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타결된 한미 무역협상이 양측의 ‘서로 다른 발표’로 인해 외교·경제 양면에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백악관과 한국 대통령실이 각각 내놓은 설명은 겉으로는 같은 합의를 말하는 듯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핵심 쟁점에서 판이하게 엇갈린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이번 합의를 “역사적인 시장 접근(historic market access)”이라 규정하며, 한국이 미국산 자동차와 쌀을 포함한 제품에 대해 전례 없는 개방을 약속했다고 발표했다. 더 나아가 한국이 미국 산업 활성화를 위해 3,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그 투자 수익의 90%를 미국 정부에 귀속시켜 국채 상환 등 트럼프 대통령이 지정하는 용도로 사용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레빗 대변인은 “이 딜은 최종적”이라며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임을 강조했다.
반면 한국 대통령실은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 대통령실은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며, 미국 측이 언급한 ‘개방’은 이미 이뤄진 시장 접근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농민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정치적 고려와도 맞닿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자동차 관세 등 다른 분야에서 충분한 양보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국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투자 수익 90% 귀속 문제 역시 해석의 간극이 크다. 미국은 ‘귀속(goes to)’이라는 표현을 통해 사실상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가는 구조임을 분명히 했지만, 한국 대통령실은 이를 “보유(retain)”, 즉 재투자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상적인 문명국가에서 한쪽이 이익의 90%를 일방적으로 가져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우리가 어떻게 해석하느냐’보다 ‘미국이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있다. 국제협상에서 상대방의 공식 발표는 협정의 해석과 이행 과정에서 사실상 기준점이 된다. 백악관의 발표가 명확한 만큼, 향후 협상 세부 이행 과정에서 미국은 이를 근거로 강한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번 한미 무역협상은 고대 외교사에서 종종 목격되던 ‘조문 해석의 전쟁’을 연상케 한다. 춘추전국시대, 조문 속 한 단어 차이가 전쟁과 평화를 갈랐던 사례가 있다. 오늘날에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한쪽이 ‘완전 개방’을 말하고 다른 쪽이 ‘추가 개방 없음’을 주장한다면, 승자는 결국 협상 문구를 국제적으로 선점한 쪽이 될 것이다. 이번 협상은 ‘협정문 자체’보다 ‘누가 세상을 향해 먼저 정의를 내리느냐’가 관건이다. 한국이 백악관의 ‘공식 해석’에 맞서려면, 감정적 반발이 아닌 국제법적·외교적 해석 싸움에서 치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하고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