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세기를 잠들어 있던 녹슨 철로가 다시 눈을 떴다. 오스만제국의 제34대 술탄 압뒬하미트 2세(재위 1876-1909)가 1900년에 첫 삽을 떴으나 끝내 완성하지 못한 히자즈 철도. 그 미완의 꿈이 124년의 침묵을 깨고 되살아나려 한다. 그런데 이 소식에 정작 가슴이 철렁한 쪽은 따로 있다. 바로 이스라엘이다. 철길 하나가 왜 한 나라의 밤잠을 설치게 하는가. 그 선로가 그려 낼 새로운 중동 지도 안으로 들어가 본다.
이야기의 뿌리는 20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히자즈 철도는 이스탄불에서 메디나와 메카까지 순례객을 실어 나르기 위한 오스만 제국의 야심작이었다. 1900년 공사가 시작됐으나, 제1차 세계대전과 1917년의 공격을 거치며 노선은 끊겼고 그대로 역사 속에 묻혔다. 그 잠든 철로를 다시 흔들어 깨운 것은 현대의 지정학이다. 튀르키예는 몇 달 전 시리아·요르단과 삼국 협정을 맺어 끊긴 노선을 잇는 첫 단추를 끼웠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가 합류하면서 지역 철도망 복원 구상은 대륙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무역 회랑으로 몸집을 키웠다. 도로 의존도가 높아 물류 한계에 부딪혀 온 이 지역에, 끊김 없는 철도라는 동맥을 새로 놓겠다는 구상이다.
결정적 장면은 지난 6월 9일 리야드에서 펼쳐졌다. 튀르키예 교통인프라부 장관 압뒬카디르 우랄오을루와 사우디 교통물류부 장관 살레흐 알자세르가 마주 앉아, 물류 서비스와 철도 기술에 관한 두 건의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현대판 히자즈 철도'로 불리는 이 사업의 골자는 분명하다. 튀르키예에서 사우디까지 끊김 없는 철도를 잇되, 그 선로가 시리아와 요르단 영토를 지나도록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노선에 이스라엘은 들어 있지 않다. 여기에 오만까지 합류하면 홍해에서 동지중해로 뻗는 철도망이 완성된다. 사우디 측은 노선·재원·시공 방식을 가를 타당성 조사를 올해 말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메카에서 유럽까지, 바닷길 대신 육로로 이어지는 길이 도면 위에서 형체를 갖춰 가고 있다.
이 소식이 가장 날카롭게 파고든 곳은 텔아비브다. 이스라엘 일간 예디오트 아흐로노트는 이 철도를 두고, 인도에서 출발해 이스라엘을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IMEC 회랑'에 맞서는 강력한 대안이라 규정했다. 더 나아가 이 사업이 역내에서 이스라엘을 무력화한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까닭이 있다. 2023년 G20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IMEC는 인도·사우디·아랍에미리트·이스라엘·미국이 손잡은 구상으로, 그 철도 척추가 이스라엘 하이파 항에서 끝난다. 동아시아의 화물이 하이파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그림이다. 그런데 히자즈 철도가 완성되면 하이파 항을 거칠 이유가 사라진다. 사우디·요르단·시리아·튀르키예가 직접 이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만을 통한 인도양 접근로가 열리면, 봉쇄로 몸살을 앓아 온 호르무즈 해협마저 우회할 수 있다. 한 줄기 철로가 이스라엘의 전략적 지렛대와 호르무즈의 길목을 동시에 비껴가는 셈이다.
녹슨 철로 한 줄기가 다시 깔리는 일이, 단순한 토목 공사가 아님을 우리는 본다. 그것은 술탄이 못다 그린 지도를 후대가 이어 그리는 일이며, 동시에 중동의 힘의 균형을 다시 배치하는 거대한 판 위의 한 수이다. 물론 아직은 양해각서와 타당성 조사 단계일 뿐, 첫 열차가 기적을 울리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과 자본, 그리고 역내 정세의 안정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길이 어디로 나느냐가 곧, 누가 중심에 서느냐를 결정한다는 오래된 진실이다. 124년 전 멈춰 선 그 선로가, 이제 누구의 손을 들어 줄 것인가. 우리는 머지않아 그 답을, 사막을 가로지르는 한 대의 열차에서 확인하게 될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