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서천군 비인면에 있는 비인중학교 운동장에 지난 3월 3일 기분 좋은 활기가 돌았다. 올해 입학한 6명의 신입생을 포함해 전교생이 21명뿐인 작은 학교지만, 이날만큼은 266명 졸업생의 마음이 담긴 거대한 온기가 교정을 채웠다. 1975년 이 교문을 나섰던 제20회 동창회가 후배들의 앞날을 위해 준비한 1,100만 원의 학교발전기금이 전달된 것이다.
이번 기탁은 단순한 장학금 전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난 1월 18일부터 2월 28일까지 42일 동안 진행된 모금 기간은 비인중 20회 동창생들에게는 모교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는 시간이었다.
전체 졸업생 266명 중 연락이 닿은 203명에게 소식이 전해졌고, 이 중 76명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병마와 싸우는 와중에도 후배들을 위해 정성을 보낸 동문의 사연은 지역 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다.
질문: 입학식이 끝났다. 기탁금을 전달하며 신입생 6명을 마주했을 때 소회가 어떠했나?
신영우 회장: 50년 전 우리가 앉아 있던 그 자리에 앉은 아이들을 보니 눈시울이 붉어졌다. 비록 학생 수는 줄었지만, 아이들의 눈빛은 여전히 초롱초롱했다. 우리가 모은 1,100만 원이 이 아이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큰 꿈을 꾸는 데 작은 마중물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뿐이다.
질문: 지방 학교의 위기가 심각하다. 21명의 전교생을 둔 학교에 76명의 선배가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박종윤 사무국장: 지방 소멸은 피할 수 없는 흐름처럼 보이지만, 학교가 사라지면 지역의 미래도 사라진다는 위기감이 컸다. 203명의 연락 가능한 동문 중 76명이 참여했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비인중학교가 여전히 돌아가야 할 마음의 고향임을 증명한다. 1,100만 원은 액수 이상의 연대감이다.
질문: 학교 현장에서는 이번 기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신영섭 교장: 농어촌 작은 학교에 있어 졸업생들의 관심은 천군만마와 같다. 특히 이번 기금은 학교발전기금으로 편입되어 교육 시설 보수나 학생 자치 활동 지원 등 학교 운영 전반에 실질적인 힘이 된다. 동창회가 보여준 선례는 지방 교육을 살리는 가장 강력한 마중물이 될 것이다.
질문: 모금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신영우 회장: 투병 중인 친구가 보낸 메시지가 잊히지 않는다.
“나는 비록 몸이 아파 가보지는 못하지만, 내 몫까지 아이들을 응원해달라”며 보내온 그 정성이 모여 1,100만 원이라는 큰 숫자를 만들었다. 돈이 아니라 마음이 모인 과정이었다.
질문: 이 기금이 비인중학교의 미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길 기대하나?
문길병 수석부회장: 당장 학생 수가 급증하지는 않겠지만, 이곳에 다니는 21명의 학생이 “우리 뒤에 든든한 선배들이 있다”는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 그 자부심이 아이들을 성장시키고, 그 아이들이 다시 지역의 리더가 되는 선순환의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
질문: 다른 지역이나 기수의 동문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신기정 감사: 학교는 단순히 건물이 아니라 추억과 미래가 만나는 공간이다. 우리가 먼저 쏘아 올린 이 작은 공이 다른 기수, 다른 지역 동문회로 번져 나가길 바란다. 사라지는 학교를 지키는 일은 우리 세대가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유산이다.
비인중학교 20회 동창회의 행보는 학령인구 감소라는 국가적 과제 앞에 민간 공동체가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응답이다. 1월과 2월을 뜨겁게 달군 76명 동문의 정성은 3월의 교정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번 사례는 단순 기부를 넘어 지역 학교가 지역 사회와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존속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