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대의 아날로그 회귀: MZ세대는 왜 LP를 선택했을까?

MP3에서 LP로… MZ세대가 음악을 ‘다르게’ 소비하는 법

'디깅'의 재미, 히트곡 재소비의 문화 현상

LP바와 뮤직살롱, 음악을 '듣는 공간'의 재해석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MZ세대는 모든 것이 빠르고 간편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스트리밍 플랫폼 하나면 전 세계 음악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는 시대.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세대는 가장 아날로그적인 음악 소비 방식으로 회귀하고 있다. MP3와 유튜브로 음악을 접한 세대가 이제는 일부러 먼지 쌓인 턴테이블을 돌리고, 벨벳 장갑으로 LP를 닦으며 음악을 듣는다. 단지 음악을 ‘재생’하는 것이 아닌, 음악을 ‘경험’하는 방식의 변화다. 왜 MZ세대는 아날로그 음악의 불편함 속에서 감성을 찾고 있는 걸까?

 

 

디지털 세대의 아날로그 회귀: MZ세대는 왜 LP를 선택했을까?
한때 골동품 취급을 받던 LP판이 다시 음반 매장의 중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 종로, 홍대, 성수, 부산 전포동 등지의 독립 음반점에서는 LP가 메인 상품으로 자리 잡았고, 그 바늘이 돌아가는 소리는 감성을 자극하는 사운드로 여겨진다.
MZ세대는 기술의 편리함보다 감각적 몰입을 원한다. 그들에게 음악은 배경음이 아니라 하나의 감정 콘텐츠이며, 그 감정을 가장 깊게 끌어낼 수 있는 매개체가 바로 LP다. 작은 불편함을 감수하며 ‘과정’을 즐기려는 경향, 그리고 물리적 소유에 대한 욕구가 맞물리면서 LP는 단순한 음악 매체에서 개인적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수단이 됐다.
또한, 턴테이블은 인테리어 오브제로도 높은 가치를 지닌다. ‘나의 취향’과 ‘나만의 공간’을 중시하는 MZ세대는 LP 플레이어 자체를 감성의 상징으로 소비하고 있다.

 

 

'디깅'의 재미, 히트곡 재소비의 문화 현상
MZ세대의 음악 소비 트렌드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흐름은 '디깅(Digging)'이다. 이는 과거의 명곡이나 덜 알려진 곡을 찾아내고 재해석해 소비하는 문화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자연스럽게 접하거나,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에서 발견하는 방식으로 음악의 '보물찾기'가 이뤄진다.
예를 들어, 1980~90년대 시티팝이나 한국 발라드, 일본 엔카풍의 곡이 요즘 감성으로 재조명되면서 틱톡이나 릴스에서 배경음악으로 유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MZ세대에게 디깅은 단순한 취향 표출을 넘어서, 음악으로 세대 간 경계를 넘나들며 '연결'을 시도하는 행위다. “처음 듣는데 익숙해”라는 말은 낯선 곡에서 어딘가 모르게 정서적 친밀감을 느끼는 이 세대의 반응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LP바와 뮤직살롱, 음악을 '듣는 공간'의 재해석
서울 한남동, 성수, 연남동, 부산 해운대 등지에는 음악을 중심으로 한 공간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LP바’, ‘뮤직살롱’, ‘카세트라운지’ 같은 이름의 공간들은 단순한 카페나 술집이 아니다. 고급 오디오와 벽면 가득한 음반, 아날로그 조명과 가죽 소파가 어우러진 이곳은 음악 감상을 하나의 ‘체험’으로 만든다.
이곳에서는 DJ가 턴테이블을 돌리며 선곡을 하고, 손님들은 대화보다 음악에 집중한다. 어떤 LP바는 ‘노토킹 존’을 선언하며 오직 음악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도 한다.
음악을 혼자 이어폰으로 듣는 시대에서, 오히려 집단이지만 고요하게 함께 듣는 공간이 생겨나고 있다. 이는 MZ세대가 음악을 개인적인 도구가 아닌, 공유하는 정서로 접근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플레이리스트보다 턴테이블, 진짜 음악을 찾는 여정
플레이리스트에 수십 곡을 한 번에 담고 무작위로 듣는 방식은 더 이상 감흥을 주지 못한다는 의견이 MZ세대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반면, 턴테이블에 하나의 음반을 올리고 A면부터 B면까지 ‘순서대로’ 듣는 것은 곡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다.
이는 마치 책을 훑어보듯 읽는 것이 아니라, 한 줄 한 줄 곱씹으며 읽는 독서법과도 닮았다. LP 음반 한 장은 아티스트가 정성스럽게 구성한 서사이며, 그 흐름을 따라가며 음악을 듣는 것은 ‘이야기’를 감상하는 행위에 가깝다.
또한, 디지털 음원에선 느낄 수 없는 질감과 공간감 있는 사운드는 ‘진짜 음악’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준다. MZ세대는 고음질이나 최신 기술보다, 감성적 진정성에 더 가치를 두기 시작했다.

 

 


MZ세대는 단순히 옛것을 흉내 내는 세대가 아니다. 그들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아날로그적 방식을 선택하면서 음악 소비를 ‘느끼는 경험’으로 확장시켰다. 디깅을 통해 과거의 음악과 연결되고, LP바에서 집단적 몰입을 통해 새로운 감정을 공유하며, 아날로그 사운드로 음악의 본질에 접근한다.
이러한 흐름은 음악 소비의 새로운 철학을 만들어가고 있다. 빠르게, 많이, 편리하게만 추구하던 디지털 시대에서 벗어나, 음악을 ‘천천히’, ‘깊게’, ‘감각적으로’ 듣는 MZ세대의 선택은 단지 유행을 넘어, 지금 시대의 감성과 욕망을 반영하는 문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작성 2025.08.07 23:12 수정 2025.08.07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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