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도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고, 며칠째 입 밖으로 말 한마디 내뱉지 못했어요. 벽을 보고 누워있는데 불현듯 이렇게 조용히 사라져도 세상은 모르겠다는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마지막으로 내 목소리를 들어줄 사람이 있을까 싶어 떨리는 손으로 번호를 눌렀습니다.”
인천에 거주하는 30대 1인 가구 청년 B씨의 고백이다. 한밤중 그가 마주했던 짙은 어둠 속에서 건너온 “선생님, 지금 어떤 마음이신지 천천히 들려주셔도 괜찮습니다”라는 다정한 음성은 그를 절망의 낭떠러지에서 돌려세운 동아줄이 되었다.
급격한 도시화와 1인 가구의 가파른 증가 속에서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현대인의 영혼을 갉아먹는 치명적인 사회적 재난으로 부상했다. 이에 인천광역시와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이 선제적으로 가동한 ‘24시간 외로움 상담콜’이 한밤중과 새벽녘, 위기에 처한 시민들의 마음을 보듬는 핵심 사회 안전망으로 주목받고 있다.
도심 속 침묵의 전염병 ‘고립과 외로움’... 인천시, 365일 상시대응 체제 구축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의 1인 가구 비중은 이미 전체 가구의 35%를 넘어 40%대를 향해 치닫고 있으며, 고독사 고위험군 역시 노인 세대뿐만 아니라 20·30 청년층과 중장년층 전반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홀로 지내는 물리적 고립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의 단절에서 오는 만성적 외로움은 우울증과 알코올 의존, 자살 위험성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인다.
인천시는 이러한 고립 문제의 심각성을 엄중히 인식하고, 기존 주간 위주의 복지 서비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천사회서비스원을 통해 365일 24시간 언제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외로움 전담 상담콜’을 상시 운영하고 있다.
외로움 상담콜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간적·정서적 문턱을 완전히 낮췄다는 점이다. 복지 사각지대의 위기가 가장 취약해지는 늦은 밤과 주말, 휴일에도 전문 교육을 이수한 상담사들이 실시간으로 수화기를 들고 시민들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외롭다”, “막막하다”는 감정을 털어놓는 것조차 낙인처럼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익명성을 보장하며 언제든 기댈 수 있는 감정적 피난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셈이다.
단순 전화 통화 넘어 '심층 상담'과 '복지 사각지대 발굴' 원스톱 연계
인천 24시 외로움 상담콜의 핵심 경쟁력은 '일회성 말벗'에 그치지 않고, 복합 위기 가구를 실질적으로 구제하는 ‘원스톱 사후 연계 시스템’에 있다.
상담원은 내담자와의 정서적 라포(신뢰 관계) 형성을 통해 우울·자살 위험도, 경제적 결핍, 주거 취약성 등을 정밀하게 스크리닝한다. 즉각적인 위기 개입이 필요한 고위험군으로 판단될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 자살예방센터, 위기개입팀과 핫라인을 가동해 2차 사고를 원천 차단한다.
이어 일상적인 돌봄과 사회적 연결이 필요한 대상자에게는 거주지 관할 행정복지센터의 '찾아가는 보건복지팀', 종합사회복지관, 청년미래센터, 지역 자원봉사망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화선 너머의 공감이 실질적인 대면 돌봄과 생활 안정으로 이어지도록 다리를 놓는 구조다.
[진단과 과제] “목소리로 시작해 온기로 완성”... 지속 가능한 지역공동체 과제
복지 전문가들은 인천의 24시 외로움 상담콜이 '외로움을 공공 복지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선도적 모델'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다음의 과제들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1. 상담 전문 인력의 역량 강화 및 심리적 소진(번아웃) 예방: 24시간 동안 고위험군의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전화 상담사들의 지속적인 위기 대응 교육과 함께, 상담 인력의 트라우마 치료 및 심리 지원 체계가 확립되어야 한다.
2. 다양한 연령층 맞춤형 홍보 및 모바일 접점 확대: 스마트폰 통화에 거부감을 느끼는 10대·20대 고립 청년들을 위해 카카오톡, 전용 메신저 등 모바일 기반의 24시간 텍스트 상담 채널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3. ‘전화선’ 밖 지역사회 대면 공동체 회복: 전화 상담으로 발굴된 고립 가구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동네 사랑방, 마을 복지관, 문화·예술·마술 등 마음 치유 프로그램과 연계된 소규모 오프라인 커뮤니티가 동 단위로 촘촘히 엮여야 한다.
인천 지역 복지 전문가는 “혼자라는 고립감에 갇혀 있을 때, 내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주는 단 한 사람의 온기 어린 목소리가 사람을 살린다”며, “인천의 24시 외로움 상담콜이 벼랑 끝에 선 시민들에게 든든한 생명의 보루가 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지역사회가 함께 관심과 자원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