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 = 이태오기자] 남편을 떠나보낸 여성이 새로운 이웃과 관계를 맺으며 달라지는 일상을 그린 영화 ‘흐르는 여정’이 10월 28일 개봉한다. 김혜옥이 주인공 춘희를 연기하고, 저스틴 민과 박대호가 각각 이웃 민준과 그의 제자 성찬으로 출연한다. 작품은 사별 이후의 생활과 서로 다른 세대가 만들어 가는 가족 같은 관계를 함께 다룬다.
동아일보가 28일 보도한 작품 소개와 김진유 감독 인터뷰에 따르면, 이야기는 춘희가 오랫동안 살던 주택을 정리하고 아파트로 거처를 옮기면서 전개된다. 남편과 함께했던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하는 춘희에게 남은 것은 남편의 피아노와 자동차, 두 사람이 함께 떠나려 했던 스위스행 티켓이다. 익숙한 집을 떠나는 변화 속에서도 이 물건들은 두 사람이 공유했던 시간을 드러낸다.
새집 안으로 들이지 못한 피아노는 이웃과 관계를 맺는 계기가 된다. 민준은 춘희의 피아노를 맡아주고, 춘희는 그와 성찬을 만나며 이전과 다른 일상을 경험한다. 남편과의 기억을 간직한 물건이 새로운 사람들을 연결하는 매개가 되는 셈이다. 영화는 이 만남을 통해 혼자 남은 춘희의 생활이 조금씩 달라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민준은 입양아 출신의 한국계 독일 청년이다. 성찬은 뛰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인물로 등장한다. 춘희는 민준에게 엄마 같은 존재가 되고, 성찬에게는 할머니 같은 사람이 되어 간다. 혈연으로 묶이지 않은 세 사람이 관계를 쌓는 과정에 유사가족과 세대 간 교류라는 소재가 겹친다. 아파트 입주민들 역시 춘희의 의도치 않은 선의를 접하면서 서로를 이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작품의 또 다른 주요 소재는 존엄사다. 김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던 당시 관련 뉴스와 친척의 죽음을 접한 뒤 이야기의 방향을 바꿨다. 처음에는 지휘자와 농인의 멜로물로 구상했으나, 이후 남편을 그리워하는 춘희의 여정을 중심에 놓았다. 존엄사는 인물의 선택을 둘러싼 서사의 소재로 다뤄지며, 새로운 관계가 생긴 뒤에도 남아 있는 상실감과 맞물린다.
영화는 이웃들의 온기가 춘희의 슬픔을 지우거나 모든 결정을 바꾸는 결말로 나아가지는 않는다. 춘희가 스위스행을 포기하는 대신, 누군가를 떠나보낸 이후에도 남은 사람들의 삶이 계속된다는 데 무게를 둔다. 남편을 그리워하는 춘희의 시간과 훗날 춘희를 그리워하며 살아갈 민준과 성찬의 시간이 이어지는 구성이다. 김 감독은 결말을 두고 고민했지만 처음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로 돌아가 인물의 마음을 다루려 했다고 설명했다.
상영 뒤에는 쿠키 영상 한 편이 마련돼 있다. 애초 시나리오에 들어 있던 장면은 아니다. 촬영 도중 김혜옥이 쉬는 사이 무심결에 보인 순간을 담은 것으로, 김 감독은 그 한 컷이 춘희라는 인물을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