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22일부터 23일까지 경상남도 진주에 있는 한 펜션에서는 제1공수특전여단 출신 전우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과거 생사를 함께 넘나들며 군복을 입고 활강하던 시간은 오래 흘렀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여전히 ‘전우’라는 이름에 걸맞았다. 이번 모임은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 특전사에서 보내던 시절의 강훈련과 동지애를 되새기며 서로를 격려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제1공수특전여단은 대한민국 육군에서도 고강도 훈련으로 손꼽히는 부대다. 낙하산을 메고 하늘에서 뛰어내리던 고공강하, 산악 지형을 빠르게 돌파하는 기동훈련, 혹한기 작전과 같은 특수임무가 일상이었다. 이러한 훈련은 체력·기술뿐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을 요구했다. 청춘을 바친 장병들은 이 과정에서 강철 같은 인내심을 길러냈다.
특히 태권도와 특공무술은 특전사 장병들에게 기본이자 필수 훈련이었다. 매일 아침부터 이어지는 맨몸기초와 품새·대련 훈련은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과정이었다. 실전상황을 가정한 특공무술 훈련에서는 낙법, 제압기술, 각종 회피·공격 동작을 반복하며 몸에 익혀야 했다. 단순한 무술이 아니라 작전 수행 능력과 생존 기술을 동시에 길러주는 중요한 훈련이었다. 수없이 이어지는 주먹 지르기와 발차기, 흙바닥에 넘어지며 익힌 동작들은 전우들의 몸과 마음을 단련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천리행군은 그중에서도 전우들의 기억에 가장 깊이 남아 있는 훈련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도로와 산길을 군장을 짊어지고 걸어나가야 했고, 발바닥이 터져 피가 배어나와도 멈출 수 없었다. 물집이 생기면 실과 바늘로 꿰매 다시 걷는 일이 흔했다. 비가 쏟아지는 산속에서는 젖은 장작에 불을 붙여 야전반합에 밥을 지어야 했고, 여러 번 실패해도 다시 불씨를 살려야 했다. 고단한 행군 속에서도 한 명의 낙오도 허용되지 않았다.
수영훈련은 특전사만의 강도 높은 코스였다. 바닷물 속에서 이어지는 체력훈련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거칠었고, 물속에서도 땀이 날 만큼 격렬한 훈련이 반복되었다. 겨울철에는 스키장을 활용해 산악작전 능력을 키우는 혹한기 훈련이 이어졌다. 체온이 떨어지는 환경에서도 임무 수행을 위한 정신력과 기술을 익혀야 했다.
모든 훈련의 중심에는 검은 베레모 정신이 있었다. “안되면 되게 하라”라는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행동의 기준이었다. 훈련 중 수없이 마주한 한계 상황을 뛰어넘도록 만들어 준 원동력이었다.
세월이 흐르고 각자의 삶의 자리로 돌아갔어도 전우들 사이의 깊은 유대는 변하지 않았다. 혹독한 훈련을 함께하며 생사를 넘나들던 시절은 서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게 만든 시간이었다. 그 기억은 전역 후에도 삶을 지탱해 주는 뿌리가 되었고, 어려움 앞에서 쉽게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심어주었다.

이번 모임을 중심에서 이끈 인물은 제1공수특전여단 2대대 8중대를 책임지고 있는 양갑식(5기) 회장과 엄영준(8기) 총무였다. 두 사람은 오랜 세월 동안 선후배와 배우자들을 살뜰히 챙기며 전우회를 지켜왔다. 오뚜기 8중대는 약 12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부대이기에 결속이 더욱 강했고, 이러한 분위기는 수십년의 시간이 지나도 이어지고 있다.
전우들에게 전우애는 단순한 친밀함이나 추억의 감정이 아니다. 태권도의 기본기부터 특공무술의 연속 동작, 천리행군과 낙하산 강하까지. 고난을 함께 헤쳐 나간 시간은 서로를 믿을 수 있는 힘으로 남아 있다. 절벽 아래로 뛰어내릴 때, 적진을 가정한 상황에서 서로의 등을 맡겨야 했던 순간들이 이들에게 깊은 신뢰를 만들었다.
모임에 모인 전우들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다시 청춘으로 돌아간 듯 웃음과 눈물을 나누었다. 각자의 삶에서 겪은 어려움을 털어놓고 서로를 위로하며 앞으로의 시간을 응원했다. 이들에게 전우라는 이름은 세월도 바꾸지 못하는 굳건한 약속이었다.
이번 진주 모임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앞으로도 서로를 지지하겠다는 다짐의 자리였다. 특전부대 출신들에게 전우애는 사라지지 않는 정신적 유산이며, 후배들에게 이어져야 할 귀중한 가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