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로 알려진 성당, 사실은 100년의 역사
주말이면 "이번 주말엔 어디로 가야 할까?"라는 강박이 찾아온다. 멀리 가야 하고, 유명해야 하고,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해야 한다는 압박감. 그런데 꼭 그래야만 할까? 경북 칠곡의 가실성당은 그런 생각을 멈추게 한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아이유 결혼식 장면이 촬영되며 '아이유 성당'으로 불리지만, 이곳은 이미 100년 가까운 역사를 품고 있다.
1923년에 지어진 가실성당은 경북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병원으로 쓰이며 전쟁의 상흔을 견뎌냈고, 지금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348호로 지정돼 있다. 붉은 벽돌 건물과 고풍스러운 사제관, 그리고 사계절마다 피어나는 꽃들은 언제나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왔다. 드라마가 성당을 세상에 알렸지만, 이곳은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
백일홍이 물들이는 계절의 풍경
가을이 되면 가실성당은 더욱 특별해진다.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피어나는 백일홍은 '인연, 그리움, 영원한 사랑'이라는 꽃말처럼 성당을 붉게 채운다. 아래에서부터 위로 차례차례 터지는 꽃은 오랫동안 마당을 물들이며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드라마 속 장면을 떠올리며 찾아온 연인, 가족, 관광객들이 꽃길을 걸으며 잠시 멈춰 서는 순간들이 이어진다.
명소의 가치는 '음미'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명소의 힘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단순히 드라마의 배경이나 유명세 때문만은 아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머무르고, 바라보고, 음미하는 경험을 통해 가치를 만들어낸다. 이경전 교수는 "AI는 할 수 없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마도 '음미'일 것"이라고 말했다. AI는 여행지를 추천해줄 수는 있어도, 그곳에서 느껴지는 바람의 촉감, 꽃향기의 깊이, 백년 된 건물의 시간의 무게까지는 대신할 수 없다.
꼭 가실성당이 아니어도 된다. 회사 앞 공원의 나무, 아파트 화단의 꽃, 매일 걷는 골목길 담벼락에도 충분한 아름다움이 있다. 중요한 건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서서 음미하는 일이다. 멀리 가지 않아도, 유명하지 않아도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특별한 순간은 숨어 있다. 가실성당이 우리에게 전하는 진짜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다. 음미하는 순간, 평범한 삶이 특별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