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인데, 달라고 하는 순간 미안했다

2007년부터 한 사이트에 육아일기를 썼다. 아이의 하루와 나의 하루를 적었다. 그 사이트는 지금도 운영되고 있고, 내 기록도 그곳에 살아 있다.
얼마 전 그 기록이 갖고 싶어졌다. 그곳에는 지금의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기록이 있었다. 한 편 한 편 복사할 수는 없었고, 연도별로 다운로드 버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AI에게 물어서야 내 글을 회사에 직접 요청해도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오랫동안 내 글을 쓸 공간을 내어준 회사에 고마운 마음이 있었다.
'20년 치 내 일기를 몽땅 가지고 싶다.'
그런데 그 마음을 회사에 전하려니 왠지 미안했다. AI에게 부탁해 회사에 보낼 쪽지를 여러 번 고쳤다. 조금 더 정중하게, 조금 더 간곡하게. 아주 조심스럽게 쪽지를 보냈다. 얼마 뒤, 메일함에 텍스트 파일 하나가 도착했다.
20년 치 내 하루였다.
지난주 대학원 디지털 윤리 수업에서 목광수 교수님의 논문 「빅데이터의 소유권과 분배 정의론」을 접했다. 데이터를 제공하는 개인과 이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기업 사이에서 소유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글이었다.
수업에서는 회원가입을 할 때 마주치는 '횡단보도가 있는 사진을 모두 선택하세요'라는 화면을 이야기했다. 과거에는 이런 사진 선택 결과가 이미지 인식 AI의 학습에도 활용된 사례가 있다고 했다.
"이런 예시가 또 있을까요?"
교수님의 질문에 얼마 전 돌려받은 육아일기가 떠올랐다. 나는 아이의 성장을 기록하는 일이 즐거웠다. 그저 좋아서 써 온 일기가 회사에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의 주인은 나다. 그 안에는 아이와 가족의 사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편 기업의 입장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데이터를 보관하고 서버를 운영하는 데에는 비용이 든다. 오랫동안 내 기록을 보관해 준 회사에 고마운 마음은 여전하다.
수업에서는 소유권과 사용권을 구분해서 생각할 수도 있다고 했다. 내가 쓴 글에 대한 권리를 갖는 것과 회사가 그 글을 이용할 수 있는 범위는 별개의 문제였다.
수업이 끝난 뒤, 회사에 묻고 싶은 것이 생겼다. 내가 쓴 일기를 어떤 방식으로 보관하고 있는지,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언제까지 보관할 것인지.
2007년 회원가입을 하던 나는 무엇에 동의했던 것일까.
생각해 보니 그곳만이 아니다.
블로그에 쓴 글도, 유튜브에 올린 영상도, 다양한 플랫폼에 남긴 나의 기록도 어딘가의 서버에 저장되어 있다.
지금 이 글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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