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표 74번, 예상치 못한 감동
최근 개인 인감증명서를 떼기 위해 사당3동 주민센터를 방문했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다 내 차례가 되어 민원대로 가자, 담당 공무원이 몸을 기울여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이기에 신속하고 정확한 처리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짧은 응대였지만, 그 공무원의 환한 미소와 따뜻한 말 한마디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요즘 정말 덥죠?"라며 건네는 공감의 말, 그리고 업무가 끝난 후 자리에서 일어나 환하게 웃으며 건네는 배웅 인사는 내 마음을 움직였다. 인감증명서는 무인민원발급기에서 처리할 수 없어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마주해야 하는 업무이기에, 그 순간의 가치가 더욱 크게 다가왔다.
AI 시대, 더 빛나는 인간의 가치
ChatGPT 등장 이후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커지는 시대다. 실제로 AI는 데이터 분석, 번역, 심지어 창작 영역까지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AI 사피엔스'의 저자 최재붕 교수는 결국 기술적 우위가 아닌, '사람이 좋아하는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구글의 유튜브, 애플의 아이폰이 현재 지위에 오른 것도 기술 자체보다는 사용자 경험 때문이다. 이는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인간의 마음을 진정으로 움직이는 것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매뉴얼을 넘어선 진심의 힘
사당3동 주민센터 공무원의 따뜻한 미소와 진심 어린 공감은 서비스 매뉴얼대로의 단순한 응대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 순간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단순한 기술이나 매뉴얼을 넘어선 이런 '경험'이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무인민원발급기는 수수료도 저렴하고 대기시간도 없다. 하지만 기계는 내가 더위에 지쳐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없다.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그 순간의 상황을 읽고 마음을 전하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만의 영역이다.
팬덤은 기술이 아닌 마음에서 시작된다
오늘날 기업들이 추구하는 '팬덤 경제'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고객이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열렬한 지지자가 되는 이유는 제품의 성능보다는 브랜드가 전하는 경험과 감정 때문이다. 한 번의 따뜻한 응대, 예상치 못한 배려, 진심 어린 관심이 수많은 광고나 마케팅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낸다. AI의 발전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따뜻한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친절이 보통이 되는 세상을 향해
결국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핵심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기술과 효율성을 넘어 따뜻한 마음과 진정성 있는 태도가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경쟁력은 거대한 기술이 아니라, 일상 속 작은 친절이다. 그리고 그 친절이 보통이 되는 세상이야말로 AI 시대에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미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