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초, 내 마음의 6초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사거리의 건널목은 29㎡이다. 얼마 전의 일이었다.
출장을 갔다 오는 길이었다. 보행자 신호가 초록색 신호로 바뀌어 사람들이 일제히 건너기 시작한다. 멀리서 신호가 바뀐 것을 본 나는 빠른 걸음으로, 건널목으로 향했다. 부지런한 나의 걸음걸이로 앞선 무리의 뒤꽁무니를 따라잡은 나는 나름대로 여유가 있게 호흡을 조절하고 건너고 있었다. 근데 잠깐 옆을 보니 지팡이를 짚고 가시는 어르신 한 분이 내 눈에 들어온다. 그 어르신은 아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시는데 곁눈질로 슬쩍 보니 여유로운 느린 걸음이 아닌 한걸음 한걸음에 집중 최선을 다하는 걸음이다. 얼핏 보니 편마비로 인한 불편함이 있어 보이신다. 근데 이게 웬일인가? 초록색 신호가 벌써 깜박이고 있다. 부지런히 따라잡은 나의 걸음으로도 아슬아슬할 터인데 어르신은 건널목을 이제 겨우 반을 건너고 있는데 말이다. 다 건너지 못하고 적색신호를 맞이할 것이 눈에 훤하게 보인다.
순간 생각했다.
'부축해 드려야 하나? 아닌 운전자들의 미덕을 기대하고 나는 나의 갈 길을 갈 것인가?' 그 순간 언젠가 비슷한 경우 떠올려졌다. 그땐 신호에 충실한(나름 몰상식한) 운전자들이 미처 다 건너지 못한 어르신에게 “빵빵~”경적을 울렸던 상황이 기억도 났다. 잠깐 고민하다가 나의 다음 행동을 결정했다.
그 할아버지의 대각선 한걸음 뒤쪽에서 할아버지의 보폭에 맞추어서 걷는 것을 선택했다.
2/3를 넘겼을 즈음에 건널목에는 할아버지와 나 둘뿐이었고 예상대로 신호에 충실한 차들은 멀리서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달려오는 차량을 향해 멀찌감치 손을 들어 ‘여기 사람이 아직 건너고 있음’을 표하였다. 할아버지는 차량이 오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주위에 누가 있는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지팡이에 의지하여 부지런히 길을 건너고 있었다. 매너 있는 운전자들의 기다림 속에서 할아버지와 나는 무사히 건널목을 건넜다. 광화문사거리의 넓은 건널목을 다 건넌 할아버지가 안도하는 숨소리가 들렸다. 나도 안도의 숨을 쉬고 나의 길을 재촉했다. 할아버지 뒤에서 따라 건넌 시간은 채 30초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맘 졸림의 시간은 그보다는 몇배 족히 많았던 시간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길이라는 것이 사람 중심이 아닌 차량이 중심으로 바뀌었다.
보행권보다는 차량 이동권이 교통의 정책에서 우선이었던 시기들이 있었던 것 같다. 이즈음 정책의 산물은 육교이다. 건널목을 신설하면 직선거리이건만 육교를 만들어 오르막 내리막을 만들었다. 도로에 건널목을 만들게 되면 차량의 흐름을 방해하게 된다는 이유로 육교를 만들었을 것이다. 물론 초등학교 인근 대로에서 육교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필요로 만들어진 곳도 있을 것이다. 물론 육교도 있고 건널목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말이다. 육교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유모차로 이동하는 부모님들,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어르신들에게도 참 불편했었다. 보행자의 보행권이 강화되는 즈음에 점점 육교는 철거되고 그 자리에 건널목을 설치하게 된다. 부득이하게 육교가 있어야 하는 곳은 육교에 엘리베이터를 겸하는 곳도 생겨난다. 광화문사거리는 지하도를 통해 두더지처럼 이리 쏙, 저리 쏙 빼꼼히 얼굴을 내밀려 건너편으로 건너다녔었다. 그 광화문사거리에 건널목이 생겨난 시점도 아마 이 시기쯤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여전히 보행 약자를 배려하기에 부족한 건널목, 교통시설에 대한 사회적 문제 제기를 여러 단체가 제기한다. 보행권 연대, 무장애거리, 차별철폐 등에서 제도적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은 충실히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보완하는 중일 거다. 정책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들은 당연히 보완되고 있다.
2025.5월 정부는 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 대책을 발표하였다.
2024년 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521명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지만 보행 중 사망자는 전년 대비 3.8%(886명>>>920명)가 늘었고, 그중 65세 이상 고령자(616명)는 67%를 차지했다. 여러 대책 중에서 교통약자가 안심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전통시장, 병원 인근 등 고령자 통행이 많은 건널목의 시간을 1초당 1㎡ 보행 기준에서 0.7㎡ 보행 수준으로 연장(1,000곳)을 시행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건널목의 보행신호는 건널목 '보행진입시간 7초+건널목 길이(m)'로 결정된다.
즉 보행자가 건널목을 건널 때 신호 시간은 기본적으로 보행 진입시간 ‘7초’ + 건널목 ‘1m당 1초’를 원칙으로 결정되는데, 예외적으로 어린이, 장애인 등 교통약자 이동이 많아 배려가 필요한 장소에는 더 긴 보행 시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건널목의 길이가 광화문사거리의 건널목처럼 29m이면, ‘보행 진입시간(7초)+건널목 길이(29m)’로 36초 동안 건널목 녹색 신호가 유지되지만, 보행 약자(어린이, 어르신, 장애인)나 유동 인구가 많아 보행밀도가 높은 지역의 건널목은 ‘1m당 1초’보다 완화된 ‘0.8m당 1초’를 기준으로 보행 시간이 결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29m 길이 광화문 건널목이 '보행교통약자 배려장소로 지정이 되었다면 건널목 녹색 신호 시간은 ‘보행 진입시간(7초)+보행 약자 신호 시간 산정기준(29÷0.8)’로 43초까지 연장되는 것이다.
또한 최근 보도에 의하면(26년 12월 24일) 서울 종로구가 탑골공원 등 어르신 보행자가 많은 신호등 2곳에 ‘보행 시간 자동 연장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보행 시간 자동 연장시스템은 교통약자가 교차로 건널목을 건너갈 때 인공지능(AI)이 걸음 속도를 감지해 보행 신도를 최대 6초까지 자동 연장하는 방식이라 한다. 종로구는 고령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 특성을 반영해 서울시, 서울경찰청과 협력하여 시스템을 개발해 노인 및 어린이 보호구역과 인접 지역에도 도입을 시도한다고 한다.
이러한 제도의 개선은 점진적으로 도입되고 있지만 한계는 여전하다. 광화문사거리에서 내가 만난 할아버지는 여전히 위험천만한 건널목을 건너야 할 상황은 여전할 것 같다.
이러한 정책과 제도의 개선의 속도와는 별개로 내가 삶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건널목에서의 보행 보폭을 같이 맞추어서 같이 건너보는 것 같은 실천은 어떤것이 있을까?
2025년을 마감하는 마지막 주간이다.
올 한 해 다른 이를 위해 내 일상의 시간 중 과연 몇초를 할혜했는가?
새해에는 하루 6초, 내 마음의 6초를 다른 이를 위해 나의 시간을 할혜할 것을 다짐해본다.
#건널목 #6초 #내 마음의 6초
■ 저자 소개
▷ 대표 이력 : 25년간 사회복지사로 민간, 공공, 행정기관에서 일함.
진심 담은 삶의 이야기 글쓰기 작가
▷ 대표작 : 『대한민국에서 사회복지사로 산다는 것』, 『서울 하늘에 UFO가 등장하면 누가 담당인가요?』 저자
▷ 이메일 등 :
bibleprey@hanmail.net, https://www.facebook.com/biblepr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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