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림축산식품부는 6일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농업인과 지방정부 담당자, 관계기관과 전문가 등 2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영농형태양광 상생 한마당을 열었다. 다음 달 17일 영농형태양광사업법 시행을 앞두고 제도의 도입 취지와 정부의 정책 방향을 현장에 알리고 농업인과 지방정부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이다. 행사에서는 정책 설명과 전문가 질의응답, 장관과의 현장 대화가 이어졌다. 농지 위에서 농사와 발전을 함께 짓는 제도가 법 시행을 한 달여 앞두고 현장의 질문 앞에 섰다.
영농형태양광은 농지에서 농작물을 기르면서 상부 공간에 설치한 태양광 설비로 전기를 함께 생산하는 사업이다. 농업 생산을 유지하면서 발전 수익을 추가로 얻는 구조라 농업인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관련 법은 농업인단체와 전문가단체 등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쳐 올해 6월 제정됐고 12월 17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법 시행에 맞춰 하위법령을 마련해 발전사업자의 영농 의무와 주민 의견수렴 절차, 발전 수익의 주민 환원 방식 등을 구체화하고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영농형태양광은 농업을 대신하는 발전사업이 아니라 농업을 지속하면서 농업인의 새로운 소득을 높이는 기회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농사를 지키는 에너지 전환이 돼야 한다는 뜻도 함께 전했다. 정부가 내세운 정책 목표는 세 가지이다. 첫째는 식량안보를 위한 농지 보전이다. 둘째는 발전 수익을 농업인과 지역주민이 함께 나누는 일이다. 셋째는 무분별한 시설 설치를 막는 일이다. 농지를 일반 태양광 발전사업으로 전용하면 식량 생산 기반이 줄어드는 만큼 농업과 발전사업이 조화를 이루도록 제도를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제시한 핵심 기준은 발전사업부지 면적의 80퍼센트 이상에서 농사를 짓도록 하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을 위해 농지를 활용하더라도 농업 생산을 유지하도록 의무를 부과한다는 취지이다. 발전설비 설치 기준도 함께 마련된다. 태양광 설비의 차광률은 30퍼센트 미만으로 제한하고 구조물의 최저 높이는 2.5미터 이상, 지주 간 간격은 4미터 이상으로 설정하는 방향이 제시됐다. 사업은 농업진흥지역 밖 농지를 중심으로 허용하되 재생에너지 지구에는 예외를 두는 방식이다.
사업 참여 자격은 농업인과 지역주민 중심으로 설계됐다. 해당 지역에 3년 이상 거주한 개인 농업인이 참여할 수 있고 마을에 1년 이상 거주한 주민 10명 이상이 주민참여협동조합을 구성해 발전사업을 추진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청년농은 바로 참여할 수 있고 임차농도 3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면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소규모 농지에서도 사업은 가능하나 수익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현장에서는 임차농과 소규모농지, 청년농의 참여 가능 여부를 묻는 질문이 나왔고 장관이 직접 답했다.
발전 수익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방안도 구체화된다. 농식품부는 주민 의견수렴 절차와 방식, 주민참여협동조합과 농업법인의 발전 수익을 주민에게 환원하는 방식 등을 하위법령에 담을 계획이다. 환원된 수익은 주민 공동기금과 에너지 복지, 공동영농 기반 조성, 청년농 지원, 취약계층 지원 등에 활용하는 구상이다. 농지를 이용해 투자를 하고 수익이 투자한 사람에게만 가면 농촌은 아무런 이익을 받을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설계이다. 발전사업자와 농업인, 지역주민이 함께 혜택을 누리도록 제도를 짰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사업에 나서기 전에는 경제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남재우 한국영농형태양광협회 사무총장은 지역과 설비 조건, 시공비 등에 따라 수익성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2026년 기준 100킬로와트급 발전설비의 20년 산술평균 수익은 약 2천100만원으로 제시됐고 비용을 제외한 순수익은 연간 약 800만원에서 900만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사업 참여 여부를 결정할 때는 단순한 소득 규모보다 투자액 대비 수익률을 따져야 한다는 당부도 이어졌다. 주민참여형 사업은 아직 본격적으로 운영된 사례가 없어 화성시와 안성시에서 시범 형태로 운영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도 나왔다.
현장에서 소개된 운영 사례는 숫자로 확인됐다. 문병완 전남 보성농협 조합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650평 규모의 영농형태양광 시설에서 99.7킬로와트급 설비로 벼농사를 짓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 투자비는 1억9천만원이며 연간 순소득은 1천433만원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작물 소득은 141만원, 태양광 발전 수익은 1천292만원이다. 농사 소득에 발전 수익이 더해지는 구조가 한 농가의 결산서로 확인된 셈이다. 영농형태양광은 아니지만 여주 부양리에서는 주민들이 조합으로 태양광 사업을 하면서 원금과 이자를 갚아가면서도 월 수입 1천만원 정도를 얻는 사례도 소개됐다.
농식품부는 하위법령이 마련되면 농업인과 지방정부 담당자를 대상으로 표준 매뉴얼과 교육, 홍보 등을 통해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발전사업자와 발전사업부지의 자격 충족 여부, 구체적인 발전사업 허가 절차와 필요한 서류 등을 안내한다는 구상이다. 법 시행 뒤에도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사업 기준과 발전 수익 환원 방식을 하위법령으로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제도의 안착을 위해 현장과 소통하는 자리를 이어가겠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번 상생 한마당을 한데 모아 보면 기대되는 효과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농가는 농사를 유지하면서 발전 수익을 더해 소득 기반을 넓힐 수 있다. 둘째, 발전 수익이 주민 공동기금과 청년농 지원, 취약계층 지원으로 이어지면서 농촌 공동체가 사업의 혜택을 함께 나눌 수 있다. 셋째, 농지 보전 의무와 설치 기준이 함께 작동하면서 식량 생산 기반을 지키는 에너지 전환이 가능해진다.
결국 영농형태양광사업법 시행은 제도의 출발점이다. 농지 80퍼센트 이상 영농 의무와 차광률, 설비 높이 같은 기준이 현장에서 지켜지고 발전 수익이 농업인과 주민에게 실제로 돌아갈 때, 햇빛농사는 일회성 구호가 아니라 농가 소득의 한 축으로 남을 수 있다. 송 장관은 농업인들이 농업 외에 햇빛농사를 통한 소득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법 시행 뒤의 과제는 제도를 알리는 일이 아니라 현장에서 제도를 굴리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