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 음료가 체지방을 부른다: 얼죽아의 역설
소화력 저하, 대사량 감소, 부종까지… 찬 음료의 5가지 함정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손에서 놓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라 불리는 이 문화는 단순한 기호로 여겨지지만, 다이어트와 건강의 측면에서 들여다보면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시원한 청량감이 주는 만족감 뒤에는 소화력 저하, 대사량 감소, 혈당 급등, 갈증 착시, 부종이라는 다섯 가지 함정이 숨어 있다. 기자의 시선에서 이 문제를 해부해본다.

1. 위장을 얼려버리는 차가운 충격
몸은 체온을 유지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한다. 뜨겁게 조리된 음식을 먹은 뒤 얼음 가득한 음료를 들이켜면, 위장은 순간적으로 긴장하고 소화 효소의 활동이 둔화된다. 실제로 내과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 중에는 특별한 기질적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생활습관을 들여다보면 아이스 음료가 빠지지 않는다. 음식물이 위에 오래 머물면 영양소 흡수율이 떨어지고, 대사 효율도 낮아져 “먹는 만큼 살이 안 빠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2. 갈증을 허기로 착각하게 만든다
아이스 음료는 마실 때 청량감을 주지만 실제로는 체내 수분 보충 속도를 늦춘다. 차가운 액체는 체온에 맞춰 데워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흡수가 지연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몸이 충분한 수분을 얻지 못했다는 신호를 ‘허기’로 오해한다는 데 있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 흔한 “밥 먹은 지 얼마 안 됐는데도 배가 고픈 느낌”의 상당수가 사실은 수분 부족에서 비롯된다. 아이스 음료 습관은 결국 불필요한 간식을 찾게 만드는 도화선이 된다.

3. 혈당 급등의 숨은 통로
얼죽아들의 대표 메뉴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라테, 프라푸치노류다. 문제는 차가운 음료일수록 단맛이 덜 느껴져 더 달게, 더 많이 마시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시럽이나 휘핑 크림이 추가된 음료는 혈당을 급격히 올려 인슐린 분비를 자극한다. 인슐린은 ‘저장 호르몬’으로 불린다. 즉, 남은 에너지를 지방으로 전환해 체내에 저장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얼죽아 습관이 체지방 증가로 이어지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다.

4. 체온 저하와 기초대사량 하락
체온은 다이어트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일본의 한 연구에서는 체온이 1도 떨어질 때 기초대사량이 약 10% 감소한다고 보고했다. 기초대사량은 우리가 숨 쉬고, 심장이 뛰고, 체온을 유지하는 데 드는 최소한의 에너지 소비량이다. 찬 음료가 잦으면 몸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말초 혈관을 수축시켜 혈액순환을 줄이고, 그 결과 손발이 차가워지면서 전신 대사가 느려진다. 체온 관리가 중요한 여성들의 경우 다이어트 실패뿐 아니라 생리불순, 호르몬 불균형까지 동반될 수 있다.

5. “위로는 청량, 아래로는 부종”
시원한 음료 한 잔이 주는 순간의 해방감은 달콤하다. 그러나 그 대가는 부종이다. 몸이 차가워지면 혈액과 림프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노폐물이 잘 배출되지 않고, 하체에 무겁게 정체된다. 다이어트를 하며 운동과 식단을 철저히 지키는데도 체중계 숫자가 요지부동인 경우, 원인은 바로 이 ‘숨은 부종’일 수 있다. 거울 속의 모습이 늘 부은 듯 무겁게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얼죽아는 기호의 문제가 아니다. 찬 음료는 위장을 얼리고, 갈증을 허기로 둔갑시키며, 혈당을 치솟게 하고, 기초대사량을 낮추고, 부종까지 불러온다. 결국 체중 감량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역행시키는 셈이다. 다이어트 성공을 원한다면, 음료 한 잔부터 다시 선택해야 한다. 따뜻한 물, 허브티, 보리차가 몸의 대사를 살리고 지방 연소를 돕는다는 점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뒷받침된다.
“얼죽아” 대신 “따죽아(따뜻해도 죽어도 따뜻한 음료)”를 선택하는 작은 습관이, 뱃살을 줄이고 체중계를 움직이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일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