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업 인테리어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아온 ST디자인이 확장의 기점을 맞이한다. 자체 운영 공간 ‘문래오층’을 직접 운영하며 공간의 사용성과 경험을 깊이 있게 이해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제 ST디자인은 디자인 역량과 운영 감각을 결합해 ‘공간 브랜딩’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디자인 이상을 지향하는 이 전환이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상업 공간의 문법을 다뤄온 ST디자인의 설계 감각
ST디자인은 카페·베이커리, 레스토랑, 이자카야·펍, 오피스, 병원·약국, 교회, 프랜차이즈 리모델링 등 다양한 상업 공간을 설계·시공해온 디자인 스튜디오다. 업종마다 요구되는 고객 동선, 조도, 가구 배치, 주방·카운터 구조까지 세부 요소가 달라지는 만큼 프로젝트마다 업종 특성에 맞는 사용성과 브랜드 이미지를 정교하게 설계해왔다.
박선영 대표는 업종별 감성과 사용자 경험을 공간으로 해석하는 디자인을 총괄하고, 김태훈 대표는 이를 높은 완성도로 구현하는 시공 전문가다. 두 대표가 분업 구조로 협업하는 방식은 다양한 업종에서도 균일한 품질을 보여줄 수 있는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박 대표는 “공간은 결국 사람이 머무는 곳이기 때문에 어떤 결(結)을 표현할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고객 중심의 디자인 철학을 전했다.
주거·상업을 넘나든 10년의 내공과 변화의 시작

박선영 대표의 디자인 감각은 오랜 시간 축적된 개인적 바탕에서 비롯된다. 홍익대학교 미대 출신으로 고등학생 시절에는 직접 만든 HOT 팬아트를 굿즈로 제작해 판매하며 ‘사업가적 기질’과 ‘디자인 실력’을 동시에 증명한 경험이 있다.
기차를 타고 서울 행사장을 찾아가 굿즈를 판매하던 일화는 지금의 창업가적 직관과 실행력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이후 인테리어 현장에 발을 들이게 된 것도 우연이었지만 직업적 적합성은 명확했다.
“제 성향과 정말 잘 맞았어요. 뜯고, 부수고, 거칠고… 그런데 완성되었을 때 공간이 예쁘게 나오는 그 순간의 쾌감이 아주 컸죠.”
박 대표는 디자인뿐 아니라 시각적 민감함, 구조적 이해, 섬세한 완성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느낀 일”이라고 말한다. 남편 김태훈 대표 또한 시공 전문가로서 박 대표와 정확히 맞는 역할을 맡았다.
“제가 구상하고 표현하면, 남편은 그걸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할지 정확히 알고 있어요.”
두 사람의 니즈와 역량이 자연스레 결합되며 ST디자인의 기반이 구축됐다.
문래오층 운영이 만든 전환점: 공간은 사람을 모으는 무대

겨울 비수기, 단순한 사무실 용도로 얻은 공간은 금세 파티룸이 되었고 이후 강의·모임·워크숍이 열리는 복합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홍보 없이도 예약이 이어졌고, 스레드를 통해 문래오층이 자연스럽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흐름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사건도 있었다. 올해 초, 문래오층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해 공간이 훼손된 일이 있었고 이 소식이 스레드를 중심으로 퍼지며 많은 이용자들의 관심과 응원이 이어졌다.
일종의 ‘커뮤니티 화제’가 되면서 문래오층은 오히려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고 단순한 대여 공간을 넘어 사람들이 기억하고 지켜보고 싶은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문래오층에서는 이후 소규모 강의부터 프리마켓, 신앙 모임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생성됐다. 박 대표는 이 경험들을 통해 공간이 실제 사용자에 의해 어떻게 재구성되는지를 몸으로 이해하게 됐다고 말한다.
“운영을 해보면 도면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어요. 무엇이 편하고 불편한지, 사람들이 어떤 속도로 움직이는지 같은 것들이요.”
문래오층에서의 경험은 ST디자인의 디자인 관점을 단순한 ‘시공’에서 ‘사람을 담는 공간’으로 확장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공간 브랜딩으로의 확장, 새로운 브랜드의 준비
문래오층 운영을 통해 박선영 대표는 자연스럽게 ‘공간 브랜딩’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찾았다. 공간을 단순히 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이 담아야 할 브랜드의 결·목적·메시지를 함께 설계하는 방식이다.
“공간의 주인은 디자이너가 아니라 고객입니다. 고객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브랜드를 운영하는지를 공간으로 표현하고 싶어요.”
현재 ST디자인은 새로운 공간 브랜드를 준비 중이며, 공식 출범은 내년 초로 예정돼 있다. 브랜드명은 비공개지만 운영 경험과 디자인 내공을 결합한 브랜드 기반 공간 디자인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박 대표는 “너무 거창하게 포장하기보다 내가 잘할 수 있고 재미를 느끼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확장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자연스러움 뒤에는 홍대에서 다져온 시각적 감각, 굿즈 판매로 드러난 창업가적 본능, 인테리어가 ‘적성’임을 확신한 10년의 현장 경험, 문래오층 운영으로 얻은 실전 감각이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다.
ST디자인이 앞으로 만들어갈 ‘다음 공간’을 기대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