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지방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등장하는 대형 개발 공약은 이제 하나의 ‘선거 공식’처럼 굳어지고 있다. 돔구장, K-팝 아레나, 대형 관광시설과 같은 사업들이 경쟁적으로 제시되며 유권자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그 이면에 놓인 재정 현실과 정책 타당성에 대한 점검은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돔구장 공약은 대표적인 사례다. 여러 지역에서 유사한 계획이 제시되고 있지만, 해당 지역의 인구 규모, 수요, 접근성, 기존 시설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분석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고 있다. 특히 건설 비용뿐만 아니라 운영 단계에서 발생하는 지속적 재정 부담까지 감안할 때, 단순한 시설 유치만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접근일 수 있다.
K-팝 아레나와 같은 문화시설 역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문화 콘텐츠 산업은 단순한 시설 건립만으로 활성화되지 않으며,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 운영과 민간 참여, 시장 수요가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대규모 투자 공약은 장기적으로 시설 활용도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관광시설 분야에서는 이미 유사한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 출렁다리와 같은 시설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지만, 적지 않은 사례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채 유지관리 부담만 남긴 경우가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100억 원 이상이 투입된 공공시설 중 상당수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전체 공공시설의 약 80% 이상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특정 시설 중심의 단기적 접근이 지역 발전 전략으로서 한계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의 핵심은 공약의 ‘규모’가 아니라 ‘구조’에 있다. 재원 조달 방안, 운영 수지, 지역 간 기능 분담, 장기적 유지관리 계획 등이 함께 제시되지 않는 공약은 정책이라기보다 선언에 머물 수밖에 없다. 특히 인접 지자체 간 유사 사업이 반복되는 경우, 지역 간 경쟁이 오히려 전체적인 비효율을 초래할 가능성도 크다.
지방재정의 여건을 고려하면 이러한 문제는 더욱 중요해진다. 대규모 시설은 초기 투자보다 운영 단계에서의 재정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적자가 누적될 경우 그 부담은 결국 주민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공약 단계에서부터 보다 엄밀한 타당성 검증과 재정 영향 분석이 필수적이다.
이제 공약의 방향은 분명해져야 한다. 시설 중심의 단기 성과보다 주민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정책, 지역의 특성과 여건에 기반한 차별화된 전략, 그리고 무엇보다 실행 가능성과 재정 책임성을 갖춘 공약이 요구된다.
유권자 역시 공약을 바라보는 기준을 한 단계 높일 필요가 있다. 얼마나 크고 화려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가를 기준으로 평가할 때 비로소 지방자치는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선거는 약속의 경쟁이 아니라 책임의 선택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은 언제나 지역의 지속가능성과 주민의 삶에 두어야 한다.
▷법학박사,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한국정책연구원 원장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참여예산 관련 교육 200회 실시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상임이사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전)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