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일대가 전통시장과 한옥이 공존하는 도심형 문화거점으로 재편된다. 서울시는 제기동 988번지 일대 약 5만2천여 제곱미터 구역을 건축자산 진흥구역으로 지정하고 관리계획을 확정했다. 이 지역에는 약 165동의 한옥이 밀집해 있어 국내에서 보기 드문 기성 시가지형 한옥 집적지로 평가받아 왔다.
이번 지정으로 제기동 한옥마을은 단순 보존을 넘어 재생과 확장의 전기를 맞았다. 건축자산 진흥구역은 한옥과 같은 가치 있는 건축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하기 위한 법정 계획이다. 지정 이후에는 건축 규제 완화와 재정 지원이 가능해져 실질적인 정비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된다.
서울시는 이 일대를 경동시장, 서울약령시와 연계한 ‘경동한옥마을’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전통시장의 활력과 한옥의 정서를 결합해 북촌과 은평, 익선동에 이어 또 하나의 도시형 한옥 명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시장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한옥 공간으로 유입되고, 체류형 소비로 이어지는 구조를 설계해 지역 상권과 상생 모델을 구축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한옥 복합문화공간, 팝업스토어, 한옥스테이 등 거점 시설이 단계적으로 들어선다. 시민 누구나 이용 가능한 한옥마당과 공공 편의시설도 확충된다. 골목길 정비와 보행 환경 개선을 병행해 시장과 한옥 구역의 연결성을 높일 계획이다. 공공이 선도 투자로 기반을 조성한 뒤 민간 참여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된다.
민간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병행된다. 서울시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제기동 한옥기준’을 새로 마련했다. 한식형 기와 지붕, 한식 목조 구조, 마당 구성 등 3가지 필수 요소를 충족하면 한옥으로 인정받는다. 마당 상부를 투명 구조로 덮는 아트리움 형태도 허용해 전통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카페와 전시, 창업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기준을 충족하면 건폐율을 최대 90퍼센트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 부설주차장 설치 의무가 면제되고 일조권 확보를 위한 높이 제한과 건축선 후퇴 기준도 완화된다. 생태면적률 적용 제외 등 다양한 특례가 함께 주어진다. 신축과 수선 시에는 조례에 따른 보조금과 융자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서울시는 2008년 한옥 정책 선언 이후 은평한옥마을 조성, 2023년 한옥 4.0 재창조 계획 발표 등 단계적 정책을 이어왔다. 공공한옥 방문객 증가와 한옥형 공공임대주택 경쟁률 사례는 한옥 수요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제기동 사업은 이러한 정책 흐름 속에서 도심 기존 시가지에 적용하는 확장형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울시는 제기동 일대의 낙후 이미지를 개선하고 청년과 관광객이 찾는 도시 한옥 브랜드로 재정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전통시장과 한옥이라는 두 자산을 결합한 새로운 도심 재생 실험이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제기동은 보존의 대상에 머물던 한옥 집적지를 도시 경쟁력 자산으로 전환하는 시험대에 섰다. 정책 지원과 민간 참여가 조화를 이룰 경우 경동한옥마을은 서울 동북권을 대표하는 문화거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도심 속 전통의 재해석이 실제 경제적 성과로 이어질지 향후 추진 과정이 관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