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 = 박서후기자] 팔레스타인 여성 감독들이 전쟁과 굶주림, 피란과 가족 상실의 경험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관객을 만났다. 알자지라의 10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제2회 가자국제여성영화제가 26일 가자지구 중부 알부레이즈의 파괴된 알나킬 홀 터에서 개막했다. 가자영화아카데미도 이날 공식 출범했다. 영화제는 ‘죽음에서 생명을 창조하는 여성들’을 표어로 10월 31일까지 열리며, 24개국에서 출품한 영화 73편을 선보인다.
개막 행사에서는 팔레스타인 신진 여성 감독들의 다큐멘터리 5편이 상영됐다. 이 작품들은 지난 3월 시작해 젊은 팔레스타인 여성 25명이 참여한 영화제작 디플로마 교육과정을 통해 제작됐다. 여성들이 직접 겪은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자신의 목소리로 전달한 작품들이다.
모나 아부 카스 감독의 11분짜리 다큐멘터리 ‘A Sack of Flour’는 감독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식량을 구하려는 주민들의 분투를 다룬다. 구호품 배급 지점의 위험과 밀가루를 얻으려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 식량이 다시 공급된 뒤에도 가족에게 남는 굶주림의 상처를 담았다. 아부 카스 감독은 폭격과 파괴, 봉쇄, 굶주림과 상실에 짓눌린 일상을 기록하고, 전쟁이 사람들의 관계와 꿈에 남긴 영향을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라그다 알부하이시 감독의 ‘Beyond Silence’는 청각장애가 있는 한 예술가를 통해 장애인이 전쟁 중 겪는 어려움을 조명한다. 작품 속 예술가는 작업실과 가족을 잃고 피란한 뒤 다른 가족의 도움으로 길가에 작은 작업 공간을 마련한다. 그의 그림은 색과 선으로 상실과 피란의 경험을 표현한다. 알부하이시 감독은 피란과 가족 상실, 생계 기반 파괴가 장애인에게 더하는 어려움을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다른 세 작품도 서로 다른 인물의 삶을 따라간다. ‘Soso: The Lifeline’은 고아가 된 아이와 당나귀가 주민들의 생존을 돕는 이야기를 담았다. ‘Remnants of Light’는 가족과 집을 잃은 영화인의 경험을, ‘Dandana’는 자녀 8명을 잃은 어머니가 살아남은 가족과 팔레스타인 노래를 부르며 슬픔을 견디는 과정을 다룬다.
에제딘 샬라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이 작품들이 전쟁의 심리적·사회적 상처를 드러내며 개인의 고통을 더 넓은 인간의 이야기로 옮겼다고 평가했다. 화면에 닿지 못한 채 사라질 수도 있었던 경험을 보존하고, 가자의 이야기를 국경 밖 관객에게 전달하는 데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제작 여건은 열악하다. 문화시설 파괴와 장비·자금 부족, 전력 및 인터넷 중단, 전쟁과 피란의 압박이 영화 제작 기회를 제약하고 있다. 공동 창립자인 영화감독 리마 마흐무드는 일부 여성 감독들이 간단한 제작 방식과 자비 부담으로 작업을 이어왔다며 기술·재정 지원, 번역, 영화제 및 상영 플랫폼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카데미는 알쿠드스 개방대학교와 협력해 팔레스타인 교육부가 인증한 영화제작 디플로마 과정도 개발했다. 또 다른 공동 창립자인 마이 마스리 감독은 작품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배급사들과 협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밖 교육·문화기관과 여성·인권 관련 국제 플랫폼 및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것이 목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