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에서 인공지능(AI)을 쓴다는 소식을 들으면 화면이 큰 전자칠판이나 말을 알아듣는 프로그램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장애가 있거나 배움에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학생에게 중요한 질문은 조금 다르다. 그 기술을 이용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지가 먼저다. 중국 난징(南京)의 특수교육 개혁 사례는 이 질문을 교육정책의 한가운데 놓는다.
중국 교육부(教育部)는 10월 30일 공개한 자료에서 난징의 특수교육 운영 방식을 소개했다. 시와 구, 학교가 역할을 나누고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의 자원을 연결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자료는 그날 모든 정책이 새로 시작됐다는 발표가 아니다. 이미 진행하는 개혁과 앞으로 추진할 계획을 묶어 소개한 사례 보고다.
자료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AI와 특수교육을 연결하는 시범사업이다. 난징은 수업 설계, 교실 상호작용, 학생 발달 평가 등에 AI를 활용하는 방안을 시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의 성장 기록을 전자 자료로 남기고 특수교육 서비스 플랫폼을 개선하는 내용도 담았다. 기술을 한 번 설치하는 일보다 수업과 지원 과정에 연결하는 일이 중심이다.
다만 시범사업을 소개했다는 사실만으로 학습 효과가 입증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어떤 학생이 어떤 도구를 얼마나 사용했고, 사용 전후에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이번 공개 자료는 난징의 제도와 사업 방향을 파악하는 근거다. AI가 장애 유형에 상관없이 같은 효과를 낸다는 증거로 쓰기는 어렵다.
이번 사례를 이해하는 열쇠는 통합교육이다.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학생이 일반학교 학생과 함께 배우되,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수업과 환경을 바꾸는 교육을 말한다. 같은 교실에 앉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통합교육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설명을 들을 수 있는 방식, 활동에 참여하는 시간, 평가 방법까지 학생의 필요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이를테면 긴 설명을 한꺼번에 듣기 어려운 학생에게는 과제를 작은 단계로 나눠 제시할 수 있다. 글을 읽는 데 어려움이 있는 학생에게는 소리와 그림을 함께 제공할 수 있다. 이 예시는 지원 방법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난징의 특정 학교에서 같은 수업을 관찰했다는 뜻은 아니다. 도구의 이름보다 학생이 막히는 지점을 찾는 일이 먼저라는 점을 보여준다.
AI가 맡을 수 있는 역할도 여기서 정해진다. 교사가 만든 학습 자료를 쉬운 문장으로 바꾸는 초안을 제시하거나, 같은 활동을 여러 수준으로 준비하는 일을 도울 수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만든 설명을 그대로 학생에게 제시해서는 곤란하다. 틀린 내용이 없는지, 학생의 언어 수준과 감각 특성에 맞는지는 교사가 살펴야 한다.
평가도 점수 하나로 끝내기 어렵다. 어제는 도움을 받아 시작했던 과제를 오늘은 스스로 시작했는지, 친구에게 질문하는 횟수가 늘었는지처럼 수업 참여의 변화를 볼 필요가 있다. 이런 기록은 학생을 서로 줄 세우려는 자료와 목적이 다르다. 다음 수업에서 어떤 지원을 줄이고 어떤 지원을 보태야 할지 결정하는 데 쓰여야 한다.
난징이 일반교사와 특수교사의 협력을 강조한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일반교사는 교과 내용과 반 전체의 수업 흐름을 잘 안다. 특수교사는 학생에게 필요한 지원 방법을 함께 설계할 수 있다. 두 사람이 학생의 과제와 반응을 놓고 대화할 시간이 없다면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도 수업을 바꾸기 어렵다.
공동 자료실이나 온라인 플랫폼은 협력의 통로가 될 수 있다. 다만 자료를 올리는 것으로 협력이 끝나지는 않는다. 어떤 설명에서 학생이 멈췄는지, 어떤 그림은 도움이 됐고 어떤 그림은 혼란을 줬는지를 서로 나눠야 한다. 같은 학년의 자료라도 학생의 경험과 배움의 속도에 따라 쓰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디지털 성장 기록에는 학생의 개인 정보가 담길 수 있다. 학습의 어려움이나 지원 이력은 특히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자료다. 학교는 기록하는 목적과 열람 범위를 분명히 하고 필요한 자료만 남겨야 한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모든 화면과 음성을 모으는 방식보다, 수업 지원에 어떤 기록이 필요한지부터 정하는 편이 타당하다.
가정과의 연결에서도 같은 원칙이 필요하다. 학교가 쓰는 도구를 가정에서 다시 쓰게 할 때는 보호자가 감당해야 할 시간과 비용을 살펴야 한다. 사용법을 익히기 어려운 가정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학교가 제공하는 지원이 가정의 디지털 기기 보유 여부에 따라 달라지면 교육의 빈틈을 줄이기 어렵다.

이번 교육부 자료에는 교사 확보, 교육 자원 배분, 지역사회 지원 같은 내용도 함께 들어 있다. AI만 따로 떼어 읽으면 이 연결을 놓치기 쉽다. 화면을 읽어 주는 기능이 있어도 교실까지 이동할 수 없거나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면 참여의 어려움은 남는다. 기술은 학교 환경 전체를 바꾸는 작업 안에서 자리를 찾아야 한다.
도입 성과를 공개할 때도 기준을 나눌 필요가 있다. 설치한 기기의 수는 투입한 자원을 보여준다. 실제 사용 횟수는 이용 정도를 보여준다. 학생이 과제를 이해하고 참여하는 방식이 달라졌는지는 교육의 변화를 보여준다. 세 지표는 서로 관련되지만 같은 뜻은 아니다. 기기가 많다는 사실을 곧바로 학습 성과로 바꿔 표현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학교와 교육 관계자에게도 살펴볼 만한 지점이 있다. 난징의 제도를 그대로 옮겨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새로운 도구를 고를 때 학생의 필요를 먼저 적고, 교사가 함께 검토하며, 사용 뒤의 변화를 살피는 절차는 비교의 기준이 될 수 있다. 학교별 인력과 지원 체계가 다른 만큼 필요한 조건을 함께 비교해야 한다.
교사의 부담을 덜어 준다는 약속도 실제 시간으로 확인해야 한다. 자료 준비 시간은 줄었지만 입력해야 할 기록이 크게 늘었다면 전체 업무는 줄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반복 작업을 줄여 학생과 대화하는 시간이 늘었다면 의미 있는 변화다. 프로그램이 대신한 일과 교사가 새로 맡게 된 일을 함께 살펴야 도입의 효과를 설명할 수 있다.
학생의 의견도 빠져서는 안 된다. 도구를 사용할 때 편안한지,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물을 수 있다. 말로 답하기 어려운 학생이라면 선택이나 행동을 통해 의사를 살피는 방법을 준비해야 한다. 지원을 받는 학생은 평가의 대상인 동시에 수업을 함께 만드는 사람이다.
난징 사례가 던지는 핵심 질문은 학교가 얼마나 새로운 기술을 갖췄느냐가 아니다. 그 기술을 통해 학생이 어제보다 어떤 활동을 더 할 수 있게 됐는가다. 시범사업의 성과는 앞으로 구체적인 수업 기록과 평가로 확인해야 한다. 교육의 출발점을 학생에게 두고 교사와 환경의 지원을 함께 설계할 때, AI도 교실 안에서 맡을 일을 찾을 수 있다.
참고자료
- 중국 교육부, 2026년 10월 30일 발표 난징의 통합교육·AI 시범사업과 교사 지원 사례.
- 중국 교육부, 2026년 9월 11일 영문 발표 2026~2030년 특수교육 발전계획의 추진 방향.
南京特殊教育的AI探索:先看学生需要什么
中国教育部10月30日介绍南京特殊教育改革,内容包括融合教育、教师协作、数字化转型和AI应用试点。这是对既有工作和后续计划的介绍,不能据此认定AI的教学效果已经得到全面证实。评价技术应关注学生能否理解任务、参与课堂和表达想法,同时保护个人信息、减轻教师重复劳动。设备数量、使用次数与学习变化不是同一个指标。学生需要、专业支持和持续评估应共同决定技术在课堂中的位置。
[어휘풀이]
特殊教育 / tèshū jiàoyù / 특수교육
融合教育 / rónghé jiàoyù / 통합교육
协作 / xiézuò / 협력
试点 / shìdiǎn / 시범사업
任务 / rènwu / 과제
参与 / cānyù / 참여하다
个人信息 / gèrén xìnxī / 개인 정보
评估 / pínggū / 평가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