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중공업 플랜트, 건설현장. 수백 톤에 달하는 중장비가 좁은 공간 안을 오가는 이곳에서, 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사고는 보통 예고 없이 찾아오는 듯 보이지만, 실은 ‘경고 이전’의 순간부터 이미 위험은 형성되고 있었다.
AI 기반 산업 안전 기술기업 프보이(FBOE)는 이 시점을 주목했다. 사고가 일어난 뒤 대응하는 기술이 아닌, 위험이 형성되는 과정부터 감지하는 예측형 안전 시스템을 개발해왔다. 그 결과물이 바로 중장비 충돌 방지 시스템 ‘TransGuard’다.
TransGuard는 중장비에 장착된 AI 기반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장비 주변의 거리, 동선, 사람, 적재물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단순히 “가깝다”는 경고가 아니라, “위험이 형성되고 있다”는 조기 신호를 포착한다는 점이 기존 기술과의 차이다. 프보이 관계자는 “사고는 사각지대에서의 동선 겹침, 가변적인 작업 환경에서의 거리 변화, 그리고 운전자의 시야 한계가 맞물릴 때 발생한다”며 “우리는 그 직전, 혹은 그 이전의 순간을 AI가 먼저 인식하게 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TransGuard는 카메라와 LiDAR 센서를 통해 적재물의 크기 변화와 사람의 접근 동선, 장비 간 거리 간극까지 복합적으로 분석한다. 이 모든 정보는 운전자에게 시각화되어 제공되며, 판단 부담을 줄이고 즉각적인 회피 행동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TransGuard의 기능은 충돌 방지에만 머물지 않는다. AI 기반 안면 인식으로 작업자 출입을 통제하고, 전자문서 시스템을 통해 작업계획서와 안전점검표를 자동으로 기록·관리한다. 관리자와 관제 인력은 사무실에서도 무선 뷰어를 통해 실시간 현장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TransGuard는 장비 단위의 기술을 넘어, 작업장 전체를 하나의 예측형 안전망으로 연결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프보이 안성문 대표는 “AI는 인간의 감각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한계를 보완해 생명을 지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우리는 기술을 ‘경고’보다 한 발 앞선, ‘예측’의 영역으로 끌어올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현재 TransGuard는 두산에너빌리티, HD현대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소에서 실증 단계를 거쳤으며,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 등 해외 중장비 시장과도 연계된 협력이 진행 중이다.
2024년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중장비 관련 사고 중 상당수가 사각지대 충돌과 동선 겹침에 의해 발생했다. 사고는 빠르지만, 위험은 천천히 다가온다. 이 미세한 간극을 포착하는 기술이 산업 안전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을까. 프보이의 실험은 그 해답에 가까워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