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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재료를 섞다: 옻의 생명력, 황토의 따뜻함, 아크릴의 투명함

옻의 생명력, 황토의 온기, 아크릴의 빛 — 물성과 감성의 조화

서로 다른 성질이 만들어낸 예술적 긴장감과 융합

로빈작가의 철학: 재료는 살아 있는 존재다

 

 

 

로빈작가는 자연과 인간의 시간을 잇는 재료를 찾다가 옻, 황토, 아크릴이라는 세 가지 물질에 주목했다. 이들은 서로 다른 세계에서 왔다. 옻은 나무의 진액에서 얻은 살아 있는 유기물, 황토는 대지의 숨결을 품은 흙, 그리고 아크릴은 현대 산업문명이 만들어낸 투명한 합성수지이다. 보통 이 셋은 함께 쓰이기 어렵다. 옻은 천연 수지라 습도와 온도에 민감하고, 황토는 다공성이라 점착이 쉽지 않다. 반면 아크릴은 인공 합성물로 표면이 매끄러워 전통 재료와의 결합이 불안정하다. 하지만 로빈작가는 이 ‘조화되지 않을 것 같은 세 재료’를 통해 새로운 미학을 시도한다. 

 

그는 말한다. “서로 다른 재료들이 충돌할 때, 그 틈에서 생명이 피어난다.” 그 말처럼 그의 작품 속에서는 옻의 광택이 황토의 거친 숨결을 덮고, 투명한 아크릴은 그 모든 시간을 비추는 창이 된다. 옻은 생명력을 가진 재료다. 그 진액 속의 우루시올은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해 단단한 보호막을 형성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색이 깊어지고, 표면의 빛은 더욱 부드러워진다. 이는 단순한 ‘건조’가 아니라, 자연의 화학 반응이 만들어낸 진화다.

 

반면 황토는 흙의 온기를 품고 있다. 그 표면은 다공질로, 빛을 흡수하고 다시 내뿜는 ‘숨 쉬는 재료’이다. 황토가 가진 따뜻한 색감은 옻의 깊은 갈색과 만나 마치 오래된 시간의 흔적처럼 작품에 안정감을 더한다. 여기에 아크릴이 더해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투명한 아크릴은 옻과 황토가 가진 ‘무게’를 가볍게 하고, 빛을 통과시키며 작품 전체에 공기감을 부여한다. 로빈작가는 이 세 재료를 겹겹이 쌓아, “시간의 층이 시각적으로 보이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결국 옻은 생명, 황토는 시간, 아크릴은 빛이다.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질 때, 작품은 마치 살아 있는 존재처럼 호흡한다.


옻·황토·아크릴의 결합은 단순한 재료 혼합이 아니라, 서로 상충하는 성질이 만들어내는 ‘예술적 긴장감’의 산물이다. 옻은 수분에 약하지만 건조 후엔 철보다 단단해지고, 황토는 습기를 머금지만 건조하면 균열이 생긴다. 아크릴은 이러한 물리적 갈등 사이에서 완충재 역할을 하며 빛과 투명도를 통해 그 관계를 시각적으로 통합한다. 과학적으로 보면, 옻과 황토가 결합하는 과정에서는 표면의 미세한 기공을 통해 자연적인 접착이 일어난다. 그 위에 아크릴을 덧입히면, 반투명한 막이 형성되어 재료 간의 차이를 부드럽게 연결한다.  이 조합은 “인공과 자연의 경계”를 해체하며, 전통 재료의 무게와 현대 재료의 가벼움을 동시에 품는다.

 

결과적으로 작품은 완벽히 매끄럽지도, 완전히 거칠지도 않다. 대신 두 세계가 공존하는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로 로빈작가가 ‘시간의 재료’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로빈작가는 재료를 단순한 도구로 보지 않는다. 그는 옻, 황토, 아크릴 각각이 ‘자신의 시간’을 가진 생명체라 말한다. 그의 작업실에는 온도와 습도, 빛의 세기를 기록한 작은 메모들이 가득하다. 그는 말한다. 

 

“옻은 급하면 죽는다. 황토는 너무 마르면 갈라진다. 아크릴은 과하면 숨을 못 쉰다.” 이 문장 안에는 작가의 철학이 응축되어 있다. 재료는 인간이 지배할 대상이 아니라, 대화해야 할 존재라는 인식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완벽함보다 과정의 흔적을 남긴다. 옻이 조금 들뜨고, 황토가 일부 갈라져도 그것이 작품의 일부가 된다. 그 틈새가 바로 ‘자연이 개입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의 예술은 결국 시간과 재료의 공존에 대한 탐구이다. 옻의 생명력, 황토의 온기, 아크릴의 투명함이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 로빈작가의 작품은 단순한 물질을 넘어선다. 그 속에는 인간의 손길, 자연의 흐름, 그리고 시간이 함께 존재한다. 옻·황토·아크릴은 시대적으로, 화학적으로, 물리적으로 전혀 다른 존재들이다. 하지만 로빈작가의 손끝에서 그들은 하나의 언어를 가진다. 옻이 생명을 주고, 황토가 숨을 불어넣으며, 아크릴이 빛을 통과시킨다. 그 결과 작품은 단단하면서도 투명하고, 따뜻하면서도 현대적이다.

 

이 조합은 단순한 혼합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이 겹쳐진 기록이다. 로빈작가는 말한다. “재료는 인간보다 오래 산다. 나는 그들의 시간을 빌려 작업할 뿐이다.” 옻과 황토, 아크릴, 세 재료는 이제 더 이상 과거와 현재의 대립이 아니다. 그들은 한 화면 안에서, 하나의 생명처럼 숨 쉬고 있다.

 

 


 

작성 2026.01.22 16:27 수정 2026.01.2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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