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칼럼] 33화 길거리의 쓰레기를 줍는 순수한 아들

보통의가치 칼럼, '일상에서 배우다'

아이의 행동이 가르쳐준 순수함

세상을 바꾸는 건 작고 순수한 마음

▲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Unsplash]

 

지구가 아프다는 아이의 말

요즘 뉴스를 보면 기후위기, 폭염, 집중호우, 해양오염 등 지구의 신음이 멈추질 않는다. 인간의 편리함이 쌓여 만든 쓰레기들이 결국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환경오염’은 더 이상 거창한 주제가 아니라, 매일의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현실이 되었다.

 

6살인 아들도 어린이집에서 환경을 주제로 배운다. 재활용품 분리하기, 쓰레기 줄이기, 물 아껴 쓰기. 배움이 생활로 이어지는 모습이 대견했다. 며칠 전, 아파트 상가로 장을 보러 함께 가던 길이었다. 킥보드를 타던 아들이 갑자기 멈춰 서더니 말했다. 

 

“아빠, 지구가 아프잖아. 누가 이렇게 쓰레기를 버렸어. 내가 버릴게.” 그리고는 길바닥에 떨어진 플라스틱 컵과 종이 조각을 하나씩 주워 휴지통에 넣었다.

 

아이의 행동이 가르쳐준 순수함

“이야, 우리 빤짝이 대단한데. 지구를 위해서 이렇게 예쁜 행동을 하다니 멋져!” 칭찬하자 아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오는 길에도 또 말했다. “누가 담배꽁초를 버렸어. 으~ 정말 못말려.” 이번에는 손으로 집으려 하기에 말렸다. 

 

“아들, 담배꽁초는 손으로 주우면 안 돼. 마트에서 집게를 빌려서 버리자.” 그렇게 함께 쓰레기를 치운 후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 식사 후 양치를 시키기 위해 물을 틀자 아들이 다시 말했다. “아빠, 물도 아껴 써야 돼. 물도 많이 쓰면 지구가 아프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동안 ‘알지만 실천하지 않았던 것들’을 아이는 아무 거리낌 없이 실천하고 있었다. 순수함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행동의 원동력임을 새삼 느꼈다.

 

어른보다 나은 아이의 환경의식

어른인 나는 그저 ‘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할 뿐이었다. 분리수거를 하고, 플라스틱을 줄이려 애쓴다. 그러나 아이의 눈에는 여전히 부족했나 보다. 어쩌면 나는 지식을 알고 있었을 뿐, 마음으로는 행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린이집에서 배운 환경 교육이 아들에게는 단순한 과제가 아니라 ‘실천의 약속’이었다. 아이의 순수한 행동은 어른들에게 부끄러움을 준다. 우리가 잃어버린 건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지구를 위한 마음을 얼마나 진심으로 갖고 있는가, 그것이 세대를 나누는 기준이 되어버린 듯하다.

 

함께 던지는 질문

아이의 행동은 단순한 귀여운 에피소드가 아니다. 길에 떨어진 쓰레기 하나를 줍는 일, 수도꼭지를 잠그는 일, 플라스틱을 줄이는 일. 이런 사소한 습관이 모여 지구의 온도를 낮춘다. 환경 문제는 거대한 시스템이 아니라, 작은 손끝에서 시작된다. 

 

나는 오늘 하루, 어떤 작은 실천을 했는가? ‘환경보호’를 말로만 외우고 있지는 않은가? 그 질문이 마음속에서 오래 맴돌았다.

 

세상을 바꾸는 건 거대한 계획이 아니라, 작고 순수한 마음이다.

길거리의 쓰레기를 줍던 아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 환경을 지키는 일은 거대한 운동이 아니라, 누군가의 사소한 마음에서 출발한다. 그날 이후 나는 아들과 외출할 때마다 가끔씩 작은 쓰레기 봉투를 챙긴다. 아이가 가르쳐준 그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지구의 미래는 거창한 정책보다, 순수한 마음이 행동으로 이어질 때 지켜질 수 있다. 우리가 조금만 더 아이처럼 순수해질 수 있다면, 지구도 아프지 않을 것이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며, 우리 사회가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5.10.14 20:11 수정 2025.10.1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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