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메마른 일상에 따뜻한 '시(詩)그널'을 켭니다. 행간에 담긴 마음의 떨림 속에서 바쁜 일상에 잊히기 쉬운 '인권과 존엄'의 가치를 발견합니다. 인권온에어가 전하는 詩 한 편이 당신의 오늘에 다정한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한입 베어 무니
어릴 적 먹었던 음식 가운데 유난히 오래 기억나는 것이 있다. 값비싼 음식도 아니고 특별한 날에만 먹던 것도 아니다. 누가 건네주었는지까지 함께 떠오르는 음식이다. 이승훈 시인에게는 양갱이 그런 모양이다. 어린 날 할머니가 건네던 양갱이 어느 날 아들의 손에서 다시 돌아왔다. 그 순간, 오래전 할머니도 함께 돌아왔다.
밤양갱
어린 날
할머니가 건네주시던
양갱 하나
오늘
아들이 밤양갱을 내밀었다
한입 베어 무니
할머니가 곁에 계신다
이번에는 내가
아들에게 한 조각 내밀었다
양갱 하나가
삼대를 오가고 있었다.
_이승훈
아들이 내민 밤양갱을 한입 베어 문 순간, 시인은 할머니를 만난다. 오래된 사진을 꺼낸 것도 아니고 누군가 할머니 이야기를 꺼낸 것도 아니다. 입안에 들어온 작은 한 조각이 오래전의 사람을 데려왔다.
그런 순간이 있다. 밥상에 오른 반찬 하나 때문에 어머니의 손맛이 떠오르고, 길에서 스친 냄새에 오래 살던 집이 생각난다. 기억은 꼭 머리로만 찾아오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맛으로 오고, 냄새로 오고, 때로는 누군가 불쑥 내민 먹을거리 하나에 숨어서 온다.
「밤양갱」에서 더 오래 눈이 머무는 장면은 그다음이다. 시인은 자신이 먹던 양갱을 다시 아들에게 건넨다. 할머니에게 받았던 것을 혼자 기억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다음 손으로 넘긴다. 할머니의 손에서 자신의 손으로, 다시 아들의 손으로. 양갱 하나가 세 사람 사이의 시간을 건너간다.
가족 사이에는 이렇게 말보다 먼저 익숙해진 행동이 있다. 밥 한 숟가락 더 떠 주는 일, 과일을 깎아 슬쩍 앞에 놓는 일, 맛있는 것이 생기면 하나 남겨 두는 일. 언제 배웠는지도 모르는데 어느 날 내가 똑같이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이승훈 시인은 그 장면을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양갱 하나가
삼대를 오가고 있었다.’
할머니는 보이지 않지만, 양갱 한 조각은 아직 그 길을 기억하고 있었다.
시인 소개

이승훈 시인은 한국감성시협회 운영관리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호서대학교 미래교육원 전문노래지도자과정 조교수, 전문노래·치매예방·힐링·인지놀이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하시 1기·2기·3기·5기 과정을 수료했으며, 동인시집 ‘오늘도 아하!’, ‘내일도 아하!’와 3집 ‘언제나 아하!’를 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