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영상검사, 방사선 위험과 질병 진단에 따른 이익 함께 고려해야
질병청, 환자 중심 안전관리 논의…불필요한 검사 줄이고 필요한 검사는 적정하게
병원에서 건강검진이나 질병 진단을 위해 엑스레이(X-ray)나 컴퓨터단층촬영(CT)을 받는 일은 흔하다.
특히 고령층은 만성질환 관리와 암 진단, 폐질환이나 골절 확인 등으로 영상검사를 받을 기회가 많다.
그러나 검사를 받을 때마다 방사선에 얼마나 노출되는지, 반복해서 촬영해도 괜찮은지 걱정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 CT와 엑스레이는 모두 방사선을 이용하지만 검사 목적과 촬영 방법에 따라 피폭선량이 다르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5년 국민 의료방사선 평가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의료방사선 검사 건수는 약 4억 3,159만 건으로 집계됐다. 국민 1인당 연평균 8.4건에 해당한다.
특히 CT는 전체 검사 건수의 3.8%에 불과했지만 국민이 의료방사선 검사로 받은 집단 전체 피폭선량의 67.1%를 차지했다. 검사 횟수뿐 아니라 검사 종류에 따라 방사선 노출 정도가 크게 달라진다는 의미다.
질병관리청은 11월 5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제1회 의료방사선 안전의 날' 기념식을 열고 환자 중심의 의료방사선 안전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논의의 핵심은 방사선 검사를 무조건 줄이는 것이 아니다.
질병을 진단하는 데 필요한 검사는 적절하게 시행하면서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고, 검사를 시행할 때는 환자의 방사선 노출을 합리적으로 낮추는 데 있다.

의료방사선 검사 4억 3천만 건…CT의 피폭선량 비중 가장 커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2025년 의료방사선 검사 통계를 보면 일반 엑스레이 촬영이 약 3억 2,961만 건으로 전체의 76.4%를 차지했다.
치과 촬영은 약 5,338만 건(12.4%), 유방촬영은 약 2,251만 건(5.2%), CT는 약 1,634만 건(3.8%)이었다. 이 밖에도 골밀도촬영과 투시촬영, 혈관촬영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검사 건수와 방사선 피폭선량의 비중은 크게 달랐다.

일반촬영은 검사 건수의 76.4%를 차지했지만 전체 피폭선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4%였다.
반면 CT는 검사 건수의 3.8%였으나 전체 피폭선량의 67.1%를 차지했다. CT가 일반 엑스레이보다 많은 방사선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이 수치는 전국에서 시행된 검사에 따른 방사선 노출량을 합산한 통계다. CT 검사를 한 번 받으면 모든 환자가 같은 양의 방사선에 노출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CT의 피폭선량은 촬영 부위와 검사 목적, 촬영 범위, 장비와 촬영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CT라도 머리와 가슴, 복부를 촬영할 때 방사선 노출량이 다를 수 있다.
질병관리청 통계에서 국민 1인당 연간 의료방사선 피폭선량은 3.24밀리시버트(mSv)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CT에 따른 피폭선량은 2.18mSv, 일반촬영은 0.89mSv였다.
여기서 3.24mSv는 국민 전체의 의료방사선 피폭선량을 인구수로 나눈 평균값이다.
모든 국민이 실제로 3.24mSv를 받았다는 뜻은 아니다.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도 있고, 여러 차례 검사를 받은 사람도 있어 개인별 피폭선량은 다를 수 있다.
5년간 검사 29.6% 증가…국민 평균 피폭선량도 늘어
의료방사선 검사 이용량은 최근 5년 동안 증가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의료방사선 검사 건수는 2021년 3억 3,313만 건에서 2025년 4억 3,159만 건으로 29.6%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민 1인당 평균 검사 건수는 6.4건에서 8.4건으로 늘었고, 1인당 평균 피폭선량도 2.64mSv에서 3.24mSv로 22.6% 증가했다.


장기적인 증가 추세도 뚜렷하다.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연도별 통계에서 2007년 의료방사선 검사 건수는 약 1억 6,200만 건이었으나 2025년에는 약 4억 3,200만 건으로 약 2.7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민 1인당 평균 피폭선량은 0.93mSv에서 3.24mSv로 약 3.5배 늘었다.
질병관리청은 의료기술 발전과 고령화, 건강검진 활성화 등이 검사 이용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검사 건수가 증가했다고 해서 늘어난 검사 모두가 불필요했다는 뜻은 아니다.
질병의 조기 발견과 정밀 진단, 치료 경과 확인 등 의료방사선이 활용되는 영역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검사량 증가 자체보다 실제로 필요한 검사인지, 동일한 진단 목적을 더 적은 방사선으로 달성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일이다.
고령층 영상검사, 이용량 증가와 연령별 실태는 구분해야
고령층은 골절과 폐질환, 암, 뇌혈관질환 등 다양한 질환을 진단하거나 치료 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영상검사를 받을 수 있다.
특히 낙상 후 골절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엑스레이가 도움이 될 수 있고, 뇌출혈이나 중대한 내부 손상이 의심되는 응급상황에서는 CT가 신속한 진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이번에 확인한 2025년 국민 의료방사선 평가 연보의 첨부 통계에는 검사 종류별·의료기관별·지역별 이용량이 제시돼 있지만, 연령대별 검사 건수와 피폭선량은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65세 이상 고령층이 전체 CT 검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나 70대와 80대의 평균 피폭선량을 이번 자료만으로 산출할 수는 없다.
고령화가 전체 검사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질병관리청의 설명과 특정 연령층에서 실제 검사가 얼마나 증가했는지는 구분해야 한다.
고령층 의료방사선 이용 실태를 정확하게 평가하려면 연령별 검사 건수와 검사 종류, 반복 촬영 빈도, 질환별 이용 현황 등을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CT 방사선이 암을 일으킬까…위험은 있지만 진단 이익도 고려해야
CT와 엑스레이는 모두 인체를 통과하는 방사선을 이용해 내부 구조를 영상으로 확인한다.
이때 사용하는 엑스선은 전리방사선으로, 세포의 DNA에 손상을 줄 수 있다.
인체에는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기능이 있지만 일부 손상은 복구되지 않을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암 발생 위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의료방사선 검사로 인한 위험을 설명할 때는 검사 종류와 피폭선량, 환자의 나이, 건강 상태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인 진단용 엑스레이나 CT 검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장기적 위험은 암 발생 가능성의 증가다. 그러나 개별 환자가 CT를 한 번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암이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방사선 피폭에 따른 위험은 연령에 따라 다르게 평가된다. 일반적으로 어린이는 성인보다 방사선에 민감하고 남은 생애가 길어 장기적인 위험을 더 중요하게 고려한다.
고령층에서는 상대적으로 남은 생애 동안 방사선 관련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불필요한 검사를 반복해도 괜찮다는 의미는 아니다.
반대로 응급상황에서 방사선 노출을 우려해 필요한 CT 검사를 미루면 더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뇌출혈이나 중대한 내부 손상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CT는 치료 방향을 신속하게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경우에는 검사로 얻는 진단상 이익이 방사선에 따른 잠재적 위험보다 클 수 있다.
따라서 의료방사선 검사의 안전성은 단순히 방사선이 발생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검사로 얻는 이익이 잠재적인 위험보다 큰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방사선 안전관리의 두 가지 원칙…필요한 검사인지, 선량은 적절한지
의료방사선 안전관리에서 중요한 개념은 '정당화'와 '최적화'다.
정당화는 검사를 시행할 충분한 의학적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원칙이다. 검사 결과가 진단이나 치료 결정에 도움이 되는지, 다른 검사 방법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단순한 증상만으로 CT를 반복하기보다 환자의 상태와 기존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초음파나 MRI 등 방사선을 사용하지 않는 검사로 대체할 수 있는지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초음파와 MRI가 모든 CT 검사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검사마다 확인할 수 있는 구조와 진단 능력이 달라 질환에 적합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최적화는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경우 진단에 필요한 영상 품질을 확보하면서 방사선 노출을 합리적으로 낮추는 원칙이다.
무조건 방사선량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선량을 지나치게 낮춰 영상이 불명확해지면 정확한 진단이 어려워지고 재촬영이 필요할 수도 있다.
질병관리청은 이러한 원칙을 의료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의료영상진단 정당성 지침'과 '진단참고수준'을 보급하고 있다.
진단참고수준은 같은 종류의 검사를 시행할 때 의료기관의 방사선 사용 수준을 비교하고 개선하는 데 활용하는 권고 기준이다.
일반적으로 조사된 환자 피폭선량 분포의 75번째 백분위 수준을 바탕으로 설정한다.
다만 진단참고수준은 개별 환자가 절대로 넘어서는 안 되는 법적 선량한도는 아니다.
환자의 체격과 검사 목적 등에 따라 필요한 선량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의료기관이 지나치게 높은 선량을 사용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또한 환자에게 시행하는 정당화된 의료방사선 검사에는 방사선 작업종사자나 일반인에게 적용하는 것과 같은 일률적인 선량한도를 적용하지 않는다.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이익을 확보하면서 피폭을 최적화하는 것이 원칙이다.
방사선관계종사자 피폭선량 29년간 84.9% 감소
의료방사선 안전관리 대상은 환자뿐 아니라 검사와 시술을 수행하는 의료종사자도 포함한다.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의료기관 방사선관계종사자는 1996년 1만 5,187명에서 2025년 11만 6,770명으로 약 7.7배 증가했다.
반면 종사자 1인당 연평균 피폭선량은 같은 기간 2.25mSv에서 0.34mSv로 84.9% 감소했다.
이 수치는 의료현장의 방사선 안전관리 수준을 살펴보는 지표다.
다만 의료종사자의 피폭선량 감소가 환자의 검사 피폭선량도 같은 비율로 감소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의료종사자와 환자는 방사선에 노출되는 상황과 관리 기준이 다르다.
따라서 종사자 안전관리 성과와 환자의 검사 이용량 및 피폭선량은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
시니어가 CT·엑스레이 검사 전 확인하면 좋은 사항
고령자가 영상검사를 받을 때는 방사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보다 검사의 필요성과 목적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여러 병원에서 진료를 받거나 같은 부위의 영상검사를 반복하는 경우에는 기존 검사 정보를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 검사 목적 확인: 이번 CT나 엑스레이 검사가 어떤 질환을 확인하기 위한 것인지, 검사 결과가 치료 결정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질문한다.
▲ 기존 검사 이력 알리기: 최근 다른 병원에서 같은 부위를 촬영했다면 검사 시기와 결과를 의료진에게 알리고, 필요하면 기존 영상자료를 제공한다.
▲ 다른 검사 방법 확인: 초음파나 MRI 등 방사선을 사용하지 않는 검사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의료진과 상담한다.
▲ 반복 검사 필요성 확인: 이전 검사 이후 증상이나 건강 상태가 달라졌는지, 추가 촬영이 필요한 이유를 확인한다.
▲ 조영제 사용 여부 확인: 조영제를 사용하는 CT라면 과거 조영제 이상반응과 신장질환 여부, 복용 약물 등을 의료진에게 알린다. 조영제 관련 위험은 방사선 피폭과는 별개의 문제다.
특히 조영제를 사용하는 CT 검사에서는 환자의 신장기능과 과거 이상반응 등을 고려해야 한다.
다만 모든 고령자가 조영제 CT를 받을 때 반드시 같은 검사를 추가로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며, 환자의 상태와 의료기관의 진료 기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 응급상황에서는 필요한 영상검사를 지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질병청, 환자 중심 안전관리 논의…필요한 검사는 적절하게
질병관리청은 11월 5일 열린 제1회 의료방사선 안전의 날 기념식에서 의료방사선 이용 현황과 안전관리 정책을 공유하고, 향후 환자 중심의 관리 방향을 논의했다.
행사에서는 의료방사선 안전관리 유공자에 대한 표창과 함께 의료방사선 이용 현황, 방사선관계종사자 피폭선량,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의료영상 분야의 변화 등이 다뤄졌다.
또한 의료영상진단 정당성 지침의 활용 현황과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공청회도 마련됐다.
질병관리청은 앞으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기준과 지침을 마련하고, 의료방사선 검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의료계·학계·정부 간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CT와 엑스레이 검사는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검사가 유용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상황에서 반복 촬영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고령층에서는 방사선에 따른 잠재적 위험뿐 아니라 검사를 하지 않았을 때 질병을 놓칠 위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의료방사선 안전관리의 핵심은 필요한 검사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고 필요한 검사는 적절한 방법과 선량으로 시행하는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