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 교사의 재탄생 (2부)
교육 기관의 'AI 격차'가 아이의 미래를 가른다
AI 시대를 맞아, 이제 학교는 '생각하지 않는 학생들'을 양산할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당국은 지식 전달을 위한 수업을 ‘역량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함을 선포하였고, AI를 활용한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수행평가 정책도 수정했지만, 현장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또한, 학생들은 어느 교육기관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AI 활용 능력(리터러시) 격차가 심화되는 새로운 교육 불평등이 나타나고 있다.
본지는 1부에서 미국발 AI 교육 혁명의 현황과 한국의 안일함을 진단한 데 이어, 2부에서는 AI가 야기한 교실의 변화와 위기를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교사 역할의 대전환을 모색한다. 이제 교사는 단순 지식 전달자를 넘어,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활용해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학습 설계자(Learning Architect)'로 거듭나야 할 때다.
현실 진단: AI가 드러낸 교실의 균열
AI 기술의 발전은 그동안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교육 방식의 취약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AI는 지식 전달식 수업을 끝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가속화 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교육 과정과 입시를 바꿨을 때의 교육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과정 중심 평가'의 시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교사들
생성형 AI는 과학탐구 보고서 작성부터 독후감, 에세이까지 초·중·고 교육과정의 다양한 영역의 과제를 순식간에 해결해 준다. 이는 결과물만으로 학생의 실제 이해도를 변별하는 기존 평가 방식의 한계를 명확히 했다.
이에 대응하여 교육 당국은 공정성 확보를 위해 집에서 해오는 '과제형 수행평가'와 단순 '암기형 평가'를 지양하고, 수업 시간 내에서 학생의 학습 과정을 관찰하고 평가하는 '과정 중심 평가'를 대폭 강화했다. 이는 AI 시대에 필요한 방향성 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하지만 현장의 교사들은 새로운 어려움을 호소한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박 모 씨는 "정책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한정된 수업 시간 안에 수십 명 학생들의 개별적인 사고 과정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엄청난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평가의 공정성 문제는 정책적으로 보완되었지만, 교사들에게는 수업과 평가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하는 더 큰 숙제가 주어진 것이다.
새로운 불평등: '기관 간 AI 리터러시' 격차의 심화
또 다른 문제는 AI가 새로운 형태의 교육 불평등을 야기한다는 점이다. 과거의 디지털 격차가 기기 접근성의 문제였다면, 새로운 AI 격차는 '어떤 교육 기관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발생하는 활용 능력의 격차다.
AI 시대의 핵심 역량은 AI가 생성한 정보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자신의 지식과 융합하는 능력이다. 문제는 이러한 AI 리터러시 교육이 개별 학교나 교육기관의 역량과 철학에 따라 극심한 편차를 보인다는 점이다.
현재 교육 현장은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뉘고 있다.
▲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학생들과의 협업을 통해 월등한 역량을 키우는 선도적 그룹
▲ AI의 중요성은 인지하지만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몰라 피상적인 활용에 그치는 그룹
▲그리고 여전히 전통적인 교육 방식에 머물거나 변화를 두려워하여 AI 활용 자체를 금지하는 그룹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관 간 격차'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학생들의 미래 경쟁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경고: '생각하지 않는 교실'의 위험성
AI가 제공하는 즉각적인 정답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스스로 깊이 고민하고 탐구하는 과정을 생략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학습의 본질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다.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와 사유의 과정이야말로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AI에 무분별하게 의존할 경우, 단편적인 지식은 얻을 수 있으나 그 지식을 내면화하고 응용하는 능력은 오히려 퇴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교사의 역할 진화: '깊은 학습'을 이끄는 오케스트레이터
교실의 위기는 역설적으로 교사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할 시점임을 알린다. 만약 교사의 역할이 지식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전부였다면, 그 역할은 이미 AI에게 대체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교육의 본질은 단순한 지식 전달 그 이상이다.
지식 전달자의 종말, '학습 설계자'의 탄생
AI 시대에 교사는 '지식 전달자(Knowledge Transmitter)'에서 '학습 설계자(Learning Architect)' 또는 '오케스트레이터(Orchestrator)'로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
학생들은 이미 AI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이제 교사의 전문성은 '무엇을 가르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학습 경험을 설계하느냐'에 달려있다. 교사는 다양한 에듀테크 도구와 AI 플랫폼을 조합하고 조율하여, 학생들이 피상적인 학습을 넘어 깊은 이해에 도달하도록 이끄는 지휘자가 되어야 한다.
정답 찾기에서 ‘질문과 탐구’로
변화의 핵심은 '가르침'에서 '질문과 탐구'로의 전환이다. 과거에는 교사가 지식을 알려주고 학생이 이를 암기했다면, 이제는 학생이 스스로 좋은 질문을 만들고 AI를 활용해 답을 탐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교사는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생각을 확장시키는 발문(發問) 기술을 갖춰야 하며, 다른 사람의 의견을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환경 문제를 단순히 나열하는 대신, "만약 당신이 문제에 대한 정책 결정자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이며, 그 근거는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도록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AI를 활용해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재구성하도록 이끌어야 하며, 교사는 다시 그 의견들을 교실에서 소통을 통해 검증하면서 역량을 키울 수 있다.
미래 교실의 해법: PBL과 토론 수업의 강화
AI 시대의 대안으로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과 토론 중심 수업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수업 방식은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협업 능력, 의사소통 능력,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다.
교사는 학생들이 현실 세계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다양한 관점을 교환하며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가도록 돕는 촉진자(Facilitator)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AI 쇼크는 위기이지만 동시에 교육의 본질을 회복할 기회이기도 하다. 교사가 '학습 설계자'로서의 새로운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때, 교실은 비로소 '생각하지 않는 공간'이 아닌, 미래 역량을 키우는 핵심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