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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 칼럼] 몽중몽설(夢中夢說)

홍영수

어떤 글을 쓸 때, 어느 글은 거침없이 써 내려가기도 하고 어느 글은 단 한 줄을 쓰기 위해 많은 시간을 생각해 내고 상념에 잠기기도 한다. 그러나 쉽게 쓰인 글이든 어렵게 쓰인 글이든 많이 수정하고, 보완하고, 퇴고를 거치게 된다는 점에서는 같다. 

 

때로는 누군가의 글을 읽을 때, 또는 최근의 글에 달린 댓글들을 주의 깊게 들여 볼 때가 있다. 이때 어느 글은 심장을 멈추게 하는 듯한 강렬함에 눈을 감고 잠시 생각하기도 하고, 어느 글은 ‘아하!’하면서 순간의 깨우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반면에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몽중몽설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고, 아주 정밀한 수법으로 꿰맞추는 듯한 가운데 빌려오는 예문 또한 억지스러운 데가 있다. 

 

그러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하나의 글을 완성하기까지 거쳐야 할 수정 보완, 퇴고, 표절 등등을 소홀히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글 쓰기에 대해 잘잘못을 가리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느 글이든 짧고, 긴 문장과는 관계없이 작가의 펜 끝은 고뇌에 찬 고통으로 잠들지 못하고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사실 글을 쓰다 보면, 스토리가 빈약할 때가 있고 아예 주제 없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오직 생각의 파편들만 늘어놓은 듯한 때가 있다. 그 어떤 커다란 의미도 없고 메시지도 없이 바람 부는 허공에 찢어진 종이 한 조각 흩날리듯, 잔잔한 저수지 위에 이유 없이 돌멩이 하나 던져 놓고 동심원의 파문을 일으키듯 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글을 쓴다는 자체가 스스로 글에 대한 애정을 가지게 된다. 하나의 종이 조각, 파문을 일으키는 자그마한 돌멩이 하나에 행복감은 느낀다. 그것은 우리들의 삶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특별한 메시지를 주기 위한 의도적 글을 쓰려고 노력하다 보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놓쳐버리는 것과 같은 경우이다. 

 

산을 좋아해서 종종 산악회를 통해 등산할 때가 많았었다. 여럿이 큰 산을 오르고 내려올 때는 함께할 수밖에 없지만, 집 근처나 낮은 산을 오르내릴 때는 많은 사람들이 다니지 않은 길을 택해 내려온다. 그것은 정해진 듯한 길은 사람들도 많고 항상 보고 걸었던 등산로이기에 특별한 느낌이 없고 오직 산을 올랐다가 내려온다는 의미 외에는 없다. 그러나 발길이 드문 사잇길을 걸을 때는 평소와 다른 느낌이 든다. 글을 쓰는 작가들이나, 작가의 글을 읽는 독자들도 명성에만 집착하기보다는 때론, 무명작가들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유는 사잇길 같은 작품이 자신도 모르게 가슴을 울리게 하는 경우가 있어서이고, 또한 대단한 스토리가 있는 문학작품에서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정취가 풍겨오기 때문이다.

 

필자도 글을 쓰면서 느끼지만, 다소 비문이 있고 문학성도 떨어지고 무슨 말을 하는지 몽중몽설한 듯한 글이 많다. 이런 글이 오히려 정감 있게 다가올 때가 많다. 그것은 큰길에서 느끼지 못하는 아기자기한 풍취를 사잇길이나 오솔길 같은 곳에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나의 유한성과 한계점을 절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제3회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제4회 한탄강문학상 대상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제6회 아산문학상 금상 

제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제6회 최충 문학상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이메일 jisrak@hanmail.net

 

작성 2025.06.16 10:43 수정 2025.06.1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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