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에너지 기술, 핵융합에 주목
기후 위기와 에너지 고갈 문제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전 세계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찾고 있는 가운데, '핵융합 에너지'라는 혁신적인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방사성 폐기물 문제와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핵융합 에너지는 인류의 또 다른 에너지 혁명을 이끌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국가 중 하나는 바로 인도입니다. 인도의 딥테크 스타트업 프라노스 퓨전(Pranos Fusion)이 초기 단계 투자 라운드에서 680만 달러(약 92억 원)의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피아이 벤처스(pi Ventures)와 앙쿠르 캐피탈(Ankur Capital)이 공동으로 주도한 이번 투자 라운드에는 기존 투자자인 Industrial47과 함께 Groww의 공동 창립자인 라리트 케슈레(Lalit Keshre), Razorpay 창립자, Bhukhanwala Industries 등 엔젤 투자자들도 참여했습니다.
광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프라노스 퓨전은 단순한 연구 단계에 머물지 않고 상업적 인프라 구축까지 목표를 두고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프라노스 퓨전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샤우리야 카우샬(Shaurya Kaushal)은 핵융합 에너지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리는 바닷물에서 추출한 중수소와 리튬에서 얻은 삼중수소를 활용해 온디맨드 방식의 탄소 배출 없는 전기 생산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는 기존의 화석 연료를 대체할 혁신적인 기술입니다." 실제로 핵융합 에너지가 상용화된다면, 현재 전 세계가 맞닥뜨린 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카우샬은 핵융합 에너지 분야의 뛰어난 물리학을 기반으로 핵융합 발전소를 설계하고 건설하며 운영할 수 있는 상업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프라노스 퓨전은 유치한 자금을 핵융합 에너지 기술 스택을 발전시키고 테스트 시설을 구축하며 핵심 인력을 채용하는 데 사용할 예정입니다.
광고
이는 단순히 이론적 연구에 그치지 않고 실제 상업화를 위한 구체적 단계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핵융합 기술은 태양이 에너지를 생성하는 원리와 동일한 방식으로, 수소 원자핵들을 융합시켜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이 과정에서 화석 연료 연소와 달리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으며, 핵분열 방식의 원자력 발전과 달리 장기간 보관이 필요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번 투자에 참여한 피아이 벤처스의 창립 파트너(Founding Partner) 마니쉬 싱갈(Manish Singal)은 프라노스 퓨전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핵융합은 단지 유망한 기술이 아니라 필연적(inevitable)입니다.
프라노스 퓨전은 인도의 토종 딥테크 기업으로서 문명의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를 수직적으로 통합된 제1원리(first-principles) 접근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싱갈은 이곳에서 '다음 위대한 에너지 회사'가 탄생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투자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광고
핵융합 기술 개발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인도의 프라노스 퓨전은 이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제1원리 접근법이란 복잡한 문제를 가장 기본적인 진리로 분해하여 처음부터 다시 구축하는 사고방식을 의미합니다.
프라노스 퓨전은 기존 핵융합 연구의 관행적 방법론을 그대로 따르는 대신, 물리학의 기본 원리부터 재검토하여 보다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이끈 일론 머스크가 강조했던 혁신 방법론과도 일맥상통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이러한 기술적 흐름에서 어디에 있을까요? 한국 역시 핵융합 에너지 연구 분야에서 의미 있는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국제핵융합실험로 프로젝트(ITER)입니다. ITER는 한국을 비롯해 유럽연합,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인도 등 7개 회원이 참여하여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에 거대한 규모의 핵융합 시험로를 건설, 운영하는 국제적 협력 프로젝트로, 지속 가능한 에너지 공급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광고
인도의 프라노스 퓨전, 글로벌 선두로 나서다
한국은 ITER 프로젝트에서 약 9.09%의 분담금을 부담하며 주요 참여국 중 하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이 운영하는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 장치는 세계 최초의 초전도 핵융합 연구 장치로, 2020년에는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20초간 유지하는 데 성공하여 세계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한국이 핵융합 기술 분야에서 기술적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핵융합 기술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한 영역으로 평가받습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분야에서의 높은 경쟁력을 생각할 때, 핵융합 기술은 여전히 개척해야 할 미지의 분야입니다.
국내 벤처 캐피탈과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으며, 핵융합처럼 장기간의 연구개발이 필요한 딥테크 분야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소극적입니다.
광고
에너지 산업 전문가들은 핵융합이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에는 아직도 기술적, 경제적 장벽이 많다는 의견을 제기합니다.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요구되는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환경과 고압 환경을 안정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기술적 한계가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극한 환경에서 플라즈마를 가두기 위한 자기장 제어 기술, 반응로 내벽 재료의 내구성, 에너지 효율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투자 비용입니다. 핵융합 기술 개발 및 실험에 소요되는 비용은 상상 이상으로 막대하며, ITER 프로젝트의 경우 총 건설 비용이 당초 예상했던 50억 유로에서 200억 유로 이상으로 증가했습니다.
아직은 상업적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영역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일부 회의론자들은 핵융합이 "항상 30년 후의 기술"이라고 비유하며, 실용화 시점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러한 첨단 기술 개발은 단기적 이익을 넘어 장기적 비전을 바라봐야 하는 분야입니다. "경제적 효율성만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에너지 혁명은 꿈도 꿀 수 없다"는 에너지 정책 전문가들의 의견은 이러한 점에서 설득력을 갖습니다.
실제로 재생에너지 기술도 초기에는 경제성 논란에 시달렸지만,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 발전으로 이제는 화석 연료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최근 글로벌 핵융합 스타트업 생태계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프라노스 퓨전 외에도 미국의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즈(Commonwealth Fusion Systems)는 20억 달러 이상을 투자받았으며, 영국의 토카막 에너지(Tokamak Energy), 캐나다의 제너럴 퓨전(General Fusion) 등이 각자의 방식으로 핵융합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기존의 거대 국제 프로젝트와 달리 민간 자본을 기반으로 보다 빠르고 유연한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한국,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협력을 모색해야
한국은 그동안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어 왔습니다. 하지만 핵융합 기술이란 새로운 프런티어에서 다소 뒤처져 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공공 연구기관 중심의 연구 성과는 있지만, 이를 상업화로 연결하는 스타트업 생태계는 아직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도 핵융합 에너지를 미래 에너지 전쟁의 중요한 카테고리로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내 에너지 정책 전문가들은 다른 국가 스타트업 및 연구진들과 공동 연구 및 기술 교류를 활성화하며 국제 무대에서의 입지를 넓혀야 할 때라고 조언합니다. 한국의 강점인 초전도 기술, 플라즈마 제어 기술, 소재 공학 등을 핵융합 상용화와 연계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또한, 국내에서 역량 있는 스타트업들이 이 분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 투자사들이 더 과감하게 지원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제조업 기반이 탄탄하고 정밀 기계 가공 기술이 우수하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축적한 진공 기술과 박막 증착 기술 등이 핵융합 장치 제작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존 산업 역량을 핵융합 기술과 결합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삼성, LG, 현대 등 대기업의 장기 투자 역량과 스타트업의 혁신성을 결합하는 생태계 조성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핵융합 에너지는 단순히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생태적, 경제적 위기 속에서 진정한 '지속 가능성'을 꿈꿀 수 있는 열쇠가 될 수도 있습니다. 화석 연료의 고갈과 기후 변화, 에너지 안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핵융합 에너지가 상용화된다면, 사실상 무한에 가까운 청정 에너지를 확보하게 되어 인류 문명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한국은 이러한 글로벌 에너지 전환에서 얼마나 주도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우리가 선택에 주저하는 사이, 인도를 비롯한 다른 나라들은 이미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프라노스 퓨전의 사례는 딥테크 분야에서도 스타트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지금이야말로 방향성을 정립하고 실행에 나설 결정적 순간이 아닐까요?
한국이 KSTAR를 통해 쌓아온 기술적 역량과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핵융합 상용화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면, 미래 에너지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도현 기자
광고
[참고자료]
vertexaisearch.cloud.googl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