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신화극장] 운두령
안녕하세요. 한나라입니다. 신화는 시간에 새긴 신들의 연대기가 아니라, 세상을 만들어간 인간의 마음이 남긴 흔적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의 가슴 속에서 숨처럼 되살아나 이야기가 됩니다. 자, 이제 신화의 문을 열어볼까요. Let’s go.
오늘은 강원도 평창과 홍천을 잇는 고개, 이름부터 신비롭고 구름도 쉬어 가는 ‘운두령’ 속에 깃든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아주 오래전, 하늘나라에 구름을 다스리는 어린 신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린 신은 매일 하늘을 떠다니며 산과 들과 강을 내려다보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저 아래 땅에는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살아갈까?’
어린 신은 사람들의 삶을 직접 보고 싶어 구름을 타고 땅으로 내려왔습니다. 그가 도착한 곳은 깊은 산속의 높은 고개였습니다. 그곳에는 지팡이를 짚은 늙은 나무꾼 한 사람이 앉아 있었습니다. 어린 신이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이 높은 고개를 왜 넘으십니까?”
“저쪽 산 너머에 아들이 살고 있거든. 늙은 아비가 아들 얼굴 한번 보러 가는 길이지.”
“이렇게 힘든 길을 꼭 가야 합니까?”
“보고 싶은 마음에는 쉬운 길과 어려운 길이 따로 없단다.”
어린 신은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그때 갑자기 산허리에서 짙은 안개가 피어올랐습니다. 구름이 길을 삼키고, 나무꾼은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습니다. 어린 신이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제가 구름을 걷어드리겠습니다.”
“아니다. 구름도 제 갈 길이 있고, 산도 제 뜻이 있는 법이지. 잠시 기다리면 길이 열릴 게다. 이 주먹밥을 먹고 길을 떠나게”
어린 신은 깜짝 놀랐습니다. 하늘나라에서는 누구에게도 먹을 것을 나누어 주는 일이 없었습니다. 모두가 풍족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작은 인간은 가진 것의 절반을 낯선 이에게 내어주고 있었습니다. 어린 신은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는 하늘나라에 없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 가진 것을 나누는 마음, 그리고 어려운 길을 함께 견디는 마음이었습니다. 어린 신은 두 손을 들어 구름을 불렀습니다. 그러자 산허리를 감싸던 안개가 천천히 걷히고, 고갯마루 너머로 햇살이 쏟아졌습니다.
나무꾼은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어린 신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구름 위로 돌아갔습니다. 그날 이후 구름들은 이 고개에 이르면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산허리에 잠시 머물며 길을 걷는 사람들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사람들은 그 고개를 운두령, 구름이 머리 위에 머무는 고개라 불렀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운두령에는 구름이 내려앉습니다. 어떤 날은 산봉우리를 하얗게 덮고, 어떤 날은 나무 사이로 흘러가며 사람들의 발걸음을 감싸줍니다. 인생의 고개는 빨리 넘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걸을 사람을 잊지 않는 사람이 잘 넘는 것입니다. 오늘도 운두령에는 구름이 머뭅니다.
한 편의 작은 드라마, [3분 신화극장]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한나라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