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기업연합신문] 김준수 기자 = 2024년부터 2025년 1년 반 만에 1,380억 원 통계가 말하는 충격적 현실이 있다. "사랑을 믿었을 뿐인데, 전 재산을 잃었습니다." 로맨스스캠(Romance Scam)은 로맨스와 신용사기를 뜻하는 스캠의 합성어로, SNS나 데이팅 앱을 통해 접근해 연인처럼 신뢰를 쌓은 뒤 금전을 편취하는 범죄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숫자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경찰청이 로맨스스캠 통계를 처음 집계하기 시작한 2024년 2월부터 2025년 7월까지, 불과 1년 반 만에 피해 건수 2,428건, 피해액 1,380억 원이 집계됐다. 2024년 상반기(2~7월) 791건, 502억 원이었던 피해는 2025년 같은 기간 1,066건, 654억 원으로 각각 34.7%, 30.2% 증가했다.
피해자 1인당 평균 피해액은 7,200만 원을 넘는다. 그리고 이것은 신고된 피해만의 이야기다. 수치심에 신고를 꺼리는 피해자를 감안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사료된다.
더 심각한 것은 검거율이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로맨스스캠 관련 신종 사이버 사기의 검거율은 20~30%대에 불과하다. 범인이 해외 조직이기 때문이다. 피해는 국내에서 발생하지만, 범죄 조직의 거점은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미얀마,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다. 잡기 어렵고, 잡아도 돈을 돌려받기 어렵다. 그것이 로맨스스캠의 현실이다.
필자가 범죄 수법 분석한 결과 시나리오가 있었다. 로맨스스캠은 즉흥적인 범죄가 아니다. 조직이 만들어 놓은 정교한 '범죄 시나리오'가 있고, 피해자는 그 시나리오대로 단계적으로 유인된다. 학계에서는 이를 '범죄 스크립트'라 부른다. 크게 세 가지 유형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니 독자님들이 꼭 숙지하시길 권한다.
첫째, 재력가·전문직 사칭형이다. 해외 파병 미군, 의사, 엔지니어, 부유한 사업가를 사칭한 가짜 계정이 SNS에서 무작위로 친구요청을 보낸다. 프로필 사진은 외국인 실제 인물의 사진을 도용한 것이며, 유창한 번역기 한국어로 대화를 시작한다. 수주에서 수개월간 다정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신뢰를 쌓은 뒤, "비용을 좀 도와달라"는 요청이 시작된다. "한국으로 금을 보내려는데 통관비가 필요하다", "전역을 위한 서류비가 필요하다" 같은 식이다.
둘째, 투자 유도형(피그 버처링)이다. 최근 가장 급증하는 수법이다. 감정적 신뢰를 구축한 뒤 "나만 알고 있는 투자 정보가 있다"며 가짜 코인 거래소나 주식 리딩방으로 피해자를 유인한다. 처음에는 실제로 소액 수익을 돌려줘 신뢰를 더 굳힌다. 피해자가 대출까지 받아 거액을 투자하면, 출금 신청 시 "세금을 내야 한다", "보증금이 필요하다"며 추가 입금을 요구하다가 돌연 사이트를 폐쇄하고 잠적한다. 2024년 부산경찰청이 검거한 조직은 이 수법으로 피해자 84명에게서 약 122억 원을 가로챘다.
셋째, 딥페이크 활용형이다. 2025년 들어 급증하는 신종 수법이다. 가짜 인물을 딥페이크 기술로 만들어 영상통화를 진행하며 피해자를 현혹한다. 2025년 2월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운영되던 조직이 검거됐는데, 조직의 총책인 부부 중 한 명이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영상통화를 하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사실이 드러났다. 영상통화로 얼굴을 확인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그런데 더 크고 무서운 가장 위험한 함정이 있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로맨스스캠이 일반 사기와 구별되는 가장 심각한 특징이 있다. 단순한 금전 피해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범죄 조직은 한 피해자를 여러 번 착취한다. 돈을 다 빼먹은 뒤에도 피해자를 또 다른 범죄의 도구로 활용한다.
가장 전형적인 수법이 '통장 대여' 유도다. "피해 금액을 회복시켜 줄 테니 통장 명의를 빌려달라"고 접근한다. 혹은 "내가 당장 한국 계좌가 없으니 당신이 나 대신 입금을 받아줄 수 있겠냐, 비트코인으로 바꿔서 보내주면 된다"고 말한다. 이미 감정적으로 결박당한 피해자는 이 요청을 거절하기 어렵다. 그리고 바로 이 순간, 피해자는 자신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범죄의 공범이 된다.
법원은 이에 엄격하다. 부산지방법원은 2024년 선고에서, 로맨스스캠 조직임을 알면서 자신의 계좌를 제공하고 4%의 수수료를 받은 피고인에게 징역 3년 3개월의 중형을 선고했다.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항변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또한 계좌를 제공한 경우, 그 계좌로 돈을 송금한 또 다른 피해자로부터 부당이득반환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즉, 피해자가 형사 피의자이자 민사 피고가 되는 이중 피해를 입게 된다.
서울서부지법(2023고단702 판결)은 "계좌를 제공한 자도 범죄 실현에 기여한 경우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판시했다. 선의를 이용당한 피해자라 하더라도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의미다.
이 점이 로맨스스캠을 단순한 사기 범죄가 아니라, 피해자를 범죄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초국가적 조직범죄로 봐야 하는 이유다. 현재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지의 사기 콜센터는 중국계 범죄 조직이 장악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통장 대여자, 인출책, 환전책 등을 모집해 범죄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에 필자는 본 칼럼을 통해서 사전 예방법을 알려 드리고자 한다. 이 신호가 보이면 즉시 연락을 끊어라. 로맨스스캠은 심리적 기법을 정교하게 사용한다. 피해자의 외로움, 연민, 이타심을 파고든다. 아래의 신호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즉시 경계해야 한다.
접근 단계의 경고 신호: SNS에서 처음 보는 외국인이 친구 요청을 보내고, 프로필 사진이 지나치게 완벽한 외모의 외국인이다. 메시지가 번역기를 쓴 것처럼 어색한 한국어로 시작되지만 점점 자연스러워진다. 자신을 미군, 의사, 엔지니어, 해외 파견 사업가라고 소개한다.
신뢰 구축 단계의 경고 신호:가 있다. 만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사랑한다", "미래를 함께하고 싶다"는 강한 감정 표현을 쏟아낸다. 영상통화를 끊임없이 회피하거나, 영상통화를 하더라도 화질이 매우 낮다. SNS 계정 개설일이 최근이고 팔로워·게시물이 거의 없다.
금전 요구 단계의 경고 신호가 있다. 갑자기 "긴급 상황이 생겼다"며 돈이 필요하다고 한다. 통관비, 배송비, 세금, 치료비 등 명목이 자꾸 바뀐다. "투자하면 큰 수익이 난다"며 특정 링크나 앱 설치를 유도한다. "돈을 안 보내면 죽겠다"거나 "당신은 날 버렸다"며 죄책감을 자극한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 있다. 온라인으로 만난 상대에게 본인 계좌번호, 비밀번호, 공인인증서 등 금융정보를 절대 제공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이 요청하는 계좌로 입금하거나, 상대방 명의의 대포통장으로 입금 받는 행위 모두 범죄에 연루될 수 있다. "수수료를 내면 피해금을 돌려준다"는 말에도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2차 피해를 유발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형사 전문 변호사인 필자의 경우 피해 발생 후 형사 고소와 민사 절차를 반드시 병행하라고 권하고 이를 실행한다. 피해를 당했다면 수치심을 내려놓고 즉각 행동해야 한다. 신고를 미룰수록 피해금이 해외로 빠져나가 회수 가능성은 0%에 가까워진다.
1단계 즉시 추가 송금을 중단하고 증거를 확보한다. 카카오톡, SNS DM, 이메일 등 상대방과 주고받은 모든 대화 내역을 캡처한다. 입금 영수증, 계좌이체 확인서도 빠짐없이 저장한다. 상대방이 대화를 삭제하거나 계정을 탈퇴하기 전에 최대한 많은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2단계 은행에 즉시 연락해 계좌 지급정지를 요청한다. 송금한 계좌의 은행 고객센터에 전화해 사기 피해 사실을 알리고 계좌 사용 정지를 요청한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보이스피싱과 달리 로맨스스캠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환급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 강제력이 없어 은행의 자발적 협조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신속함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3단계 경찰에 형사 고소장을 접수한다. 경찰서 민원실이나 사이버수사대에 고소장을 제출한다. 고소장에는 피해 경위, 상대방 정보(계좌번호, 연락처, SNS 아이디, 닉네임 등), 피해 금액과 날짜를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형사 고소는 수사의 출발점이며, 이후 국제공조 수사 요청도 이 단계에서 시작된다. 또한 고소를 해 놔야 나중에 공범으로 몰리는 상황을 방어할 수 있다.
4단계 민사 가압류와 손해배상 소송을 병행한다. 형사 고소만으로는 피해금을 돌려받지 못한다. 실질적 회수를 위해서는 돈이 거쳐 간 국내 계좌 명의자를 상대로 민사 가압류와 손해배상 소송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법원 결정으로 계좌 잔액을 묶어두는 가압류 처분은 피해금이 추가로 인출되는 것을 막고, 계좌 명의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어 합의를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 형사 고소에서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배상명령 신청'으로 피해 금액 일부를 바로 회복할 수도 있다.
필자가 안타까운 부분은 법적 공백으로 인해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현행 제도 때문이다. 현행 법률은 로맨스스캠 피해자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환급법'은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에만 적용되어, 로맨스스캠 피해자는 계좌 즉시 지급정지 혜택을 받지 못한다. 피해자가 은행 창구에 달려가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경찰청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입법 개선을 추진 중이지만, 국회에는 관련 개정안들이 계류 중인 상태다. 범정부 차원의 대응 시스템 구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법이 현실을 따라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 공백 속에서 매일 새로운 피해자가 생겨나고 있다.
로맨스스캠 사기는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전략이 필요하다. 로맨스스캠은 단순한 사기가 아니다. 인간의 감정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심리적 약점을 계획적으로 공략하며, 기술과 조직력을 총동원하는 고도화된 범죄다. 속았다는 것이 어리석음의 증거가 아니다. 누구든 표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피해를 당한 뒤의 대응은 전략적이어야 한다. 수치심에 신고를 미루거나, 범인을 믿고 "피해금 회복"을 위해 추가 송금을 하거나, 통장을 빌려주는 순간 피해는 더욱 깊어진다. 형사 고소와 민사 가압류·손해배상 소송은 반드시 동시에 진행해야 하며, 증거 확보 시점부터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현실적인 피해 회복의 첫걸음이다. 억울하고 두렵더라도,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본 칼럼은 법무법인 미성이 형사사건 당사자인 일반인을 위해 작성한 법률 정보 콘텐츠입니다.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은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미성 | 형사사건 전문 장영근 대표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