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미만 기업 위험성평가 실시율 69.9%…전문인력 부족과 노동자 참여가 과제
작업 시작 전 위험요인 확인 의무 강화…고령 노동자 추락·끼임 사고 예방에 주목
산업현장에서 추락과 끼임, 넘어짐 등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위험성평가 제도가 강화된다.
사업주가 작업 시작 전에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도록 평가 시기를 앞당기고, 노동자 참여와 평가 결과 공유 의무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산업재해 사고사망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60세 이상 노동자의 안전 확보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지난해 산재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사고사망자 872명 가운데 450명이 60세 이상이었으며, 전체 사고사망자의 78.7%는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11월 4일 '사업장 위험성평가에 관한 지침' 전부개정 고시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올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과 하위법령에 따라 위험성평가 실시 시기와 방법, 노동자 참여, 평가 결과 공유 등에 관한 세부 기준을 정비한 것이다.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지 않거나 노동자를 참여시키지 않는 사업주에게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은 2027년 1월 1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8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을 기준으로 시행 시점이 구분된다.

60세 이상 사고사망자 450명…전체의 절반 넘어
고령 노동자의 산업재해 문제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고용노동부의 '2025년 산업재해 현황'을 인용한 국회 공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업무상 사고재해자는 11만3,305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60세 이상은 3만7,551명으로 전체의 33.1%를 차지했다.
사고사망자는 전체 872명 중 60세 이상이 450명으로 51.6%에 달했다. 사고로 숨진 노동자 두 명 중 한 명 이상이 60세 이상인 셈이다.
이는 업무상 질병을 제외한 사고재해 통계다. 사고사망자는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승인 기준으로 집계돼, 사고가 발생한 시점과 유족급여가 승인된 시점이 다를 수 있다.
또한 60세 이상 사고재해자 3만7,551명에는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도 포함된다. 따라서 사고재해자와 사고사망자를 합산해서는 안 된다.
고령층의 사고사망자 비중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나이 자체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연령대별 취업자 수와 종사 업종, 작업환경 등의 차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다만 고령 노동자가 전체 사고사망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은 산업재해 예방 정책에서 이들의 작업환경과 안전관리 문제를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산재 사고사망자 10명 중 8명은 50인 미만 사업장
사업장 규모별 통계에서는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 문제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25년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사고사망 재해 현황'에 따르면, 사고사망자 872명 가운데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686명으로 전체의 78.7%를 차지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354명, 5~49인 사업장에서 332명이 발생했다. 반면 50~299인 사업장은 121명, 300인 이상 사업장은 65명이었다.
사고사망만인율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산재보험 적용 노동자 1만 명당 사고사망자 수를 의미하는 사고사망만인율은 5인 미만 사업장이 0.94로, 300인 이상 사업장의 0.15보다 6배 이상 높았다.
업종별 사고사망자는 건설업이 361명으로 가장 많았고, 운수·창고·통신업 176명, 제조업 164명 순이었다.
사고 유형별로는 떨어짐 사고가 280명으로 전체의 32.1%를 차지했다. 이어 사업장 외 교통사고 123명, 부딪힘 81명, 깔림·뒤집힘 69명 순이었다.
다만 사업장 규모별·업종별·사고 유형별 수치는 전체 연령을 대상으로 한 통계다. 이를 60세 이상 노동자만의 사고 발생 현황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통계는 소규모 사업장의 위험성평가가 단순한 행정절차에 그치지 않고 실제 작업환경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위험성평가 미실시 과태료 최대 1천만원…사업주 책임 강화
위험성평가는 사업주가 노동자와 함께 사업장에서 사고나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고, 위험 수준을 판단해 개선대책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기계에 손이 끼일 위험이 있다면 방호장치를 설치하고, 작업장 바닥이 미끄럽다면 바닥 상태를 개선하는 방식이다.
이번 개편에서는 위험성평가 의무 위반에 대한 과태료 기준이 마련됐다.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지 않으면 1차 위반 시 500만원, 2차 위반 시 700만원, 3차 위반 시 1천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노동자를 위험성평가에 참여시키지 않거나 노동자대표의 참여 요구에도 참여를 보장하지 않으면 1차 150만원, 2차 300만원, 3차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평가 일정과 결과를 모두 공유하지 않은 경우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일정이나 결과 중 하나만 공유하지 않으면 위반 횟수에 따라 100만~300만원, 평가 결과를 기록하지 않거나 3년간 보존하지 않으면 50만~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과태료는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건설현장에 2027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그보다 작은 사업장과 건설현장은 2028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이는 소규모 사업장의 위험성평가 의무가 2028년에 처음 생긴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존에도 위험성평가 실시 의무는 있었으며, 이번 개편으로 의무 위반에 대한 직접적인 과태료 적용 시점이 정해진 것이다.
작업 시작 전 위험요인 확인…고령 노동자 안전관리에도 변화
위험성평가 실시 시기도 달라진다.
기존에는 사업이 성립한 날부터 1개월 이내에 최초 평가에 착수하도록 했지만, 개정 고시는 최초 작업 시작 전까지 평가를 실시하도록 했다.
작업 내용이나 설비 등의 변경으로 실시하는 수시평가도 해당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완료하도록 정비했다. 정기평가는 매년 1회 이상 실시하도록 규정했다.
고령 노동자가 많은 사업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작업환경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건설현장의 높은 작업발판, 제조업의 회전기계, 시설관리 업무의 미끄러운 바닥과 계단, 물류현장의 중량물 운반 등은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위험요인을 확인해야 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고령 노동자는 근력과 균형능력, 시력·청력 등 신체 기능의 개인차가 커질 수 있어 실제 작업자의 상태와 업무 부담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높은 곳에서 작업할 때는 안전한 작업발판과 추락방지시설을 확보하고, 미끄러운 바닥과 통로의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 무거운 물건을 반복해서 옮기는 작업에서는 운반보조장비를 사용하거나 작업 부담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기계의 끼임 위험 구역에는 방호장치를 설치하고, 작업자가 위험요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조명과 명확한 안전표시, 작업 전 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예방조치는 고령 노동자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기본적인 안전관리 원칙이다.
노동자 참여 확대…위험요인 직접 알리고 개선 요구
이번 개편에서는 노동자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규정도 강화됐다.
사업주는 위험성평가 일정을 노동자에게 사전에 알려야 한다. 노동자대표가 평가 참여를 요구하면 참여 일정과 방법, 범위 등을 협의해 참여시켜야 한다.
새로 채용되거나 작업 내용이 변경된 노동자에게는 작업 시작 전에 해당 작업의 위험성평가 결과를 안전보건교육 등의 방법으로 공유해야 한다.
고령 노동자에게는 이러한 참여 절차가 현장에서 경험한 위험을 직접 알리고 개선을 요구할 기회가 될 수 있다.
평소 위험하다고 느꼈던 통로나 기계, 반복적인 중량물 운반, 야간작업 중 조명 부족 등을 평가 과정에서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가에 참여했다는 서명만 받거나 교육자료를 전달하는 데 그친다면 실질적인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사업주는 노동자가 제기한 위험요인을 검토하고 필요한 개선조치를 실행해야 한다. 이후 개선 결과를 노동자에게 공유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고령 노동자가 많은 사업장에서는 작은 글씨나 복잡한 전문용어 중심의 교육보다 실제 작업 장면을 활용한 설명과 반복적인 확인이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50인 미만 기업 위험성평가 실시율 69.9%…전문인력 부족이 과제
소규모 사업장의 위험성평가 이행 실태도 주목할 부분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23년 1~2월 국내 기업 359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위험성평가 실시 현황 및 제도개선 방향' 조사에서는 50인 이상 기업의 97%가 위험성평가를 실시한다고 응답한 반면, 50인 미만 기업은 69.9%에 그쳤다.
50인 미만 기업 약 10곳 중 3곳은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이다.
위험성평가 실시 과정의 어려움으로는 전문인력 부족이 32.5%, 노동자의 관심과 참여 부족이 32.2%로 조사됐다.
특히 실제 작업 노동자가 위험성평가를 실시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24%에 불과했다. 이는 현장 노동자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제도 정착의 중요한 과제임을 보여준다.
다만 이 조사는 2023년 당시의 결과로, 2026년 현재 전국 소규모 사업장의 위험성평가 이행률을 보여주는 최신 통계는 아니다.
그럼에도 소규모 사업장에서 전문인력과 안전관리 역량을 확보하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사업주가 생산과 영업, 인력관리까지 함께 담당하는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안전관리 전담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위험요인을 파악하더라도 설비 개선에 필요한 비용과 전문지식이 부족하면 실제 개선으로 연결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과태료 부과만으로 위험성평가의 실효성을 높이기는 어렵다. 소규모 사업장이 위험요인을 쉽게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정부, 소규모 사업장 컨설팅 지원…원·하청 공동평가도 허용
고용노동부는 이번 제도 개편과 함께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 컨설팅을 지속하고, 모바일 기기로도 위험성평가를 쉽게 실시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2027년부터 과태료가 적용되는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안내와 교육을 추진하고, 사업장 안내서와 자주 묻는 질문을 정리한 해설서를 연내 배포할 계획이다.
도급사업장의 위험성평가 방식도 개편됐다.
기존 고시에서는 도급인과 수급인이 위험성평가를 각각 실시하도록 했지만, 개정 고시는 각각 실시하거나 공동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공동평가를 실시할 때는 도급인과 그 소속 노동자, 수급인과 그 소속 노동자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
이는 여러 업체의 노동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하는 현장에서 의미가 있다.
하청업체 노동자가 원청 사업장의 기계와 설비를 이용하는 경우, 위험요인을 발견하더라도 하청업체만의 노력으로는 설비를 개선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평가를 통해 실제 설비와 작업환경을 관리하는 주체가 함께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
다만 공동평가가 허용된다는 사실만으로 위험요인이 자동으로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 개선조치의 담당 주체와 실행 일정, 완료 여부를 명확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령 노동자 산업재해 예방, 서류보다 현장 개선이 핵심
이번 위험성평가 제도 개편은 사업주의 책임과 노동자 참여를 강화하고, 위험요인을 작업 시작 전에 확인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산업재해 예방체계의 변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고령 노동자의 산업재해가 실제로 줄어들지는 향후 현장 이행 결과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특히 60세 이상 노동자의 사고재해자와 사고사망자 수, 추락·끼임·넘어짐 등 주요 사고 유형, 사업장 규모별 재해 발생 현황을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험성평가를 실시한 사업장의 비율뿐 아니라 확인된 위험요인 가운데 실제 개선된 비율, 노동자 참여 수준, 개선조치 이후 사고 발생 변화 등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지원이 충분한지, 고령 노동자가 많은 업종에서 작업환경 개선이 이뤄지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위험성평가는 사고가 발생한 뒤 책임을 확인하기 위한 서류가 아니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활동이어야 한다.
고령 노동자의 안전 역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작업을 제한하는 방식보다 작업자의 특성과 현장의 위험을 함께 고려해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번 제도 개편이 산업재해 감소로 이어지려면 사업주와 노동자가 위험요인을 함께 찾아내고, 실제 작업환경을 개선하며, 그 결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체계가 현장에 정착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