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 경기는 인도유럽어족의 여러 언어 중에서 주로 쓰이는 문자인, “로마자”의 26개 알파벳 순서에 따라 참가국들의 목록이 정해진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알파벳이란 음소문자(音素文字, alphabet)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 정의에 의하면 아부기다(Abugida), 아브자드(Abjad) 문자체계도 알파벳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한글도 음소문자(音素文字, 알파벳)의 일종이다. 예를 들면 대한민국에서 개최된 1988년의 서울올림픽과 2018년의 평창동계올림픽의 개막식에서는 참가국이 가나다순으로 입장했다. 외국인들이 한글을 지칭할 때 Hangul(한글) 또는 Korean Alphabet(코리안 알파벳)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알파벳”이라고 하면 로마자(Latinum, 라틴어)를 가리키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알파벳이라는 낱말의 정의를 “그리스 문자, 로마자 등의 구미 언어의 표기에 쓰는 문자들을 통틀어 이르는 말. 즉, 로마자를 이른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알파벳의 기원은 페니키아 문자(Phoenician alphabet)로서 이 문자는 그리스 문자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페니키아 문자는 22개의 철자밖에 없어서 배우기가 쉬웠고, 페니키아 상인들의 활발한 무역 활동에 의해 급속히 퍼져나가면서 여기저기서 쓰이게 되었다. 페니키아 문자에는 자음밖에 존재하지 않았는데, 그리스인들은 그런 페니키아 문자에 그리스어에는 없는 자음들을 나타내는 글자들을 자신들의 모음을 나타내는 글자인 α(alpha), ε(epsilon), η(eta), ι(iota), ο(omicron)로 사용하게 되었고, 그로써 최초의 알파벳인 그리스 문자가 만들어졌다. 그리하여 첫 번째 글자인 알파(α)와 두 번째 글자인 베타(β)로 이어지는 알파벳이 완성되었다.
그리스 문자를 배운 에트루리아(Etruria) 사람들은 이를 자신들에게 알맞게 변형하여 사용하고 라틴(Latin)족에게 전해주게 되었는데 그것이 로마자(Roman Alphabet: 라틴어)가 되었다. 그리고 슬라브인들이 동로마 제국의 그리스 문자를 배운 후 이를 자신들에게 맞도록 변형해 키릴 문자(Kirill Alphabet: 러시아 문자)를 만들었다. 그 외 아베스타 문자(Avesta Alphabet), 티피나그 문자(Tifinagh Alphabet), 조지아 문자(Georgian Alphabet), 아르메니아 문자(Armenian Alphabet) 등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다. 그 밖에도 세계 각지에서 아브자드(Abjad: 아랍어같이 자음만 있는 문자)였던 글자가 변형되면서 알파벳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한글도 독자적으로 생긴 알파벳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로마자, 그리스 문자, 키릴 문자 같은 나열식 선형(線形, Linear) 문자와는 달리, 한글은 조립식 비선형(非線形, Nonlinear) 문자로서 자모(字母)를 음절별로 합치는 음소문자와 음절문자의 특색을 모두 갖추고 있다. 이런 문자의 형성과정에서 보듯 우리 한글은 여러 고대문자 중에서도 비슷한 유형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참으로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소리 문자이다.
우리가 이런 독창적인 문자를 가졌다는 말은 그만큼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것을 다른 새로운 분야에서도 얼마든지 새롭게 창출해 낼 수 있는 자질과 재능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민족이라는 말이 된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현대는 분야를 막론하고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신기술이나 신제품을 만들어야만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 한글 창제가 말해주듯 우리는 바로 그런 저력을 가지고 있는 민족이다.
문제는 그런 저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와 법을 만드는 것이다. 그릇이 있어야 담을 수 있는 것처럼 그런 저력을 발휘하게 하는 튼튼한 법적 바탕이 있어야 우리의 저력이 발휘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지도자들이 하루빨리 당익(黨益)이 아니라 국익(國益)에 초점을 맞추어 법을 개정해야 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손 영일 컬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