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이 끝나고 회의실에 남은 세 사람의 의견은 만장일치였다. "이 사람이요." 이력서도 깔끔했고, 대답도 명확했다. 무엇보다 눈빛이 달랐다. 간절함이 보였다. 경력 3년 차 물리치료사, 전 직장에서의 퇴사 사유도 납득할 만했다.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찾고 싶었다"는 말에 면접관 세 사람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2주 후 그는 출근했다. 한 달이 지나자 치료실의 공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선배 치료사에게 말을 놓았고, 환자 앞에서 이전 병원과 비교하는 발언을 했다. 두 달째 되는 날, 5년 차 치료사가 사직서를 냈다. 사유는 간단했다. "분위기가 너무 달라졌어요." 석 달을 채우지 못하고 그는 나갔다. 그러나 그가 남기고 간 균열은 반년이 지나도 복구되지 않았다.
면접장에서 본 간절함은 진짜였을까. 돌이켜보면 그것은 간절함이 아니라 조급함이었다. 그러나 면접관 세 사람은 그 차이를 구분하지 못했다. 아니, 구분하려 하지 않았다. '느낌이 좋다'는 합의가 이미 이루어진 뒤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 병원에서 벌어진 특수한 사건이 아니다. 채용 현장에서 매일 반복되는 구조적 실패다.
조직심리학에서는 이를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 부른다. 면접관이 첫 30초 안에 형성한 인상에 부합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현상이다. 첫인상이 좋으면 좋은 대답만 기억하고, 첫인상이 나쁘면 아무리 좋은 답변을 해도 걸러 듣는다. 문제는 이 편향이 경력이 쌓일수록 강화된다는 점이다. 오래 면접을 본 사람일수록 "나는 사람을 볼 줄 안다"고 믿게 되고, 그 믿음이 오히려 판단의 정밀도를 떨어뜨린다.
병원의 채용은 대부분 원장의 직감이나 중간관리자의 경험에 의존한다. 이력서를 보고, 짧은 면접을 하고, 인상이 좋으면 뽑는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은 구조화된 면접, 역량 기반 평가, 다면 검증 같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병원은 여전히 '사람 보는 눈'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감각에 채용을 맡기고 있다. 채용이 시스템이 아니라 감에 의존하는 조직은, 운이 좋으면 맞는 사람을 뽑고, 운이 나쁘면 조직을 흔드는 사람을 뽑는다. 그것은 채용이 아니라 도박이다.
채용의 실패는 비용으로 돌아온다. 한 명을 잘못 뽑았을 때 발생하는 비용은 해당 직원 연봉의 1.5배에서 2배에 달한다는 연구가 있다. 그러나 병원처럼 소규모 조직에서는 금전적 손실보다 보이지 않는 피해가 더 크다. 팀의 사기가 무너지고, 기존 직원의 이탈이 시작되며, 환자가 감지하는 서비스의 질이 흔들린다.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도, 잘못 뽑은 한 명이 나간 뒤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5년간 묵묵히 일해온 치료사가 떠났다는 것이다. 조직이 잃은 것은 석 달짜리 신입이 아니라 5년짜리 신뢰였다.
그런데도 많은 병원은 채용에 투자하지 않는다. 교육에는 돈을 쓰면서 채용 설계에는 시간을 쓰지 않는다. 이 역설의 원인은 단순하다. 교육의 효과는 눈에 보이지만, 잘못된 채용의 비용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채용이 반복되어도 원인을 '운'이나 '요즘 사람들'로 돌리게 된다.
사람을 읽는 눈은 타고나는 능력이 아니다. 설계할 수 있는 기술이다.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무엇을 관찰할 것인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를 미리 정해두는 것만으로도 채용의 정확도는 달라진다. 구조화된 면접은 비구조화된 면접보다 예측 타당도가 2배 이상 높다는 것은 이미 산업심리학에서 검증된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더 좋은 눈을 가진 면접관을 찾는 일이 아니라, 눈에 의존하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사람이 답이라는 말은 누구나 한다. 그러나 그 사람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놀라울 만큼 무방비하다. 사람을 잘못 보는 조직은 결국 사람 때문에 무너진다. 그리고 사람을 제대로 보는 일은, 감이 아니라 기준에서 시작된다.
[필자소개]
정 경
바스제로 맵 대표 (병원 경영 컨설팅) ㅣ 전문면접관 · 병원 조직 컨설턴트
24년간 병원에서 사람을 뽑았다. 잘 뽑은 한 명이 조직을 살리는 것도,잘못 뽑은 한 명이 팀을 무너뜨리는 것도 보았다. 병원을 떠난 뒤 전문면접관이 되어 공공기관 채용 현장에 서면서 깨달았다. 사람을 보는 일에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그리고 그 구조를 가장 먼저 갖춰야 할 사람은 병원의 중간관리자라는 것을.현재 병원 중간관리자가 '실무자'에서 '경영의 파트너'로 성장하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