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함께 놀지 않게 되었을까? - 디지털 세대에 던지는 질문

‘함께 놀던 시대’는 왜 사라졌는가

 

 

 

 

왜 우리는 함께 놀지 않게 되었을까? - 디지털 세대에 던지는 질문

 

 

 ‘함께 놀던 시대’는 왜 사라졌는가

 

"너희들 또 골목에서 노냐? 저녁 먹을 시간이다!"

이 한마디는 1990년대 이전을 살아온 많은 사람들의 추억 속에 남아 있다. 아이들이 모이면 언제나 놀이가 시작됐다. 술래잡기, 공기놀이, 말뚝박기, 비석치기. 놀이는 단순히 시간을 때우는 수단이 아니었다. 그 시간, 그 공간에는 아이들이 함께 호흡하며 마을이라는 살아 있는 공동체를 구성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놀이터는 텅 비었고 골목길에는 정적만이 남았다. 학원, 스마트폰, 아파트. 개인화되고 디지털화된 일상 속에서 ‘함께 노는 문화’는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 더 이상 아이들은 마을을 중심으로 관계를 맺지 않는다. 학교와 가정이라는 제한된 공간, 그리고 유튜브나 게임이라는 ‘1인 콘텐츠 소비’에 갇힌 채 놀이의 세계에서 멀어졌다.

놀라운 사실은, 이런 변화가 단지 기술과 환경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함께 놀기’가 줄어든 것은 마을이 공동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놀이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함께 노는 관계망이 무너진 것이다.

 

 마을 놀이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었다

 

우리는 종종 놀이를 ‘비생산적’이고 ‘시간 낭비’로 치부한다. 하지만 전통적인 마을 놀이에는 깊은 사회적 의미가 숨어 있다. 그것은 사회화의 공간이자, 갈등 조정의 훈련장이었으며, 공동체 정체성을 확인하는 의식이었다.

예컨대, 정월대보름의 윷놀이는 단지 승패를 겨루는 게임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서로를 확인하고 새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통과의례였다. 남녀노소가 한자리에 모여 나누는 유희 속에는 위계와 질서, 배려와 양보, 협동과 전략이 함께 존재했다.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눈치 보는 법을 배우고, 때로는 져주는 기술을 익히며, 어른들의 세계를 엿보았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싸움을 중재하면서 갈등 해결 방식을 보여주고, 어떤 규칙이 작동하는지를 직접 전달했다. 즉, 놀이는 비공식 교육 시스템이자 사회 규범의 훈련장이었다.

놀이는 공동체의 언어였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놀이가 시작되면 웃음이 피어났고, 낯선 사람도 친구가 되었다. 이처럼 마을 놀이는 개인의 즐거움을 넘어, 공동체를 조직하고 유지시키는 핵심 매개체였다.

 

 놀이의 붕괴가 공동체에 남긴 공백

 

그렇다면 놀이가 사라진 지금, 우리는 무엇을 잃었을까?

단순히 웃음과 흥분의 시간을 잃은 것만은 아니다. 공동체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사람 사이의 온기’를 잃었다. 이웃을 잘 모르는 사회, 골목이 없는 도시, 놀지 않는 아이들.  이 모든 조각들이 맞물려 고립된 삶의 구조를 만든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하루 평균 자유 놀이 시간은 30분도 채 되지 않는다. 더 놀라운 것은, 아이들이 놀더라도 대부분 ‘디지털 기기’를 통한 1인 놀이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친구와의 상호작용은 줄고, 비대면 채팅이나 영상 콘텐츠를 통한 ‘일방향 자극’이 일상화되었다.

놀이의 부재는 공감 능력의 저하, 집단 갈등의 증가, 정서적 고립감으로 이어진다. 학교폭력, 무기력, 우울감은 결코 아이들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이 더 이상 함께 뛰놀지 않고, 갈등을 놀이 속에서 해결해보는 경험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놀지 않는 사회는 서로를 모르는 사회다.

그리고 서로를 모르는 사회는 결국, 신뢰를 잃는다. 신뢰가 사라진 마을에는 공동체의 회복도, 연대도 없다.

 

 함께 놀기 위한 작은 회복 실천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회복해야 할까? 바로 “같이 노는 법”이다.

놀이는 단순히 과거의 향수에 머무를 일이 아니다. 놀이의 공동체적 가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실제로 전국 곳곳에서는 마을 단위 놀이 축제, 전통놀이 교육, 마을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매주 금요일 ‘마을 놀이 시간’을 운영하고 있다. 학부모, 이웃 주민, 교사, 아이들이 함께 모여 옛 놀이를 함께 체험한다. 이 활동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잊고 있던 ‘웃음과 연결의 경험’을 되살려준다.

놀이가 다시 공동체의 언어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크지 않다. 작은 공터, 열린 마음, 그리고 같이 놀 사람. 단 3가지만 있으면 된다. 행정적으로는 ‘놀이 공간 확보’와 ‘놀이 프로그램 지원’이 절실하며, 개인 차원에서는 ‘함께 놀 기회 만들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주말마다 열리는 ‘골목놀이데이’, '아빠와 아이 전통놀이 체험', '이웃과 윷놀이하기' 같은 이벤트는 작은 실천이지만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놀이가 다시 마을을 회복시키고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같이 놀아보자’는 한 마디에서 출발한다.

 

 미래를 위한 놀이의 질문

 

"왜 우리는 함께 놀지 않게 되었을까?"

이 질문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이웃에게, 우리 사회 전체에게 묻고 또 답해야 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기억을 물려줄 것인가?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갈 것인가?

함께 웃고 함께 숨 쉬는 삶을 지속할 수 있는가?

놀이의 회복은 공동체의 회복이며, 사회적 치유의 첫걸음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같이 놀자"는 초대 한 마디다. 이 작고 사소한 초대가, 마을을 다시 살아 움직이게 만들 것이다.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5.09.01 14:40 수정 2025.09.0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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