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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상 칼럼] 미지수 찾기

이태상

미국의 유명한 점성술사 쉐이니 니콜라스는 그녀의 책 ‘당신은 이를 위해 태어났어 : 근본적인 자아수용을 위한 점성술’에서 ‘당신이 누구인가가 아니고 누가 될 수 있는가?’를 말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서양엔 이런 말이 있다. ‘당신이 누구, 무엇인지는 신이 당신에게 준 선물이지만 당신이 누구, 무엇이 되는가는 당신이 신에게 바치는 선물이다.’ 이는 숙명이란 타고난 것이지만 운명은 당신이 개척한다는 뜻이리라. 

 

누가 더 바보일까. 어둠을 무서워하는 어린애와 빛을 두려워하는 어른 둘 사이에서. 때때로 사실이 거짓 꾸며낸 일보다 더 이상하다지만 성한 사람이 이상하게 미치는 것은 이상하게 미친 세상에 대한 아주 성한 반응이며 그 대응책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거짓말 중의 거짓말은 자기 자신한테 하는 것이고 그것이 거짓말에 머물지 않고 거짓 삶으로 연장되기도 하나 보다. 그러나 우리 더 좀 생각해 볼 때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일까? 수학적인 공식으로 예를 들어보자. 1+1=2로 당연한가 하면 1+1=11로 보일 수도 있다. 자주 반복되는 거짓말이 그 숨은 진실을 말해주는 참말이 되는가 하면 자질구레하게 섣불리 서투른 거짓말하지 않고 묵묵히 입을 다물고 침묵을 지킴으로 엄청나게 더 큰 거짓말을 결과적으로 하게 되기도 한다. 

 

사실을 왜곡하거나 생략 또는 부정하고 불신하며 망각하는 것도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추측, 편견, 선입견, 고정관념, 예측, 기대, 환상 등이 모두가 거짓말이라면 거짓말이다. 흔히 사람들은 사실보다 희망적이고, 환상적인 환멸의 비애를 맛볼 때는 보더라도, 배신의 쓰라린 상처를 입을 때는 입더라도. 

 

사람은 머리로 생각하는 동물이라기보다 가슴으로 느끼면서 꿈과 믿음으로 숨 쉬고 사는 미신의 산물인지 모를 일이다. 또 좀 생각해보자. 세상에 그림자 없는 빛이 없듯이 실망하지 않을 기대란 없을 테고, 상처받지 않을 사랑도 없으리라. 하지만 사랑을 모르는 인형이, 고독을 모르는 동상이, 눈물을 모르는 조각이 되기보다 거짓을 외면한 진실을, 자연을 외면한 진리를 찾기보다, 차라리 모든 것의 가치와 아름다움 발견하는 알뜰살뜰한 사람이 되리라. 어둠, 거짓, 슬픔, 아픔, 실망, 절망, 회의, 배신, 이별도 살리고 고독도 살리리라. 추함도 천함도 잃음도 없음도 모두를 살리는 살림꾼이 되어보리.

 

옛날 초등학교 다닐 때 나는 잠자리를 잠자리채로만 잡지 않고 둘째 손가락으로도 잡을 수가 있었다. 책에서 읽었었는지 선생님께 들었었는지 기억이 확실치 않지만 잠자리는 수도 없이 많은 눈을 갖고 있다 했다. 머리와 얼굴이 거의 전부 다 눈이라는 것이었다. 울타리에 앉아 있는 잠자리를 보면 가만가만 접근해 근처까지 가서 손가락으로 천천히 처음에는 커다랗게 잠자리 주위로 크게 원을 그리기 시작, 점점 작게 나사 모양으로 빙빙 나선상 그물을 쳐나갔다. 그러면 그 많은 눈으로 내 손가락 끝을 따라 또한 빙빙 돌아가던 잠자리가 어지럼증을 타서인지 얼이 빠져 날아가지 못하고 있다가 잡히곤 했다. 

 

그 후 중학교에 들어가 생물 시간에 독사의 하나로 아프리카, 대만,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 등지에 분포하며 개구리, 쥐, 새 등을 잡아먹는다는 코브라 이야기를 듣고 궁금증이 생겼다. 개구리나 쥐는 몰라도 어떻게 새가 뱀한테 잡아먹힐까.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가도 얼른 날아가면 될 텐데, 선생님이 설명해주셨는지 나 혼자 궁리해본 것인지 또한 기억이 확실치 않지만, 코브라가 새를 쳐다보며 긴 혓바닥으로 날름거리면 이를 내려다보던 새가 홀리다 못해 혼이 빠져 정신을 못 차리고 날아갈 능력이 마비된 채 제풀에 떨어져 뱀의 밥이 되고 말리라는 풀이로 그 해답을 얻었었다. 

 

또 그 후로 6.25 한국전쟁을 겪은 뒤 그 누구의 체험담인지 수기를 읽어보니 사람이 총살당할 때 총알을 맞기도 전에 지레 겁을 먹고 죽는 수가 있다고 했다. 물론 그렇게 미리 총소리에 놀라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가 얼마 후 정신이 들어 살아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말에 토끼가 제 방귀소리에 놀란다고 아마 내가 서너 살 때 일이었다. 나보다 두 살 위의 누이와 연필 한 자루를 갖고 내 것이다, 네 것이다하며 싸우다가 마지막에는 약이 오를 대로 오른 내가 사생결단이라도 하듯 ‘너 죽고 나 죽자’며 누이의 손등을 연필로 찔렀다. 그러자 연필심이 부러지면서 누이의 살 속에 박혀버렸다. 

 

그런데도 누이가 어린 동생하고 다퉜다고 야단은 누이만 맞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연독이 몸에 퍼져 작은누나가 죽게 되면 그 당시 일정시대 일본순사가 와서 날 잡아갈 것이라는 겁에 새파랗게 질린 나는 순사가 우리 집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 나기 무섭게 미리 죽어버리리라. 그렇게 마음먹고 집에 있던 엽총 총알 만드는 납덩이를 하나 손안에 꼭 쥐고 있었다. 그때 만일 순사인지 아닌지 확인도 안 하고 누가 대문 두드리는 소리만 듣고 그 납덩이를 꿀꺽 삼켰더라면 나의 삶이 아주 일찍 끝나버렸는지 모를 일이다. 또 그 후로 내 몸에는 몇 군데 흉터가 생겼다. 젊은 날 첫사랑에 실연당해 동해바다에 투신자살 시도를 했다가 척추 수술을 받고 허리에 남은 큰 수술 자리 말고도 바른쪽 손등과 왼쪽 눈 옆에 흉터가 남아 있다. 

 

눈 옆에 난 흉터는 중-고등학교 시절 내가 한때 예수와 교회에 미쳤을 때 교회 목사님들의 설교로 사람은 다 ‘죄인’이고 매 순간 생각으로 숨 쉬듯 짓는 ‘죄’를 회개하라고 하시는 말씀을 그대로 따라 길을 가면서도 수시로 눈을 감고 기도하며 회개하다가 길가에 있는 전봇대 전신주를 들이박고 이 전신주에 박혀있던 못에 눈 옆이 찢어져 생긴 것이다. 순간순간 그 즉시로 회개하지 않으면 당장 영원히 꺼지지 않는 지옥불에 떨어지는 줄로만 알고. 그때 눈 옆이 아니고 눈을 찔렸더라면 나는 애꾸눈 장님이 되고 말았으리라. 

 

그리고 손등에 난 흉터는 네댓 살 때였다. 장난이 너무 심하다고 나보다 일곱 살 위의 큰 누나가 나를 혼내주려고 앞마당에 있는 장독대 밑 컴컴한 지하실에 가두자 그냥 있다가는 그 지하실에서 영영 나오지 못하고 죽는 줄 알고 다급하고 절박한 나머지 주먹으로 지하실 유리 창문을 깨는 바람에 생긴 것이다. 

 

이처럼 사람이나 동물이나 너무 눈앞에 어른거리는 현상에만 집착, 현혹되다가는 얼마든지 쉽게 벗어날 수 있는 궁지에서 빠져나오기는커녕 그 수렁에 더 깊이 빠져들어 가는 것 같다. 흔히 여자고 남자고 ‘기왕에 버린 몸’이라고 ‘될 대로 되라’며 자포자기하는 수가 많지만 어쩌다 실수로 아니면 신수가 사나워 어떤 ‘불행’이 닥치더라도 이를 더 큰 불행을 막는, 하나의 예방주사를 맞는 액때움으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좀 짓궂게 얘기해서 가령 너무 웃다가 또는 오래 참다가 오줌을 찔끔 쌌다고 하자. 그렇다고 똥까지 싸고 주저앉아 뭉갤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말이다.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

이메일 :1230ts@gmail.com

 

작성 2026.06.13 10:15 수정 2026.06.1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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