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지역 정착과 필수의료 전문의 확충이 핵심…의사 양성부터 수련·취업까지 연계 필요
농어촌 고령자 의료서비스 개선하려면 응급진료·입원·수술·재활 연계체계 함께 구축해야
정부가 의료 접근성이 취약한 전남과 경북에 국립 의과대학을 신설하고 연간 100명 규모의 의사 인력을 추가 양성하기로 했다.
지역에서 의사를 직접 양성하고 수련과 정착까지 연결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격차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의과대학이 생긴다고 해서 지역 주민이 곧바로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고령인구가 많고 의료기관까지 이동거리가 긴 농어촌에서는 의사 수뿐 아니라 응급진료와 입원·수술이 가능한 병원, 필수의료 전문의, 의료진의 지역 정착 여부가 실제 의료서비스 수준을 좌우한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11월 4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국립순천대학교와 경상북도의 국립경국대학교를 지역 의과대학 신설 대학으로 선정하고 각각 60명과 40명의 입학정원을 배정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2030년 첫 신입생 입학을 목표로 의대와 교육병원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결정은 지역 의료인력 양성을 위한 출발점이지만, 의료취약지역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지기까지는 교육병원 확보와 전문의 수련, 지역 정착 등 여러 과제가 남아 있다.

순천대 60명·경국대 40명…2030년 신입생 입학 목표
정부가 이번에 배정한 의대 정원은 국립순천대학교 60명, 국립경국대학교 40명으로 모두 100명이다.
이는 올해 2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 2030년과 2031년 신설 지역 의대에서 연간 100명 규모의 의사 인력을 양성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는 신설 의대가 개교 초기부터 100명 규모의 정원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60명을 배정했다. 경북은 남부권에 정원 55명 규모의 동국대학교 의과대학이 이미 있다는 점을 반영해 40명으로 정했다.
정부는 2029년 의사 인력 수급을 다시 추계하면서 대학의 교육 준비 정도와 의학교육 평가인증 상황, 지역 의료여건 등을 고려해 2032년 이후 추가 정원 배정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에 발표한 100명은 신설 의대의 연간 입학정원이다. 2030년부터 매년 의사 100명이 추가로 배출되거나 지역 병원에서 근무한다는 뜻은 아니다.
일반적인 6년제 의학교육 과정을 고려하면 2030년에 입학한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과정을 마칠 경우 첫 졸업생은 2036년 무렵 배출될 수 있다. 이후 전문의가 되려면 별도의 수련기간도 필요하다.
따라서 신설 의대가 지역 필수의료 전문의 공급에 본격적으로 기여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남·경북 고령인구 비율 전국 최상위…의료취약성 고려해 선정
이번 의대 신설 지역 선정에서 주목할 부분은 고령인구 비율과 의료취약성이 주요 평가 기준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의대 접근성, 의료 공급 부족, 의료 취약도, 정책 효과성 등 4개 분야 13개 지표를 활용해 후보지역을 평가했다.
평가 항목에는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을 비롯해 인구 대비 활동 의사·전문의 수, 필수진료과 전문의 수, 입원환자 외부 유출률, 치료가능 사망률 등이 포함됐다.
상급종합병원에 기준시간 내 접근하기 어려운 인구와 지방소멸 위험지역 인구 비율도 고려했다.
국가데이터처가 10월 발표한 '2026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전남 28.6%, 경북 27.6%로 전국 평균 21.6%를 크게 웃돈다. 두 지역은 전국에서 고령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에 해당한다.
다만 이 통계는 기존 전남과 경북을 기준으로 집계한 수치로, 행정구역 통합 이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전체의 고령인구 비율과는 구분해야 한다.
고령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뿐 아니라 뇌졸중, 심근경색, 골절 등 신속한 진료가 필요한 질환에 대응할 의료체계가 중요하다.
특히 농어촌에서는 의료기관까지의 이동거리와 대중교통 이용 여건, 보호자의 동행 가능 여부가 실제 의료 접근성에 영향을 미친다.
지역에 전문의가 부족하거나 중증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이 충분하지 않으면 주민들이 진단과 치료를 위해 다른 지역의 대형병원을 이용해야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 의대 신설의 효과는 단순한 의사 수 증가뿐 아니라 고령 주민들이 거주지에서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얼마나 편리하고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에 따라 평가해야 한다.

의대 신설의 첫 번째 과제는 교육병원과 임상실습 기반 확보
의과대학을 신설하려면 강의실과 실험실뿐 아니라 학생들이 실제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을 배우고 임상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교육병원과 교수진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번 의대 신설의 기본 원칙으로 국립대학 설립, 1대학·1병원, 의대와 병원 간 지리적 근접성을 제시했다. 의학교육과 임상실습이 연계될 수 있도록 의과대학과 병원을 함께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의대와 교육병원 설립계획이 확정됐다고 해서 실제 교육·진료 역량까지 확보됐다고 볼 수는 없다.
의학교육을 위해서는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분야의 교수진, 다양한 진료과목의 전문의, 충분한 임상실습 기회가 필요하다.
교육병원이 안정적으로 진료 기능을 수행하려면 간호인력과 의료기사 등 전문인력도 함께 확보해야 한다.
특히 신설 대학병원이 지역 의료서비스 개선에 기여하려면 교육병원이라는 역할을 넘어 응급환자와 중증환자를 실제로 진료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을 갖춰야 한다.
병원이 건립되더라도 전문의 확보가 늦어지거나 일부 필수진료과 운영이 제한된다면 지역 주민이 체감하는 의료 접근성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정부는 앞으로 지자체와 대학,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시도-대학 지역의대 설립 추진단'을 구성해 의대와 교육병원 설립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교육부와 복지부도 공동 지원조직을 설치해 추진 상황을 점검한다.
향후에는 병원 부지와 건립 일정뿐 아니라 진료과목과 병상 규모, 교수·전문의 확보 계획, 임상실습 및 수련체계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의사 양성보다 어려운 지역 정착…졸업생이 남아야 효과
두 번째 과제는 졸업생의 지역 정착이다.
지역에서 의사를 양성하더라도 졸업 후 수도권이나 다른 대도시로 이동한다면 해당 지역의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의대 신설이 실질적인 지역 의료인력 확충으로 이어지려면 입학과 교육뿐 아니라 졸업 이후 수련과 취업, 장기 근무까지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특히 전문의 양성 과정이 중요하다.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면허를 취득한 뒤에도 전문의가 되려면 별도의 수련을 받아야 한다.
신설 의대 졸업생이 지역에서 수련받을 수 있는 병원과 교육환경이 충분하지 않으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지역 정착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근무환경과 적절한 보상, 교육·연구 기회, 의료사고 대응 지원체계, 가족의 생활 여건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번 발표에는 신설 의대와 정원, 추진 일정이 제시됐지만 신설 의대 졸업생의 지역 근무 의무 여부와 기간, 수련병원 배치 방식, 정착 지원의 세부 기준까지 확정해 설명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의대 신설 자체와 졸업생의 지역 정착을 보장하는 제도는 구분해서 살펴봐야 한다.
지역에서 의사를 양성하는 것과 지역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서로 연결돼 있지만 별도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과제다.
필수의료 전문의 확충이 실제 진료 수준 좌우
세 번째 과제는 지역에 필요한 진료과목의 전문의를 확보하는 것이다.
의사 수가 늘어나더라도 주민에게 필요한 분야의 전문의가 부족하면 의료격차가 충분히 줄어들지 않을 수 있다.
고령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심뇌혈관질환과 응급질환, 중증외상, 암, 만성질환 등 다양한 의료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환자는 신속한 검사와 치료가 중요하다. 가까운 지역에 병원이 있더라도 필요한 전문의와 검사·치료시설이 없다면 다른 지역으로 이송해야 할 수 있다.
고관절 골절과 같은 고령층의 주요 응급질환 역시 적절한 수술과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가 중요하다.
따라서 지역 의대 신설의 성과를 평가할 때는 단순한 의사 배출 인원보다 실제 지역에서 활동하는 필수진료과 전문의 수와 진료 가능 범위, 응급환자 치료 역량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신설 의대와 교육병원이 모든 의료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제공하기는 어렵다.
기존 지역거점병원과 공공병원, 보건소, 응급의료기관을 연결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역할을 분담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의료취약지역에서는 지역 내 진료 역량을 높이는 동시에 중증환자가 적절한 의료기관으로 신속하게 이송되고, 치료 후 지역에서 회복과 재활을 이어갈 수 있는 체계가 중요하다.
전남 의대 선정 논란…지역 전체 의료개선 계획이 중요
전남 지역에서는 의대 신설 대학 선정 과정에서 국립목포대학교와 국립순천대학교 간 통합 및 후보대학 추천을 둘러싼 이견도 있었다.
정부는 당초 두 대학의 통합을 전제로 의대 신설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지만, 통합 합의에 어려움이 발생하면서 지자체의 후보대학 추천 절차를 거쳤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전남연구원을 통한 심사를 거쳐 국립순천대학교를 추천했다. 이후 후보대학 추천 과정과 부지 확보 계획 등을 둘러싸고 문제가 제기됐다.
정부는 소명자료 확인과 외부 법률자문 등을 거쳐 추천을 반려해야 할 수준의 하자는 없다고 판단하고 순천대를 최종 선정했다. 다만 이는 정부가 발표한 검토 결과이며, 제기된 이견이 모두 해소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의료취약지역 관점에서는 대학 선정 이후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한 의료서비스 개선계획이 중요하다.
순천에 의대와 교육병원이 설립되더라도 전남 서부권과 도서지역 등 의료 접근성이 취약한 주민들이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경북 역시 신설 의대와 교육병원의 위치뿐 아니라 북부권을 비롯한 의료취약지역 주민의 접근성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다.
지역 의대 신설이 특정 대학이나 도시의 의료시설 확충에 그치지 않고 넓은 권역의 의료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구체적인 연계 방안이 필요하다.
정책 성과는 의대 정원이 아니라 주민의 진료 접근성으로 평가해야
이번 지역 의대 신설은 의료인력 양성 기반이 부족한 지역에 새로운 교육·진료체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정책의 실질적인 성과는 의과대학 설립이나 입학정원 배정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의대와 교육병원이 계획대로 설립되는지, 충분한 교수와 전문의를 확보하는지, 졸업생이 지역에서 수련받고 정착하는지, 필수의료 진료 역량이 실제로 확대되는지를 장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고령인구가 많은 농어촌에서는 특히 응급환자의 치료 접근시간과 지역 내 입원·수술 가능 여부, 필수진료과 전문의 확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환자 비율 등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지역의대 선정 과정에서 활용한 치료가능 사망률과 입원환자 외부 유출률, 의료 접근성 지표 등을 향후 정책 성과 평가에도 활용한다면 실제 의료격차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보다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2030년 신입생 입학을 목표로 추진되는 지역 의대 신설은 장기적인 의료인력 양성 정책이다.
따라서 첫 졸업생이 배출되기 전까지 발생하는 지역 의료 공백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 대한 단기 대책도 병행돼야 한다.
지역 주민에게 중요한 것은 의과대학이 몇 곳 늘어났는지가 아니라 아플 때 필요한 진료를 제때 받을 수 있는지다.
전남과 경북의 의대 신설이 지역 의료격차 해소로 이어지려면 교육병원과 필수의료 전문의 확보, 졸업생의 지역 정착, 기존 의료기관과의 협력체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
특히 고령인구가 많은 의료취약지역의 진료 접근성이 실제로 개선되는지가 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