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을 위해 미국의 군사 기밀을 빼돌린 죄로 30년을 감옥에서 보낸 한 사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 그가 겨눈 표적은 한 나라, 튀르키예다. "이란 다음 전쟁은 튀르키예와 이집트를 향한다"라는 그의 발언이 앙카라와 카이로, 그리고 중동 전역을 술렁이게 한다. 한 노년의 스파이가 던진 이 한마디는 단순한 망언인가, 아니면 이스라엘 강경파의 속내를 드러낸 균열의 신호인가.
그는 누구이며, 왜 이 말이 무거운가
발언의 주인공은 조너선 폴라드다. 그는 미 해군 정보분석관으로 일하다 1984년 이스라엘에 기밀문서를 넘긴 혐의로 체포돼 미국 연방 교도소에서 30년을 복역한다. 2015년 가석방으로 풀려난 그는 2020년 말 이스라엘로 건너가 네타냐후 총리의 영웅 대접을 받으며 시민권을 얻는다. 미국에서는 반역자로, 이스라엘에서는 애국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극우 인사인 벤 그비르 국가 안보 장관의 오랜 측근이기도 하다. 그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에 무게가 다르다.
무엇을 말했고, 누구를 겨눴나
폴라드는 이스라엘 강경 매체 아루츠 셰바 팟캐스트에 나와 거침없이 속내를 풀어놓는다. "튀르키예 사람들과의 일이 이란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는 인정한다. 진행자가 튀르키예를 중동 최강의 군대로 꼽자, 그는 짧게 답한다. "폭풍이 오고 있다." 그는 튀르키예가 NATO 회원국이라는 점을 두 번이나 강조하며 "그래서 더 까다롭다"라고 토로한다. 동시에 이란과 가자, 헤즈볼라는 "반드시 끝내야 할 문제"라고 규정한다. 지금 그것에 매달리는 이유를, 그는 "다음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못 박는다. 그다음 전쟁의 상대가 바로 튀르키예와 이집트라는 것이다.
어디서, 언제, 그리고 무엇이 쌓였나
이 발언이 허공의 망상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가 있다. 튀르키예는 1949년 이슬람권 최초로 이스라엘을 승인한 나라다. 그러나 가자 전쟁을 거치며 두 나라 관계는 살얼음판이 된다. 지난 4월 7일에는 이스탄불의 이스라엘 총영사관이 무장 공격을 받아 공격자 한 명이 숨지고 튀르키예 경찰까지 다친다. 전직 이스라엘 외교관 알론 핀카스는 알자지라에 "네타냐후 같은 정치인은 영원한 전쟁의 위협을 먹고 산다"라고 꼬집는다.
2023년 10월 이후 가자, 레바논, 예멘, 시리아, 이란으로 이어진 군사 작전의 끝에서, 이스라엘 정치권이 '다음 적'을 찾는 일이 하나의 습관처럼 굳어졌다는 진단이다. 폴라드 자신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희망은 판도라 상자에서 마지막으로 나온 악마였다"라는 서늘한 비유로 말을 맺는다.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 한 민족 전체의 운명을 흔드는 시대다. 폴라드의 예언이 맞아떨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말이 쌓여 분위기가 되고, 분위기가 굳어 정책이 되며, 정책이 끝내 사람의 피를 부른다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