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촌이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서 가장 강력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두 남자가 있다. 한 명은 화려한 쇼맨십과 예측 불가능한 승부사 기질을 가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또 다른 한 명은 묵직한 침묵 속에 거대한 야망을 숨긴 중국의 시진핑이다. 최근 이 두 거물급 인사가 수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 통화 내용은 단순히 "잘 지내냐"라는 안부를 묻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멈춰있던 거대한 톱니바퀴가 다시 끼릭거리며 돌아가는 소리와도 같았다.
오늘 우리는 이 통화 한 통이, 다가올 4월의 베이징이 우리 삶에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지, 아주 흥미롭고도 인간적인 시선으로 들여다보려 한다.
수화기 너머의 숨소리: 탐색전은 끝났다
상상해 보자. 백악관의 오벌 오피스, 혹은 마러라고의 화려한 집무실에서 트럼프가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특유의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는 장면을 말이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렇게 적었다. "시진핑 주석과 아주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 우리의 관계는 매우 견고하다(Solid)."
이 '견고하다'라는 말은 참 묘한 단어다. 불과 얼마 전까지 무역 전쟁이니, 패권 경쟁이니 하며 서로 으르렁대던 사이가 아니던가? 그런데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마치 격렬한 권투 시합 1라운드가 끝나고, 잠시 코너에 앉아 숨을 고르며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는 두 챔피언의 모습 같다고나 할까.
사실 이 기류의 변화는 3주 전, 우리 땅 대한민국에서 감지되었다. 한국을 방문했던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 그때 두 정상이 나눈 악수의 온기가 채 식기도 전에, 이번 전화 통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때 그들은 서로의 눈을 보며 느꼈을 것이다. "이 싸움, 끝까지 가서 좋을 게 없다. 이제는 딜(Deal)을 해야 할 때다."
4월의 베이징: 벚꽃 피는 계절의 '빅 매치'
트럼프는 다가올 4월, 중국 베이징으로 날아간다고 선언했다. 이것은 단순한 외교적 방문이 아니다. 시진핑이 던진 초청장을 트럼프가 덥석, 그것도 아주 흔쾌히 받아들인 것이다. 더 흥미로운 건 시진핑 역시 조만간 미국을 '국빈' 자격으로 방문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는 점이다.
서로 오고 가는 초청장 속에 담긴 의미는 명확하다. "판을 키우자." 잔 펀치를 주고받는 잽(Jab) 싸움은 이제 지겨우니, 링 중앙에서 제대로 된 협상을 해보자는 신호다. 4월의 베이징은 벚꽃이 만발하겠지만, 협상 테이블 위에는 칼바람이 불 수도, 혹은 예상치 못한 따뜻한 봄바람이 불 수도 있다. 확실한 건, 전 세계의 이목이 그날의 베이징으로 쏠릴 것이라는 사실이다.
식탁 위에 올라온 세 가지 메뉴: 전쟁, 마약, 그리고 콩
그렇다면 그들의 식탁, 아니 협상 테이블에는 어떤 메뉴가 올라왔을까? 트럼프가 직접 언급한 세 가지 주제는 우리 인류가 직면한 가장 현실적인 고민을 그대로 보여준다.
첫 번째 메뉴는 가장 뜨겁고 매운맛, 바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다. 지구 반대편의 포성은 멈출 기미가 없고, 세계 경제는 그 여파로 휘청거리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이 "취임하면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내겠다"라고 호언장담했던 인물이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푸틴의 귀를 잡은 시진핑의 도움이 절실하다. 미국은 제재라는 채찍을, 중국은 러시아를 설득할 당근을 쥐고 있다. 두 거인이 "이제 그만하자"라고 동시에 외친다면? 길고 지루했던 전쟁의 터널도 끝이 보일지 모른다. 이것은 단순한 외교가 아니라, 무고한 생명을 구하는 일이다.
두 번째 메뉴는 씁쓸하고도 치명적인 독, '펜타닐'이다. 미국 사회를 좀비 영화처럼 만들고 있는 마약 펜타닐. 이 죽음의 가루는 국경을 넘어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 문제 앞에서 미국과 중국은 적이 아니라 '어벤져스'처럼 한 팀이 되어야 한다. 원료 공급을 막고 유통망을 차단하는 일, 이것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이 문제를 콕 집어 언급했다는 건, 중국에 "협조하면 보상을 주겠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나 다름없다.
세 번째 메뉴는 구수하지만 가장 중요한 밥줄, 바로 '대두(콩)'와 농산물이다. 갑자기 웬 콩 타령이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이 작은 콩알 속에 세계 경제의 흐름이 담겨 있다. 미국 중서부의 광활한 농장에서 자란 콩은 태평양을 건너 중국 인민들의 식탁에 오르는 돼지를 살찌운다. 미국 농부들에게 중국은 가장 큰 손님이고, 중국에 미국은 밥상을 책임지는 공급처다. 결국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는 자존심도 잠시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자신의 지지 기반인 농민들을 챙기고, 시진핑은 식량 안보를 챙기는, 서로의 가려운 등을 긁어주는 '실리(Realism)'가 이 대화의 핵심이다.
'빅 픽처(Big Picture)': 그들이 그리는 미래의 지도
트럼프는 이번 통화를 설명하며 "이제 큰 그림(Big Picture)에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문장에서 전율이 느껴지지 않는가? 지금까지의 관세 폭탄이나 기술 제재가 국지전이었다면, 이제는 세계 질서라는 거대한 판을 놓고 '타협'과 '분할'을 논의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흔히 '투키디데스의 함정(기존 패권국과 신흥 강대국의 충돌)'으로 묘사되곤 했다. 하지만 트럼프라는 지극히 상업적이고 현실적인 리더와, 시진핑이라는 장기 집권 전략가가 만났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그들은 파국적인 충돌 대신, 철저한 계산 아래 세상을 양분하거나 혹은 적절히 공존하는 새로운 질서를 모색할지도 모른다.
물론, 이것이 두 나라가 갑자기 절친한 친구가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한 손에는 악수를, 다른 한 손에는 언제든 찌를 수 있는 단검을 쥐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대화가 끊기지 않고, 서로의 핫라인이 살아있다는 것은, 우리가 탄 이 불안한 지구라는 배가 당장 좌초되지는 않으리라는 안도감을 준다.

고래들의 춤, 그 곁에서 우리는
미국과 중국, 두 거대 고래의 춤은 주변의 바닷물을 출렁이게 한다. 그 사이에 있는 우리 대한민국은 때로는 그 파도에 휩쓸릴지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두 정상이 3주 전 한국에서 만났고, 이제 다시 베이징에서 만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대화의 물꼬가 트였다는 것은, 불확실성이라는 짙은 안개가 조금씩 걷히고 있다는 희망적인 신호다.
내년 4월, 베이징의 하늘은 어떤 색일까? 미세먼지 가득한 회색일지, 아니면 화창한 푸른색일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트럼프와 시진핑, 두 남자의 만남이 단순한 쇼가 아니라, 전쟁을 멈추고 경제의 핏줄을 다시 돌게 하는 '치유의 만남'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결국 정치도, 외교도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미국 아이오와주의 농부가 웃고, 중국의 공장 노동자가 안심하며, 우크라이나의 아이들이 다시 학교에 갈 수 있게 만드는 것. 그 거창하지만, 소박한 목표를 위해 두 정상이 자존심을 건 '세기의 밀당'에서 멋진 합의점을 찾기를, 한 사람의 지구인으로서 응원하며 지켜볼 뿐이다.
자, 이제 팝콘을 준비하자. 내년 4월의 베이징에서 펼쳐질 드라마는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