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재한의 금토크
불안의 시대, 금값은 왜 다시 말하기 시작했나
“금은 말이 없다”는 말이 틀린 이유
금은 늘 조용한 자산으로 불려 왔다. 주식처럼 요란하지 않고, 코인처럼 하루아침에 사람을 흥분시키지도 않는다.
그런데 요즘 금은 유난히 말이 많다. 국제 금값이 오르내릴 때마다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중앙은행의 금 매입
소식은 하나의 신호처럼 해석된다.
금은 스스로 말을 하지 않지만, 시장은 금을 통해 끊임없이 무언의 경고를 보내고 있다.
지금의 금값 흐름은 단순한 가격 변동이 아니라, 불안해진 세계가 내놓은 집단적 반응에 가깝다.
금값을 다시 움직이는 세 가지 배경
최근 금시장을 움직이는 힘은 명확하다. 첫째는 금리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계속 미뤄지면서도, 동시에
“언젠가는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기대가 시장에 깔려 있다. 이런 애매한 국면에서는 달러도, 채권도 완벽한 피난처가
되기 어렵다.
둘째는 지정학적 리스크다. 중동과 동유럽을 둘러싼 긴장은 완화되었다고 말하기 어렵고, 이 불확실성은 자산시장에서
‘안전’이라는 단어의 가치를 다시 끌어올렸다. 셋째는 각국 중앙은행의 움직임이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 보유량을
늘리는 흐름은 단기 수익이 아니라 체제 안정의 관점에서 금을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금, 그리고 엇갈린 시선
금값을 두고 전문가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이미 충분히 올랐다”며 조정 가능성을 경고한다.
실제로 단기 차익을 노린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금값은 생각보다 빠르게 흔들릴 수 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금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의 금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었다면, 지금의 금은
‘시스템 불안 헤지’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통화 정책, 부채 문제, 정치적 갈등이 얽힌 구조적 불안 속에서 금은 여전히
가장 단순하면서도 오래된 선택지로 남아 있다.
금은 투자 대상이 아니라 심리의 거울이다
금시장을 이해하려면 수익률보다 심리를 봐야 한다. 사람들이 금을 사는 이유는 더 큰 부자가 되기 위해서라기보다,
덜 불안해지기 위해서다. 금값이 오른다는 것은 누군가가 미래를 낙관해서라기보다, 현재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에 가깝다.
이 점에서 금은 투자 상품이기 이전에 시대의 심리 상태를 비추는 거울이다. 요즘 금값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우리가 사는 세계가 그만큼 복잡해졌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금은 무엇을 말하고 있나
금은 지금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할 때, 변하지 않는 것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보라”고.
금이 반드시 더 오를지, 잠시 숨을 고를지는 아무도 단정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금이 다시 대화의 중심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이다. 금값의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숫자보다 먼저 세계의 분위기가 보인다.
요즘 금시장은 가격표 뒤에 숨은 불안을 읽어내는 연습장이다.
금값을 보지 말고, 금이 왜 주목받는지를 보라. 그 안에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의 힌트가 들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