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 = 정도윤기자] 라트비아의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출품작 ‘울랴’가 북미와 유럽 등 여러 지역에서 배급 계약을 맺었다. 비에스투르스 카이리시 감독이 연출한 이 흑백영화는 제30회 탈린 블랙나이츠 영화제 개막작으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북미 배급은 뉴마운틴필름스, 프랑스는 데스티니, 이탈리아는 인비저블카펫이 맡는다. 슬로바키아, 옛 유고슬라비아 지역,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핀란드, 폴란드에서도 계약이 성사됐다.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은 텔레뷰, 브라질은 벨라스아르테가 배급한다.
‘울랴’는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처음 공개됐다. 라트비아의 에고미디어, 에스토니아의 올필름, 폴란드의 스타론필름, 리투아니아의 트레모라가 제작에 참여했으며 해외 판매는 비레이티드인터내셔널이 담당한다. 발트 지역과 폴란드 제작사들이 함께 만든 작품이 여러 권역의 배급망을 확보한 것이다.
영화는 1952년 태어난 농구 선수 울리야나 세묘노바의 삶에서 영감을 얻었다. 세묘노바는 키가 7피트, 약 213㎝에 이르는 선수였다. 다만 카이리시 감독은 스포츠나 선수의 업적을 중심에 둔 전형적인 전기영화를 만들려 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가 구상한 이야기는 시골에 사는 키 큰 소녀를 다루는,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영화였다.
연출의 중심에는 인물의 주관적인 시선이 놓였다. 카이리시 감독은 세묘노바의 머릿속으로 어떻게 들어갈 것인지 고민했다며, 인물의 관점을 유지하기 위해 제작진이 ‘크레이지 카메라’라고 부른 촬영 방식과 초점이 조금 흐려진 화면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인물의 내면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일이 구체적인 연출 과제였다는 설명이다.
기획의 출발점은 주연 배우 카를리스 아르놀츠 아보츠의 오랜 희망이었다. 카이리시 감독이 다일레스 극장 예술감독으로 배우를 찾던 당시, 아보츠는 첫 만남에서 세묘노바를 연기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이후 감독의 영화 ‘재뉴어리’에 출연한 아보츠가 촬영감독에게 같은 구상을 다시 설명하는 것을 듣고, 카이리시는 이를 영화로 만들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남성 배우가 세묘노바를 연기하는 구상과 작품의 방향을 두고 협업자들을 설득하는 과정도 있었다. 감독은 주변에서 통상적인 전기영화를 원했지만 자신은 한 소녀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이 여성 배역을 맡는 일이 연극에서는 셰익스피어 시대부터 이어져 온 방식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세묘노바는 제작진의 구상을 지지했으며, 영화 마지막에는 그와 아보츠가 함께 찍은 사진이 담겼다. 세묘노바는 2026년 1월 세상을 떠났다. 카이리시 감독은 아보츠 역시 큰 체격 때문에 남다른 시선을 받는 감정을 알고 있어 세묘노바에게 친밀감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관객 반응에 대해 감독은 라트비아에서 역대 두 번째로 많이 관람한 영화가 됐다고 밝혔다. 칸과 로마, 로스앤젤레스에서도 호응을 얻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사람들이 외모와 취향을 같게 만들라는 압력을 받는 현실을 언급하며, 자신에게 있는 차이를 없애려 하기보다 받아들이는 문제를 작품의 보편적인 주제로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