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니트 - 체어*
시장골목에 오래된 치과가 있습니다.
치료를 잘 한다는 소문이 나서 단골 환자가 많은 병원입니다.
나는 유니트체어입니다. 치과의자라고 하지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축에 드는 의자중 하나입니다. 나는 조작 메뉴판으로 움직입니다. 버튼만 눌러주면 비행기가 이륙하듯 위로 스르르 올라가 뒤로 젖혀주며 누구라도 입을 열게 되지요.
제 친구들을 소개하면 먼저 라이트(조명등)는 입속 구석구석을 살펴서 병균과 벌레(충치)들을 꼼짝 못하게 비춰줍니다. 그리고 3개의 핸드피스가 있습니다. 윙하는 헬리콥터 소리를 다들 무서워하고 싫어하지만 고속 전기모터를 장착한 핸드피스는 신이 난답니다. 충치들을 싹 쓸어버리는 일을 하니까요. 또 원장님이 코끼리 코라고 이름 붙여준 흡입구 썩션(suction)과 바람과 물을 뿜는 사출기도 한 몫 한답니다.
내가 처음 이곳으로 왔을 땐 반짝 반짝 윤이 나고 고급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여기저기 상처가 나고 조금 낡았지만 여전히 일을 잘한다고 원장님이 칭찬하십니다.
세 살짜리 아기부터 팔십이 넘은 노인에까지 저를 걸쳐간 환자들이 아주 많습니다. 공장에서 나와 치과에 처음 왔을 땐 환자들이 많아 하루 종일 바빴습니다.
‘아플까봐 무섭고, 비쌀까봐 두렵다.’
라는 말처럼 치과에 오기 두려워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갈 무렵이었습니다.
어디선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난 표가 나지 않게 이를 보충해주는 능력이 있어."
이와 똑 같은 색깔을 가진 사기이빨(포세린)이 우아한척하며 얘기합니다.
"아니야, 겉모습 보다 실용적으로 아무거나 씹을 수 있어야해.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딱딱한 것을 좋아해서 튼튼해야 돼."
금속으로 된 이빨(메탈)이 눈을 흘기며 사기이빨을 노려보며 말합니다.
얼마 전 마스크를 쓰고 사기이빨로 한 앞니가 깨져온 환자를 보고 하는 말입니다.
"허허 크게 놀아야지. 이빨 한 두 개 가지고 난리라니. 쯧쯧"
틀니가 통 크게 얘기합니다.
서로 자기가 잘났다는 얘기가 들려왔습니다.
자기가 늘 최고라고 생각하던 라이트가 말을 하려고합니다.
내가 먼저 한마디 툭 던졌습니다.
“아무리 좋아도 환자분 상황에 맞아야 제대로 된 치료지.”
나의 이 한마디에 친구들이 입을 다뭅니다.
“라이트, 핸드피스, 썩션 잘 들어 봐. 우리의 본분은 최선을 다해 환자를 편하게 정성껏 치료하실 수 있게 도와주는 거야. 서로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도록 노력하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웃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치과 문이 열리며 자동으로 인사를 해주는 방문알림이 울렸습니다.
가장 먼저 라이트가 즐겁게 아는 체를 합니다.
“유우~ 숙녀복가게 탤런트누나가 왔어.”
아주 조용조용 얘기하며 우아하고 날씬해서 시장을 보러오는 아줌마들의 부러움을 사는 누나입니다. 게다가 얼굴도 예뻐서 사람들이 탤런트누나라고 이름을 붙여주었지요. 늘 예쁘게 꾸미고 있어 입안도 깨끗이 잘 관리하고 있을 거라고 모두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탤런트누나가 얼굴을 찡그리며 얘기합니다.
“원장님, 왼쪽 큰 어금니가 너무 아파요.”
원장님이 살펴보자며 말합니다.
“자, 크게 아~ 해보세요.”
가장 먼저 입속을 본 라이트가 놀라 소리칩니다.
“으악~~~”
라이트가 너무 놀라 또 한마디 합니다.
“쯧쯔. 얼굴과 몸을 꾸미는 만큼 입안도 관리를 해야 하는데….”
나도 조용히 한소리 했습니다.
“입안에 이똥(치석)이 잔뜩 끼여 있어. 겉과 속이 다른 누나야.”
나와 친구들은 탤런트누나를 보며 겉모습만 보고 함부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라이트가 눈을 깜박 깜박합니다.
곧바로 원장님의 호통이 들려옵니다.
“라이트, 정신 차려! 똑바로 맞춰라.”
뒤이어 5살 아이가 의자에 앉았습니다. 무서워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주르르 흐를 것 같아 다들 애처롭게 바라봅니다.
뒤따라 들어온 엄마가 말을 합니다.
“간호사님, 아주 귀한 아이예요. 비싸도 좋으니 돈 걱정 말고 제일 좋은 걸로 치료해주세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애라고 엄청 싸고도는 걸 보고 핸드피스가 어처구니 없어합니다.
새 이빨이 났을 때부터 관리를 잘해줘야지 하며 모두들 궁시렁 궁시렁 합니다.
간호사가 딱 잘라서 얘기합니다.
“원장님 알아서 잘 하시니까 대기실에서 기다려주세요.”
엄마가 옆에 있으면 아이들이 더 많이 엄살을 부리기 때문에 치료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자상한 원장님이 아이에게 설명을 시작합니다.
“자, 봐. 이건 작은 거울이야. 못된 벌레가 있는지 보이지?”
“또, 이건 코끼리 코야. 어? 물이 없어졌네. 신기하지?”
원장님께서 아이의 조그만 손에 동그란 위생 솜을 쥐어주면 안심을 시킵니다.
“입 크게 아~~~”
“자, 보이지? 아이쿠, 나쁜 벌레가 두 마리나 있네.”
“윙~~~ 모기차(핸드피스) 알지? 윙하고 물로 벌레 씻어내자.”
원장님은 아이에게 재미있게 얘기합니다.

다행히 치료가 잘 끝났습니다.
“참 잘했어요. 앞으로 치카 치카 양치질 잘하기.”
라며 간호사가 말을 하며 아이와 손가락 도장 찍기를 합니다.
벌레를 잡고 칭찬도 들어서 기분이 좋아진 아이가 간호사의 손을 잡고 웃으며 진료실을 나갑니다.
간호사가 어머니에게 설명을 합니다.
“어머니, 몇 년 뒤에 영구치로 갈 이빨이여서 보험이 되는 걸로 치료했습니다.”
젊은 엄마의 표정이 밝아져 아이에게 물어봅니다.
“아이구 귀여워~ 우리 애기 치료 잘 받았어요. 상으로 엄마가 뭐 사줄까?”
즐거운 얼굴로 아이가 소리칩니다.
“사탕!”
라이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합니다.
“사탕은 안 되지! 암, 안 되지!”
젊은 엄마가 꼬마 손을 꼭 잡고 치과 문을 나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