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의 끝에서 시작되는 나만의 루틴
나는 여러 글을 통해 하루의 루틴을 종종 이야기해 왔다. 일상생활소통연구소 블로그 에세이에서도, 보통의가치 뉴스 칼럼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나만의 밤 시간 이야기다.
아이가 잠들고 나면 노트북을 켠다. 그날 쓴 블로그 글을 다시 다듬고, 이웃들의 글을 찾아가 조용히 읽으며 댓글을 남긴다. 그리고 보통의가치 뉴스에 올릴 칼럼을 쓴다.
하루를 정리하듯 일기를 쓰고, 다음 날의 일정도 간단히 적어 둔다. 이 시간은 늘 조용하지만, 나에게는 하루 중 가장 밀도가 높은 순간이다.
늘 같은 자리에서 이어지는 마지막 한 가지
이 모든 과정의 마지막에는 늘 같은 행동이 이어진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에게 편지를 쓰는 일이다. 하루를 돌아보고, 오늘의 고마움과 미안함, 웃음과 장면들을 가장 솔직한 언어로 옮기는 시간이다.
이 편지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오롯이 가족을 향한 나만의 고백에 가깝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어진 기록
이 편지는 2024년 11월 25일부터 시작되었다. 하루 한 장, 하루도 빠짐없이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오늘은 피곤하니까 쉬어야지”라는 생각이 들 때에도, 편지 앞에서는 손이 멈추지 않았다.
길게 쓰지 않아도 괜찮았고, 대단한 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날 느낀 고마움 한 줄, 아이의 웃음 하나, 아내의 수고를 떠올리며 적은 짧은 문장 하나면 충분했다.
첫 번째 노트의 마지막 페이지
그러다 보니 어느새 노트 한 권이 채워졌다. 첫 번째 노트의 마지막 날은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난다. ‘한 권을 다 썼다’는 사실보다,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이어왔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더 뭉클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잠시 숨을 고르고, 다음 날 새 노트를 펼쳤던 장면은 지금도 선명하다.
두 번째 노트가 쌓아 올린 시간의 무게
두 번째 노트는 그렇게 조용히 시작되었다. 어느 날은 글이 술술 써졌고, 어느 날은 단 한 줄을 적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썼다. 잘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멈추지 않기 위해서였다.
기록은 그렇게 하루하루 나의 생활 깊숙이 스며들었다.
다시 찾아온 ‘마지막’의 순간
며칠 전, 두 번째 노트의 마지막 페이지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첫 번째 때와는 조금 달랐다. 두 권이라는 시간의 무게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이 기록이 완전히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게 되었기 때문이었을까.
마지막 문장을 쓰고 노트를 덮는 순간, 자연스럽게 한 문장이 떠올랐다.
“마지막은 또 다른 시작이다.”
끝이 아니라 다시 쓰는 첫 줄
끝났다는 느낌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그래서 망설이지 않고 세 번째 노트를 마련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첫 페이지에 날짜를 적고, 다시 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지막이 포기가 아니라 과정의 일부라는 사실을, 그 순간 나는 몸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이 편지들이 무엇이 될지는 모른다
편지를 쓰며 나는 종종 생각한다. 이 기록이 당장 무엇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언젠가 아이가 커서 이 편지들을 읽게 될지, 아내와 함께 다시 펼쳐볼 날이 올지, 혹은 서랍 속에 조용히 남게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다. 이 기록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도 남아 있고, 내가 어떤 하루를 살아왔는지를 증명해 주는 흔적이 된다.
끝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 이유
세 번째 노트를 쓰며 나는 더 이상 ‘끝’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한 권의 마지막은 포기나 멈춤이 아니라,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것을 기록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끝을 견뎌본 사람만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알게 되었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당신은 하루의 마지막을 무엇으로 닫고 있는가.
하루의 끝에서 우리는 무엇을 남기고 있는가. 화면을 끄는 것으로 하루를 끝내고 있는지, 아니면 누군가를 떠올리며 마음을 정리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신의 하루를 가장 따뜻하게 마무리해 주는 마지막 행동은 무엇인가.
마지막은 끝이 아니라 삶의 리듬이다
아이를 재우고 노트북을 켜는 밤의 루틴은 늘 조용하지만, 내 삶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리고 그 끝에 놓인 가족에게 쓰는 편지는 오늘을 가장 따뜻하게 마무리하게 해주는 나만의 시작 버튼이다.
마지막은 끝이 아니다. 마지막은 언제나 또 다른 시작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쓴다. 그리고 내일도 쓸 것이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