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결국, 우리가 살고 싶은 세계를 선택하는 일이다.”이 문장은 이제 비유가 아니라 현실이 되었다. 기후 변화로 계절의 예측 가능성이 무너진 지금, 우리는 여행을 계획할 때 자연스럽게 기후를 먼저 확인한다. 목적지의 음식이나 명소보다, 폭염·폭우·미세먼지·산불을 피할 수 있는지 여부가 우선한다. 이 새로운 이동의 방식을 사람들은 “기후여행”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밈에서 사회현상으로 확장된 “기후여행”
본래 기후여행은 일부 학계에서만 사용되던 개념이었다. 그러나 2020년대에 접어들며 폭염, 장기 가뭄, 산불, 미세먼지와 같은 극단적 기후가 일상이 되자 대중의 언어로 자리 잡았다. 남유럽의 폭염으로 관광객이 북유럽으로 이동하고, 동남아의 우기 변화가 여행 시기를 바꾸며, 한국에서는 겨울 미세먼지를 피해 제주·동남아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이제 기후는 단순한 환경 요소가 아니라 여행 산업 전체를 재구성하는 핵심 변수가 되었다.
여행의 목적이 바뀌었다 : 휴식에서 ‘살기 위한 선택’으로
기후여행은 계절을 맞춰 떠나는 단순한 여행과 다르다. 이는 인간이 자신에게 더 적합한 환경 조건을 찾아 이동하는 생존적 선택이다. 여름철 도시의 열섬을 피해 강원 고지대나 북유럽으로, 겨울철 탁한 공기를 피해 남쪽 지역이나 해외로 이동하는 패턴이 이미 일상화되었다. 우리는 어느새 자연의 컨디션을 기준으로 이동하는 존재가 되었고, 기후가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직접적인 지표가 되었다.
기후가 지역의 운명을 다시 쓰다
기후 변화는 지역 경제와 도시의 경쟁력을 새롭게 재편하고 있다. 폭염이 잦은 지역은 관광 매력이 하락하고, 상대적으로 온화한 지역은 체류형 관광·장기 거주형 여행지로 떠오른다. 한국에서도 이미 ‘여름 피난지’, ‘겨울 공기 좋은 지역’과 같은 새로운 관광 브랜드가 등장하고 있으며, 이는 기후가 지역의 미래 산업을 결정하는 자원임을 보여준다.
기후여행은 새로운 윤리적 기준을 요구한다
흥미롭게도, 기후 때문에 떠나는 여행은 역설적으로 기후를 지키는 책임을 포함한다. 지속 가능한 이동수단, 친환경 숙박, 지역 생태 보전 활동 등 저탄소 여행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 기준으로 떠오른다. 기후여행은 자연을 소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자연과 균형을 이루며 머무르는 방식을 요구하는 새로운 시대의 여행이다.
기후여행이 우리 사회에 남긴 질문
기후여행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변화된 시대적 요구의 반영이다. 기후의 불안정이 삶의 가장 기초적 조건을 흔들고 있으며, 이동의 방식과 지역의 가치는 물론 여행의 의미까지 바꾸고 있다. 기후여행은 우리에게 두 가지 질문을 남긴다. “당신은 어떤 세계를 선택해 떠나는가?” 그리고, “당신은 어떤 세계를 다음 세대에 남기고 싶은가?”
기사 후기: 지난 12월 10일 천리포수목원에서 열린 기후여행자 임영신 작가의 ‘기후여행 이야기’ 북토크에 참석했다. 현장에서 마주한 작가의 시선과 문제의식은 적지 않은 여운을 남겼으며, 그 울림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이 기사를 정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