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 = 이도하기자] 미국 농장노동자 운동과 시민권 운동을 이끈 돌로레스 우에르타가 28일 오전(현지시간)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96세. 고인의 삶을 극영화로 준비해 온 그레고리 나바 감독과 바버라 마르티네스 지트너는 공동 성명을 내고 추모했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가족 대변인은 사인이 암이라고 밝혔다.
우에르타는 미국 농장노동자노조(UFW)의 공동 창립자이자 ‘Sí, se puede’, 즉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구호를 널리 알린 인물이다. 나바 부부는 별세 전날 밤 캘리포니아주 베이커즈필드를 찾아 고인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두 사람은 성명에서 우에르타를 정의를 위해 두려움 없이 싸운 사람으로 기억하며, 평등을 향한 열정으로 여러 세대가 자신의 힘을 발견하도록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이들의 인연은 영화 작업에 앞서 오랫동안 이어졌다. 우에르타는 나바에게 마르티네스 지트너를 소개했고, 두 사람의 결혼식에서 증인도 맡았다. 생애 말년에는 이들과 70시간 넘게 대화하며 이전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경험을 들려줬다. 여러 영화인에게 생애 영화화 제안을 받았지만, 수십 년 동안 알고 지낸 두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맡겼다.
전기영화 준비 소식은 2024년 4월 처음 알려졌다. 나바가 각본과 연출을 맡고 마르티네스 지트너가 공동 각본과 제작에 참여하는 작업이다. 두 사람은 우에르타와 가족이 고인의 용기와 투쟁, 기쁨과 깊은 고통까지 전할 수 있도록 신뢰를 보내줬다고 밝혔다. 이어 그 목소리와 이야기를 다음 세대에 전하는 일을 세심하게 이어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나바는 과테말라 출신 남매의 미국 이주를 다룬 1983년 영화 ‘엘 노르테’로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이후 ‘미 파밀리아’와 가수 셀레나의 생애를 그린 1997년 영화 ‘셀레나’를 연출했다. 세 작품은 모두 미국 의회도서관의 국립영화등기부에 등재돼 있다. 마르티네스 지트너는 ‘셀레나’ 때부터 나바와 협업했으며, 나바가 만든 PBS 드라마 ‘아메리칸 패밀리’의 총괄 제작에도 참여했다.
우에르타는 1930년 4월 10일 뉴멕시코주 도슨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광부였고 어머니는 캘리포니아주 스톡턴에서 농장노동자들이 이용하는 호텔을 운영했다. 초등학교에서 1년간 교사로 일했던 그는 굶주린 아이들이 맨발로 등교하는 모습을 본 뒤, 부모들을 조직하는 일이 아이들을 돕는 길이라고 판단해 교직을 떠났다.
1962년에는 세사르 차베스와 전국농장노동자협회를 설립했다. 이 단체는 이후 UFW로 발전했다. 우에르타는 1965년 필리핀계 노동운동가 래리 이틀리옹과 함께 델라노 포도농장 파업을 이끌었고, 농장 현장의 초기 노동계약 협상에도 참여했다. 1988년 샌프란시스코 시위 도중 경찰의 곤봉에 맞아 크게 다친 뒤에도 활동을 이어갔으며, 회복 후에는 라틴계 여성들의 공직 출마를 독려했다.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2012년 우에르타에게 대통령 자유훈장을 수여했다. 캘리포니아주는 2018년 그의 생일인 4월 10일을 ‘돌로레스 우에르타의 날’로 지정했다. 2025년 10월 24일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크리틱스초이스협회의 라틴계 영화·텔레비전 기념행사에서는 나바가 우에르타에게 아이콘상을 직접 건넸다. 당시 우에르타는 행사에 참석한 젊은 세대에게 거리로 나서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