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로가 멈춘 자리에서, 도시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시는 기억 위에 세워진다. 서울 동북부 창동과 상계에 길게 놓여 있던 철로는 오랫동안 그런 기억의 공간이었다. 하루에도 수없이 차량이 오갔지만, 그 풍경은 활력보다는 유보에 가까웠다. 서울의 성장은 늘 다른 방향을 향했고, 이곳은 언제나 ‘언젠가’라는 시간 속에 머물러 있었다.
그 철로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하나의 질문이 놓였다. 강북은 이제 어떤 모습으로 다시 움직일 수 있을까. S-DBC, 서울 디지털바이오시티는 그 질문에 대한 서울시의 현재형 답변이다. 산업단지 지정 신청이라는 행정적 언어로 표현되지만, 이 사업의 본질은 도시의 시선 변화에 있다. 강북을 더 이상 보조적인 공간이 아니라, 미래를 실험하는 무대로 삼겠다는 선택이다.
창동차량기지 이전은 단절이 아니라 전환이었다. 기능을 다한 철로 위에 서울은 새로운 흐름을 올리려 한다. 산업과 연구, 그리고 사람이 다시 움직이는 공간. 도시는 그렇게 다시 숨을 고른다.
17년의 대기, 창동차량기지가 남긴 시간의 무게
창동차량기지 이전 논의는 2009년부터 시작됐다. 계획은 분명했지만, 현실은 늘 복잡했다. 대체 부지 확보, 막대한 이전 비용, 지역 갈등까지. 시간은 쌓였고, 강북의 기다림도 함께 길어졌다. 결국 진접차량기지가 완공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차량기지가 실제로 외곽으로 이전되며, 창동의 철로는 비로소 비워졌다. 약 16만㎡에 이르는 이 공간은 처음으로 ‘지금 설계해야 할 땅’이 됐다.
서울시는 이 부지를 주거가 아닌 산업으로 채우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단순한 토지 활용을 넘어선 판단이었다. 주거는 공간을 채우지만, 산업은 도시의 성격을 바꾼다. 강남에 집중된 첨단 산업 구조를 흔들 수 있는 선택지로, 강북을 다시 호출한 셈이다.
이 사업의 실행 주체는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이고, 방향을 설정한 곳은 서울시다. 산업단지 지정 신청은 오랜 시간 준비된 이 전환이 행정의 문턱을 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다.
바이오·AI·문화가 결합된 강북형 미래도시 실험
S-DBC가 기존 산업단지와 다른 지점은 구조에 있다. 이곳은 바이오·AI 중심의 연구개발 공간을 핵심으로 삼되, 업무와 문화, 여가가 분리되지 않는다. 산업을 위한 공간이면서 동시에 도시의 일부로 기능하도록 설계됐다.
중랑천을 따라 조성되는 워터프론트는 이 실험의 상징이다. 산업단지가 강과 도시를 가로막는 대신, 흐름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연구실과 산책로, 업무 공간과 수변 공간이 공존하는 풍경은 강북에서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던 장면이다.
여기에 2027년 개관 예정인 서울아레나가 더해진다. 대형 공연장은 이 지역에 또 다른 시간대를 만든다. 낮에는 연구와 업무가, 밤에는 문화와 여가가 흐르는 도시. 산업과 문화의 결합은 이 공간을 단순한 일터가 아닌 ‘머무는 도시’로 확장시킨다.
이 모든 구성은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강북은 과연 새로운 도시 모델이 될 수 있는가. S-DBC는 그 가능성을 시험하는 실험장이다.
강남 이후를 묻는 서울, 답은 강북에 있을까
서울은 이미 과밀의 도시다. 특히 강남은 밀도와 속도 모두에서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새로운 성장 축을 찾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에 가깝다. 그 질문의 방향이 이제 강북으로 향하고 있다. S-DBC는 강북에 주어진 두 번째 기회다. 첫 번째 탄생이 서울의 시작이었다면, 두 번째 탄생은 서울의 재구성이다. 산업의 위치를 바꾸는 일은 도시의 권력을 재배치하는 일과 닮아 있다.
물론 이 계획이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기업 유치, 인프라 구축, 시간이라는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도시는 늘 계획보다 느리게 움직이고, 때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이 있다. 서울은 지금 강북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사라진 철로 위에 무엇을 세울 것인지는 이제 선언이 아니라 실행의 문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 도시가 앞으로 어떤 균형을 선택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으로 남게 된다. 강북의 두 번째 탄생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다만, 이 문장은 이미 시작됐다.
도시는 완성보다 과정에서 방향을 드러낸다
강북의 두 번째 탄생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S-DBC는 하나의 결과물이 아니라, 서울이 스스로의 구조를 조정하는 과정에 가깝다. 산업을 어디에 두고, 문화를 어디에 얹으며, 사람의 흐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실험이다.
도시는 언제나 완성된 뒤보다 만들어지는 동안 더 많은 신호를 보낸다. 지금 창동과 상계에서 일어나는 변화 역시 마찬가지다.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서울은 방향을 틀고 있다. 사라진 철로 위에 세워지는 미래는 아직 쓰이는 중이다. 그리고 그 문장을 끝까지 지켜보는 일 역시, 이 도시를 살아가는 시민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