 상담을 주로 해온 그는 자극적이거나 슬픈 이야기 대신 자신의 눈높이에서 일상을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감독에게 촬영을 제안했다. 성확정 수술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알리고 싶다는 뜻도 담겼다.
앨리스는 오랫동안 사회에 섞여 살기 위해 애썼지만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2013년 성확정 수술을 받은 그는 그때를 이전의 삶과 단절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만들어가기 시작한 계기로 받아들인다. 앨리스라는 이름은 2015년 영화 ‘동주’를 촬영할 당시 이준익 감독이 붙여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별명에서 비롯됐다.
작품에서 앨리스는 촬영 대상이면서 조명감독으로도 참여한다. 조명 아래에서 인터뷰를 하다가 에디를 촬영하는 장면에서는 직접 조명을 설계하고 들기도 한다. 영화는 이처럼 프레임 안팎을 오가는 모습을 통해 성정체성에 맞춰 사회적·의학적·법적 성별을 전환하는 ‘트랜지션’을 포괄적이고 연속적인 변화로 풀어낸다.
앨리스는 2018년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드라마 현장에서 일자리를 잃고 택배 일을 하던 시기에 감독을 만났다고 밝혔다. 촬영에 참여한 이유로는 트랜스젠더에게도 다양한 성격과 일상이 있다는 점을 알리고, 자신이 느끼는 불편함과 마주하고 싶었다는 마음을 들었다. 영화는 그를 직업인이자 그동안 눌러왔던 꿈과 욕망에 하나씩 도전하는 개인으로 담는다.
에디의 장면에서는 가족과의 관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여전히 자신을 아들로 부르는 아버지, 수술 결정을 걱정하는 어머니, 달라진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조카가 등장한다. 에디는 가족을 촬영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부모 앞에서 긴장하고 애쓰는 모습까지 기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제작진이 불편한 점은 없는지 계속 물어봐준 것도 촬영을 이어갈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에디가 성확정 수술을 결정한 뒤 타이에서 수술을 받고, 귀국 후 다이레이션과 검진을 받는 과정도 담았다. 다이레이션은 수술로 형성된 질관의 깊이와 폭을 유지하기 위한 확장 과정이다. 에디는 상담 활동 중 수술 후 부작용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만나 오랫동안 수술을 망설였다며, 관련 정보를 정확히 전하고 싶어 이 과정을 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통해 앞으로의 삶을 바라보기도 한다. 앨리스는 중학교 친구들이 시사회에 올 만큼 과거의 관계를 이어가는 에디에게 부러움과 존경을 느낀다고 했다. 에디는 앨리스를 보며 자신의 40대와 50대에 대한 걱정이 줄었다며 자신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앨리스는 여전히 두렵지만 그 두려움에 맞설 용기가 하루하루 쌓이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