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동안 한 사람의 입에서 전쟁과 평화가 번갈아 쏟아졌다. 아침에는 오늘 밤 이란을 강하게 때리겠다던 그가, 저녁에는 우리가 전쟁을 끝냈다고 선언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이야기다. 그는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정작 상대인 이란은 그 합의를 확인해 주지 않았다. 승리를 외치는 입과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침묵 사이에서, 세계는 묻게 된다. 전쟁은 정말로 끝난 것인가.
그날의 풍경은 한 편의 변검(變臉)을 보는 듯했다. 트럼프는 오전 트루스소셜에 이란을 오늘 밤 매우 강하게 때리겠다고 적었다. 나아가 이란 원유 수출의 길목인 카르그섬과 석유 기반 시설을 점령해 이란의 석유·가스 시장을 통째로 장악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런데 다섯 시간쯤 지나, 같은 손가락이 정반대의 글을 올렸다. 예정된 공습과 폭격을 취소했으며, 전쟁을 끝낼 합의의 '최종 항목'이 이란 최고지도부를 포함한 모든 당사자에 의해 개념과 세부까지 승인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녁, 조지아 주지사 선거 지원 전화 유세에서 그는 마침내 종전을 선포했다. 자신의 위협과 공습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렸다는 자평과 더불어서다.
그러나 무대의 반대편은 사뭇 조용하다. 이란은 합의 타결을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이란 측은 미국이 제안한 합의문을 '검토하고 있다'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전해진다. 더 묘한 대목은 양국이 그리는 합의의 그림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에게, 최종 합의가 이란의 농축우라늄을 제거하고 핵시설을 해체하며 미사일 생산을 제한하고 역내 대리 세력 지원까지 끝낼 것이라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이란 반관영 메흐르 통신이 공개한 14개 항 초안에는, 바로 그 미사일 프로그램과 대리 세력 지원이 협상 의제에서 빠져 있다. 한쪽은 미사일을 묶겠다 하고, 다른 한쪽은 미사일은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같은 합의를 두고 두 개의 다른 설명이 흐르는 셈이다. 어느 쪽도 아직 공식 확정을 내놓지 않았다.
초안에 담긴 미국의 약속은 묵직하다. 제재 해제와 주변 미군 철수, 해상봉쇄 종료, 호르무즈 개방, 석유 제재 해제와 동결 자금 반환, 그리고 이란 경제 재건안의 제시다. 최종 협상은 미사일을 뺀 핵과 경제 문제로 진행돼야 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그러나 이란 내부에서는 이 흐름에 거세게 제동 거는 목소리가 있다. 초강경 파이다리 진영은 이런 합의를 굴복으로 규정하며 막후에서 무산을 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파 모흐센 레자이는 카르그섬을 공격하면 살아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 경고했다. 이 작은 섬은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퍼센트가 빠져나가는 경제의 심장이다. 이란 군 당국도 미국을 향해 날을 세웠다. 한 손으로는 합의와 협상을 말하면서 다른 손으로는 적대 행위를 벌인다며, 그 모순이야말로 역내 불안정의 근원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이번 선언이 결국 검증 가능하고 국제적으로 승인됐던 2015년 핵 합의의 잣대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 본다.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하는 일과, 전쟁을 실제로 끝내는 일은 결코 같지 않다. 연단 위의 승리 선언은 박수를 부르지만, 그 박수가 멎은 자리에 남는 것은 서명되지 않은 종이와 검증되지 않은 약속이다. 말은 잉크가 마르기 전까지 얼마든지 번복될 수 있고, 평화는 서명 직전까지 얼마든지 무너질 수 있다. 포성에 지친 사람들은 트럼프의 선언을 한 줄기 희망으로 읽을 것이고, 회의하는 이들은 또 하나의 정치적 연출로 의심할 것이다. 진실은 그사이 어딘가에 있다. 누가 무엇을 선언했느냐가 아니라, 그 선언이 끝내 사람들의 평온한 일상으로 번역되느냐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선언된 평화가 부디 입증된 평화로 이어지기를, 세계는 숨죽여 지켜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