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채색의 차가운 공기가 흐르는 도심의 지하철역.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시민들의 어깨 위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싱그러운 작은 숲이 펼쳐집니다.
이 삭막한 지하 공간에 초록빛 숨결을 불어넣는 주인공들,
편견이라는 안개를 걷어내고, 우리 곁에 가장 가까운 정원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섬세한 손길에 피어나는 잎사귀 하나하나에는 정성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이들은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농축산기술협회 소속 ‘월가든사업단’ 단원들입니다.
협회는 장애라는 벽이 전문성이라는 꽃으로 피어날 수 있도록 오랜 시간 묵묵히 길을 닦아왔습니다.
그 결실로, 이제 이들은 석촌고분역을 비롯한 지하철 9호선의 11개 역사를 책임지는 든든한 조경 전문가가 됐습니다.
김효준/ 월가든사업단 (정신장애인 중증)
"시민들이 꽃밭을 보고 좋아하고 잘 봐주니까 기분이 좋고 아주 행복합니다"
이들의 발자취는 2019년부터 서울교통공사와 함께하며 더욱 깊어졌습니다.
단순히 식물을 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서울어린이대공원의 동물 분뇨를 재활용하는 등 지구의 아픔을 달래는 탄소 저감 활동에도 앞장서 왔습니다.
이러한 헌신은 ‘ESG 경영’의 모범 사례로 꼽히며, 장애가 결코 한계가 아닌, 세상을 바꾸는 남다른 능력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해냈습니다.
작업 현장 곳곳에도 시민을 향한 따뜻한 배려가 스며 있습니다.
가장 바쁜 출퇴근 시간대를 피해 조심스럽게 작업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 통행에 불편함이 없도록 늘 주위를 살피며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했습니다.
이경재/ 월가든사업단 조경본부장 (청각장애인 경증)
"첫째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 조심해야 돼"
이들이 사용하는 흙에는 식물을 향한 사랑이, 도입한 기술에는 시민을 향한 예의가 담겨 있습니다.
천연 광물인 적운모와 유기물이 풍부한 피트모스를 최적의 비율로 배합하고, 여기에 경기도농업기술원의 미생물 기술로 발효시켜 특허받은 친환경 토양은 지하에서도 생명을 지켜내고, 첨단 AI 로봇 청소기는 작업 후의 미세먼지까지 말끔히 닦아내 시민들에게 가장 깨끗한 공기를 약속했습니다.
홍귀표/ (사)한국장애인농축산기술협회장 (지체장애인 중증)
"많은 장애인들이 기초생활수급 같은 데에 의존해서 거의 일 안 하고 근로 능력이 있는 데도 일 안 하는 장애인들이 상당수 많습니다. 근로 능력이 있는 장애인들이 이런 모습을 보면서 같이 참여할 수 있는 그런 계기를 많이 만들어가고자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편견을 지우면 비로소 사람이 보이고, 배려를 더하면 세상이 아름다워집니다.
제46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지하철 9호선을 푸르게 물들인 이들의 진심 어린 땀방울이, 오늘 우리의 하루를 더욱 따뜻하게 감싸 안고 있습니다.
에콜로지 코리아 이거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