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훈
서울예술대학교 영상학부 디지털아트 교수
전국학교운영위원연합회 수석부회장
2025년 현재, 생성형 AI는 더 이상 특정 교과나 일부 교사의 실험적 도구가 아니다.
이미 학교 현장의 학습 환경 자체를 바꾸고 있으며, 이는 곧 대한민국 다음 세대들을 위한 학교의 운영과 정책 판단의 중요한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2025년 국내외 전문 교육기관들의 교육정책 보고서들은 하나같이 공통된 진단을 내린다. AI는 이제 선택이 아닌 기본 환경이라는 사실이다. AI 도구가 교실에 들어온 것은 이미 거부할 수 없는 도도한 흐름이며, 2025년의 교육 담론은 이제 다음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 Adobe가 2025년에 출간한 글로벌 교육 연구 보고서 ‘Creativity with AI in Education 2025 Report’에서는 생성형 AI가 예술 창작과 표현 과정 전반을 변화시킨 구조적 조건임을 강조한다. 이 보고서는 AI를 단지 기술 도구로 보지 않고 학생의 창의성과 판별력을 확장하고 재정의하는 교육 환경으로 규정했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에게 AI란 단순한 기능 습득의 영역이 아니라, 학생들이 AI와의 협업 관계에서 인간 고유의 의미, 판단, 의도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만든다.
2025년 AI 교육 관련 조사 가운데 또 다른 대표적 리서치는 영국의 고등교육 글로벌 정책 전문 연구기관인 HEPI (Higher Education Policy Institute)의 ‘Student Generative AI Survey 2025’이다. 이 설문은 학생들이 AI 생성 도구를 어떻게 이용하고 느끼는지에 대한 정량과 정성 결과를 우리에게 제시했다. 학생들은 AI를 보조적 창작 도구로 받아들이면서도, 동시에 비판적 거리두기와 윤리적 질문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 결과는 매우 중요한 교육적 시사점을 담고 있다. 이 조사의 핵심적인 결과는 학생들은 AI로 새로운 시각적, 서사적 탐색을 시도할 수는 있으나, 궁극적으로 AI 결과물의 저작권, 원저작자 문제에 대해 혼란과 의문을 가지게 된다는 점이며, AI가 표현을 쉽게 만드는 만큼, 판단과 의도에 대한 교육적 능력을 저하 시키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인식은 단순 도구 수용을 넘어 AI와 인간의 공생적 창작에 대해서 주체적 재정의로 나아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2025년 UNESCO의 Artificial Intelligence and Culture 보고서는 AI가 문화, 예술 그리고 교육을 결합하는 광범위한 사회적 기술 환경이라고 규정했다. 이 문서는 또한 AI가 표현의 확장만이 아니라 교육적 가치 판단과 윤리적 맥락 그리고 문화적 다양성에 도전한다고 진단한다. 이 보고서는 교육 영역에 있어서 AI는 특히 다음과 같은 3개의 핵심 질문을 제시한다고 정리한다.
첫째는 AI는 세계관과 표현 양식을 재구성함으로써 교사와 교육자에게 새로운 교육적 윤리 질문을 던지게 된다. 둘째는 창작 맥락에서 인간의 역사적, 사회적 정체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지며, 마지막으로 학생의 판단 기준과 문화적 경험을 AI 논리와 어떻게 공명시킬 것인가? 에 대한 질문을 제시한다.
이러한 핵심적 문제의식 정리는 2025년의 교육 담론이 기술 중심에서 문화적 그리고 윤리적 문해력 키우기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이기도 하다.

또한 2025년에 국내 교육 현장에서도 AI를 중심으로 한 논의가 활발했다.
첫째로 서울시교육청 주최 2025 AI 디지털 교육 컨퍼런스에서는 ‘AI 예술 수업’ 세션이 포함되었고, 기술이 아닌 AI가 학습과 성장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를 주제로 토론이 이루어졌다.
둘째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AI 예술교육가 역량 강화를 위한 AI 해커톤은 예술교육가가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수업을 설계 및 실습할 수 있도록 하는 실무 중심 케이스를 선보였으며, 셋째로 지역 문화재단(GFAC) 주도로 진행했던 ‘AI와 문화예술의 만남’ 프로그램은 청소년이 AI 기반 창작과 기획을 직접 실행하는 실습 사례로 좋은 선례를 제시했다.
이러한 현장의 움직임은 결국 교육자가 AI를 어떻게 해석하고 설계하며 학생과의 협업 속에서 새로운 개념의 의미를 만들어 내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것은 AI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에서, AI 기술을 해석하는 교육으로의 이동이다.
현장에서는 이미 AI를 ‘잘 다루는 법’보다, 어떤 기준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교육적 설계가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창작의 역할은 바뀌었지만, 예술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생성형 AI 시대에 청소년 창작자는 더 이상 모든 것을 직접 만드는 존재가 아니다. 대신 그들은 연출자이자 기획자의 위치에 선다.
무엇을 시키고, 무엇을 선택하며, 무엇을 배제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사람이다.
이 변화는 예술을 약화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예술을 본질로 되돌린다.
예술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의도와 해석이기 때문이다.
AI는 질문에 반응하고 선택지를 제시하지만, 선택의 책임을 지지는 못한다.
그 책임의 자리가 바로 인간의 자리이며, 교육이 반드시 지켜야 할 영역이다.
따라서 학교 교육 정책의 역할은 분명하다.
생성형 AI는 위기이자 기회다.
기술은 이미 학생들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이제 학교와 교육 운영 주체의 역할은 명확하다.
속도를 막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며,
결과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훈련시키는 것이다.
청소년 문화예술 교육의 미래는
AI를 사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AI와 함께 어떤 인간으로 성장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분명한 답을 가질 때,
학교 운영과 교육 정책 또한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갖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