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의 한 실내 체육 공간. 철제 구조물 위로 몸을 올리는 소리와 매트 위에 착지하는 둔탁한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난 12월 12일 열린 파쿠르 잼 현장은 최근 달라진 분위기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었다.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피지컬 아시아’를 통해 대중의 주목을 받은 세계적인 파쿠르 선수 돔 토마토의 방문은, 파쿠르라는 종목 자체를 다시 한국 사회의 관심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이날 현장에 모인 참가자들의 공통점은 분명했다. 대부분이 “피지컬 아시아를 보고 파쿠르에 관심이 생겼다”는 계기를 갖고 있었다. 이전까지 파쿠르는 일부 익스트림 스포츠 마니아의 영역으로 인식돼 왔지만, 최근에는 ‘직접 배울 수 있는 운동’으로 질문이 바뀌고 있다. 파쿠르가 무엇인지보다, “어디서 배울 수 있느냐”를 묻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돔 토마토는 이날 기술 시범에 앞서 참가자들과 같은 공간에서 몸을 풀며 잼 세션에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그는 특정 기술을 강조하기보다, 움직임의 흐름과 안전한 착지,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는 태도를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화려한 장면보다 기본 동작을 중요하게 다루는 방식은, 파쿠르가 단순히 위험한 운동이라는 기존 인식을 깨기에 충분했다.
현장에는 파쿠르를 처음 접한 입문자부터 수년간 수련해온 숙련자까지 다양한 참가자들이 함께했다. 기술 수준은 달랐지만 분위기는 일관됐다. 누군가의 점프가 성공하면 박수가 이어졌고, 실패해도 자연스럽게 격려가 오갔다. 경쟁보다는 경험을 공유하는 모습은, 파쿠르가 기록 중심의 스포츠가 아니라 과정 중심의 움직임이라는 점을 분명히 드러냈다.
이번 행사가 열린 공간은 국내에서 파쿠르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파쿠르 학원으로 알려진 언더커버다. 이곳은 단순한 수업 공간을 넘어, 파쿠르를 지속적으로 연습하고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 역할을 해오고 있다. 최근 파쿠르에 대한 검색이 늘어나면서, 실제로 파쿠르 학원을 찾는 문의 역시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현장에서 만난 한 참가자는 “영상으로만 보던 파쿠르를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체계적이고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파쿠르는 무모한 점프가 아니라 몸을 이해하는 운동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반응은 파쿠르에 대한 대중 인식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피지컬 아시아’와 같은 대중 콘텐츠의 영향이 단순한 유행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파쿠르를 실제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관심이 행동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과 훈련 공간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파쿠르 현장에서 커뮤니티와 교육을 중심으로 한 움직임이 강화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돔 토마토의 방문은 하루의 이벤트로 마무리됐지만, 그 여운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파쿠르를 검색하고, 파쿠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지금, 한국 파쿠르는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더 이상 화면 속 기술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경험하는 스포츠로 파쿠르가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그 흐름은 이미 현장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