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달리는 말도 한 번에 열 걸음을 갈 수는 없지만, 느린 말도 열흘을 꾸준히 가면 목표에 이를 수 있다.” 중국 고대의 철학자 순자(荀子)의 이 말은, 성실한 노력과 꾸준함이 단기적인 재능이나 속도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이러한 철학은 현대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유효하다. 단기간의 성장보다는 일관된 방향과 지속 가능한 전략을 바탕으로 성과를 이룬 기업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화려한 외형이나 대규모 투자는 없지만, ‘느리지만 끈기 있는’ 경영을 통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인 ‘큐라티스(Quratis)’는 일반 대중에게는 아직 낯선 이름이지만, 감염병 백신 개발 분야에서 차근차근 성과를 쌓고 있는 기업이다.
대형 제약사에 비해 자본도, 인프라도 부족했던 큐라티스는 수익보다 연구에 집중하는 길을 택했다. 결핵 백신 개발에 장기간 투자하며, 국내외 정부 기관과 협업을 확대해왔다.
최근에는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들과 백신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큐라티스의 성과는 빠른 수익보다 ‘끈질긴 연구와 신뢰’가 장기적인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의 협업 도구 소프트웨어 회사 ‘베이스캠프(Basecamp)’는 실리콘밸리의 흐름과는 정반대 길을 걸어온 기업이다. 외부 투자를 거의 받지 않고, 전 직원 규모도 50명 내외로 유지하며 ‘작고 단단한 조직’을 지향해 왔다.
베이스캠프는 제품 기능을 자주 바꾸거나 화려한 신기술을 앞세우기보다는, 고객이 오랫동안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런 접근은 업계의 주목을 덜 받을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충성 고객층을 만들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가능하게 했다. 이 회사는 ‘빠르게 움직이는 것’보다 ‘꾸준히 옳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 위치한 유제품 브랜드 ‘라 파헤다(La Fageda)’는 특별한 철학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이곳은 정신 질환자와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요거트와 아이스크림을 생산한다.
이윤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고, 사람을 우선하는 경영 방식을 고수해 온 라 파헤다는 지역 사회와 소비자들의 높은 신뢰를 얻었다. 수익보다 가치를 먼저 생각한 이 기업은 오히려 시장에서 성공했고, 지금은 스페인 전역에서 유통되는 대표적인 유제품 브랜드로 성장했다. 라 파헤다는 ‘느리지만 사람 중심의 경영’이 결국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끈다는 대표적 사례다.
경쟁보다 방향, 속도보다 지속성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단순하다. 빠르게 성장하는 대신, 일관된 철학과 지속 가능한 경영 원칙을 유지해 왔다는 점이다. 요즘처럼 빠른 변화와 단기 성과에 대한 압박이 큰 시대일수록, 느리게 가더라도 꾸준히, 그리고 정확하게 가는 기업들이 더 강한 신뢰를 얻는다.
순자의 말처럼, 한 번에 열 걸음을 뛰기보다는 열흘 동안 한 걸음을 내딛는 자세가, 결국은 더 멀리 가는 길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