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교육청이 초·중·고 전 과정을 아우르는 AI 교육 종합계획을 내놓았다는 소식은 교육 현장의 변화에 민감한 학부모에게 반가움과 불안을 동시에 안겼다. ‘누구나 안전하고 이롭게 AI 시대의 주인으로 성장한다’는 비전은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질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학교가 방향을 제시했을 때, 가정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AI 교육은 교실에서만 완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성패는 교실 밖, 가정에서 갈린다.
1. AI는 배우는 과목이 아니라 살아가는 도구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AI를 특정 교과가 아닌 모든 교과에 스며들게 하겠다는 점이다. 이는 학부모의 역할을 기존의 성적 관리자에서 학습 환경 설계자로 바꾼다. AI는 코딩을 잘하면 끝나는 기술이 아니다. 검색, 글쓰기, 문제 해결, 협업 등 일상 전반에 관여한다. 아이가 국어 시간에 AI로 글을 고치고, 사회 시간에 데이터로 현상을 분석한다면, 집에서도 같은 질문이 이어져야 한다. “이 답이 왜 나왔을까”, “AI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을까”라는 대화가 필요하다. 학부모가 AI를 완벽히 알 필요는 없다. 다만 아이와 함께 낯설어하고, 함께 질문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2. 안전과 윤리는 ‘가정 교육’이 마지막 방파제다
서울시교육청이 AI 윤리와 디지털 시민성을 강조한 이유는 분명하다. 기술은 중립적이지만, 사용하는 인간은 그렇지 않다. AI로 만든 과제, 자동 생성된 이미지, 추천 알고리즘 속 편향은 아이들에게 이미 일상이다. 학교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더라도, 실제 사용 시간의 상당 부분은 가정에서 이뤄진다. 학부모는 단속자가 아니라 기준 제시자가 되어야 한다. “쓰지 마라”가 아니라 “어디까지가 괜찮은 사용인가”를 함께 정하는 것이다. AI를 활용한 부정행위 논란 역시 마찬가지다. 정답을 빨리 찾는 것보다, 왜 그 답을 선택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는 일은 결국 가정의 대화에서 시작된다.
3. 진단검사 결과표보다 중요한 질문
초5, 중2, 고1을 대상으로 한 AI 진단검사는 학부모에게 또 하나의 ‘점수표’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결과를 성취의 기준으로 삼는 순간, AI 교육은 또 다른 경쟁 과목이 된다. 중요한 것은 점수가 아니라 해석이다. 아이가 어느 영역에서 흥미를 느끼고, 어디에서 어려움을 겪는지를 읽어내는 일이 학부모의 몫이다. 진단 결과를 두고 “왜 이것밖에 안 나왔니”가 아니라 “이 부분은 왜 재미있었어”라고 묻는 순간, AI는 부담이 아닌 가능성이 된다. 특히 모든 아이가 개발자가 될 필요는 없다. 누군가는 기획자가 되고, 누군가는 비판적 사용자로 성장해도 충분하다.
4. 학교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
교사 연수 확대, AI 기반 평가 시스템 도입, 교육 플랫폼 구축 등 정책은 이미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학교 문화는 정책만으로 바뀌지 않는다. 학부모의 인식이 바뀔 때 비로소 변화는 가속된다. “AI 때문에 공부가 망가진다”는 불안과 “AI로 다 해결된다”는 환상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학부모가 학교와 대화하고, 아이의 사용 경험을 공유하며, 필요할 때 질문을 던질 때 학교도 더 신중해진다. AI 교육은 학교의 과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학습 실험이다. 그 실험의 가장 가까운 동반자가 바로 부모다.
AI 시대, 부모의 역할은 정답 제시자가 아니다
AI 시대의 부모는 더 이상 모든 답을 아는 존재일 수 없다. 대신 질문을 함께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의 AI 교육 종합계획은 분명 의미 있는 출발이다. 하지만 그 계획이 아이의 삶을 바꾸는 힘을 가지려면, 가정이 그 연장선에 서야 한다. 오늘 아이가 AI로 만든 결과물을 보여준다면, 평가부터 하지 말고 과정을 묻자. 그 질문 하나가, AI 시대를 살아갈 가장 강력한 교육이 된다.
더 많은 정책 자료와 학교 현장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서울시교육청 공식 홈페이지를 살펴보길 권한다. AI 교육은 이미 시작됐다. 이제 가정의 선택이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